2015. 12. 7.

[체험담] 아내의 빈자리




[체험담]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 주지 못하고   새벽부터 집을
나섰는데,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그 순간 "푹!슈~"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끊는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을 안 했을 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나의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뒤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
고 한 개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 봐 제 침대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했냐고 물었더니 출장 다녀 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벼렸다는 것입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
물을 틀어 놓고 울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 오랫동안 머리를 기대고 서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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