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5.
[예화] 가난한 부자 화수분
[예화] 가난한 부자 화수분
"맛있는 음식이며 좋은 옷을 한 번도 먹고 입지 않으며, 오로지 그
돈을 저축한다면 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생활은 아무런
보람도 없지 않은가? 죽으면 모두 허사인 것을. 그것은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오명만을 남길 뿐이야.
만일 내가 부자가 된다면 째째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사치스럽고
호화롭게 살 것이며, 내가 주최하는 연회는 온 나라 구석구석까지 소
문이 나도록 화려하게 행할 테야. 또 남에게 자선을 베풀어 불쌍한 사
람을 마음껏 도와야지. 그런데 구두쇠라고 소문난 부자의 생활이란
어떨까? 그것은 고난이나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해."
어떤 가난한 사람이 널판지가 삐져 나간 벤치 위에 누우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쓰러져가는 널판지를 뚫고 그 가난뱅이가
있는 곳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 사람을 어떤 사람은 마법사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악마라고 불
렀다. 아마도 악마라고 부르는 쪽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소. 그 이유도 물
론이오. 내가 당신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겠소.
자아, 이 지갑을 받으시오. 이 안에는 금화가 딱 한 개 들어 있는데,
그 한 개 뿐인 금화를 꺼내면 금새 또 새로운 한 개가 나타날 것이오.
그러니 당신이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요.
이 지갑에서 금화를 얼마든지 꺼내도록 하시오.
만족할 때까지 말이오.
다만 이것만은 명심해 두시오. 당신이 만족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 지갑을 강물에 버리시오.
물론 그 이후에는 금화가 나타나지 않겠지요. 욕심은 금물이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가난한 사람 앞에 지갑을 놓아두고 사라져버렸다.
가난한 사람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지갑에 달라 붙었다. 그러자 그것이 꿈이 아니라
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금화를 한 개 꺼낸 순간 지갑 속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금화가 나
타났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지갑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오오, 나의 행운이여. 아침까지만 계속되어다오.
그동안 나는 산더미처럼 많은 금화를 꺼낼 수 있을 테니.
그럼 내일이면 나는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거야.
나는 최고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겠지."
아침이 되자, 그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이제 분명히 백만장자가 되었어.
누가 이런 행운을 쉽게 포기하겠는가?
아예 금화를 조금 더 꺼내서 지금의 두 배가 되는 부자가 되어버리자.
하다못해 하루만이라도 더 이 지갑에서 금화를 꺼내는 것이다.
이제까지 꺼낸 금화로는 대 저택과 마차와 별장을 사들일 수 있을 정
도밖에 안 된다. 만일 내가 영지를 몇 개씩이나 사들일 수 있다면, 이
좋은 기회를 멀쩡히 눈 뜨고 놓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이 이상한 지갑을 아직 강물에 던져서는 안 된다.
좋다. 하루만 더 굶은 채로 지내기로 하자.
먹을 시간이 어디 있담. 아무튼 재미있고 신나게 사는 길이 눈 앞에 펼
쳐져 있지 않은가."
그는 신나게 금화를 꺼냈다. 해가 지고 달이 지는지조차 몰랐다. 하루
가 지나고, 일 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갔다.
이 가난한 사람은 이미 꺼낸 금화가 워낙 막대해서 이루 헤아릴 수 없
게 되었다. 그 동안 그는 제대로 먹을 것도 먹지 못했고, 마실 것도 제대
로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다시 같은 일에 착
수하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항상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지갑을 버리러 강으로
가려 할 때마다 가슴이 마구 아파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까지
갔다가도 항상 다시 그대로 되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금화가 저절로 강물처럼 흘러 나오는데 어떻게 이 지갑을 버릴 수 있
겠습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 가난한 사람은 백발 노인이 되어버렸다.
그에게는 이미 호사스러운 생활을 꿈꾸는 일조차도 없어졌다.
그는 쇠약하고 몸은 바싹 말라버렸다. 건강과 안식 그 모든 것을 다 잃
어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계속 금화를 꺼내고
있었다.
꺼내고 꺼내고 또 꺼내고...
결국 그는 처음에 앉았던 그 벤치에서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그 많은 금화를 쳐다보며.
-출처: 크루이로프 '보석상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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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함.
중국 진시황때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한 말이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 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큰 구리로
만든 동이를 채우게 했다.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 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
도 없어지지 않다고 한다. 황하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으로 '하수분'이라고
하던 것이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온다는
보배의 그릇을 뜻하게 되었다.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우려하기 때문이다.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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