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

[웰다잉] 엔딩노트 - 아름다운 마지막 준비하기




[웰다잉] 엔딩노트 - 아름다운 마지막 준비하기






엔딩노트는 일종의 버킷리스트입니다. 일본 영화제목이기도 한데,
내용은 인간극장같은 다큐느낌... MBC에서 예전에 방영되었던, '엄마
의 약속'이란 다큐 같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가족이 담담히 추적해
나갔지만 큰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도, 아주 평
범한 바램이고, 생략되었지만 죽어갈 때 갈등과 고통도 많았던 듯...보
입니다. 하지만 시간날 때 한 번 보시면 노후, 죽음준비에 도움이 되
겠습니다. 죽음에는 나이가 없다고, 아래 기사모음 하단에는 젊은이들
의 앤딩노트도 소개되는데, 가슴이 시립니다. 시간날 때 읽어보세요.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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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시한부 아빠의 마지막 해피엔드 스토리

[영화리뷰] <엔딩노트>가 전해주는 가족의 행복한 이별 이야기
김진수(kjlf2008) 12.11.22 16:49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마지막 프로젝트입니다."

가끔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두렵다. 내 육체와 정신이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둘째 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강제로' 이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과의 이별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한 번 태어난 사람이 죽음을 맞이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항상 '현실에 충실하자'는 결론으로 생
각을 마무리 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40년 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당신이 은퇴하려는데,
갑작스럽게도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면? 혼란에 빠지기 충분하다.
이런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본의 한 아빠에게 실제로 일어난다.

영화 <엔딩노트>는 갑작스럽게 말기암 판정을 받은 스나다 도모아키
씨가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작성해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일본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스나다 씨의 막내딸인
 마미 스나다는 자신이 직접 카메라로 담은 아버지의 모습을 내레이션
을 통해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전한다.

아빠만의 버킷리스트 <엔딩노트>

주인공인 69세의 스나다 도모아키 씨는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놀랄 법도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성실하고 꼼꼼한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살
려 버킷리스트인 '엔딩노트'를 작성한다. <빈틈이 없는지 장례식장 사전
 답사하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손녀들과 한 번 더 힘껏
놀기> 등을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나가며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야위어가지만, 그
는 결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낸다.

그는 직접 자신의 장례를 치를 장례식장을 고르기도 하며, 참석할 사람들
의 리스트도 신중하게 작성하며 여유로움과 신중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가 94세의 노모와 함께 자신이 좋아했던 전복 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
해하는 모습에서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며, 미국에서 자신을 보러 갑작
스럽게 방문한 손녀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을 살짝
 적시기에 충분하다.

 남편 스나다 씨(오른쪽)과 아내인 준코 씨(왼쪽)


가족들 역시 끝까지 온 힘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고, 그가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 응원한다. 이 과정에서
 평소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도 회복해 나간다. 크리스마스 이후, 병세
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보며 아내는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더 많이 사랑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라고 말하
자 스나다 씨는 "사랑한다" 고 답해 관객들의 코끝을 시리게 한다.

결국, 아빠는 세상을 떠나지만, 그가 마지막 한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
은 죽음이 결코 무서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오히려 잘
 준비하면 행복을 선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마침 연말이 다가온다. 가족의 소중함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
는다. 혹시 바쁜 일상생활로 가족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면 이 영화
 한 편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11월 29일 개봉.


-출처: 오마의 뉴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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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죽을 권리 지키자"… 日서 '엔딩노트(ending note)' 유행
도쿄=차학봉 특파원  2014.11.05 05:23

-미야자키市, 노년층에 보급
회복 불가능·혼수상태 대비해 연명치료 여부 미리 정하도록

미야자키시의 '내 마음을 전하는 노트'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자키(宮崎)시는 '내 마음을 전하는 노트'를 고령자들
에게 나눠 주고 있다. 일본 노년층에서 유행하는 '엔딩노트(ending note)'
의 하나이다.

엔딩노트는 고령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작성
하는 문서로 보통 가족에게 전하는 말, 주치의와 가족 연락처, 장례 절차 등
을 기록한다.

미야자키시가 3월부터 보급하고 있는 '내 마음을 전하는 노트'는 일반 엔딩
노트와 달리, 연명 치료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이 노트는 작성자가 의식이
 없어 판단이 불가능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을 때를 대비, 의사에게 치료 범
위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성자는
▲인공호흡기, 심장마사지 등 최대한 치료를 희망
▲인공호흡은 희망하지 않지만, 위에 인공장치를 달아 영양(營養)을
  공급하는 위루술(胃瘻術)을 통한 영양 공급 희망
▲수분(水分) 공급만 희망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의사로부터 병명과 여명(餘命)을 통보받을지 여부,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대신 판단을 내릴 가족 연락처도 기재한다.





미야자키시가 엔딩노트를 만든 것은 작년 7월 실시한 설문 조사가 계기가
됐다.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70%가 '자택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고 답했다.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으면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고령자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 미
야자키시는 의사, 간호사, 호스피스(hospice·완화치료) 전문가와 협의해
엔딩노트를 만들었다.

미야자키시 건강지원과 나가토모 미치코(長友美智子)씨는 "자신이 판단할
수 없을 때의 연명 치료는 가족과 의사가 결정하겠지만, 환자의 의사를 최
대한 존중할 수 있도록 엔딩노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시는 보
건소 간호사 등 300여명을 배치, 고령자에게 연명 치료와 엔딩노트 작성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나가토모씨는 "당장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연명 치료
 여부에 대해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연명 치료 실시 여부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이 연명 치료를 하다 환자 동의 없이 중단할 경우,
 존엄사 등 법적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의료진이 회복 가능성과
 환자 의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명 치료를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도쿄도(都) 하치오지(八王子)시가 고
령자에게 배포한 '응급의료정보' 카드에도 연명 치료 여부를 기재할 수 있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옮겨졌을 때에 대비한 '응급의료정보'에는 나이, 복용
하는 약, 병원·가족 연락처와 함께

▲연명 치료 희망
▲고통을 줄이는 치료 희망
▲자연 상태에서 간병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연명 치료 여부를 서면으로 작성해둔 노년층은 아직 소
수이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1000명을 대상
으로 한 조사에서 연명 치료 여부를 서면으로 작성하는 데 64%가 찬성했지
만 실제 작성한 응답자는 6%에 그쳤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전국 10개
 병원에 연명 치료 여부를 조언하는 상담원을 배치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05/2014110500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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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아닌 힐링... 엔딩노트 적는 美 10대 말기 환자들

세계는 지금 의사결정 권리 주는 사례 늘어
엔딩노트, 2년간 2만부 배포
통증 관리·장례 방법 스스로 결정
남은 시간 집중할 일 등 선택하며
기억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 그려

기획/세계는 지금

꿈 많은 미국 10대 소녀 애슐레이 맥헤일(18)은 지난해 7월 어느 날 본인이 가
장 좋아하는 청바지와 크리스마스에 입으려고 사두었던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카우걸 부츠도 신었다. 애슐레이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 앉아 잘 차린 밥을 먹었
다. 메뉴는 멕시코 음식인 스테이크 파히타와 구운 옥수수였다.

이 날은 애슐레이의 장례식이었다. 임종 장소를 병원이 아닌 오클라호마주 카투
사 집으로 택한 것이나, 입관할 때 입을 옷과 신발, 가족들의 만찬 아이디어부터
식사 메뉴까지 모두 애슐레이의 ‘작품’이었다.

애슐레이의 모친 론다 맥헤일은 “우리가 이 모든 결정을 해야 했다면 경황이
없어 허둥지둥 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성인 전유물이던 웰다잉, 10대 환자도 관심

미국에서 불치병을 앓고 있는 10대 환자들 사이에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 웰다잉은 그 동안 성인 환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환자가 미성년이거나
법적으로 의사결정 권한이 없을 때 의료진은 대개 부모에게 연명치료 여부, 장
례 방법 같은 어려운 선택을 넘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10대 환자들에게 이런 어려운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주는 사례
가 늘고 있다. 10일 사망한 미국 여대생 농구선수 로렌 힐도 같은 경우다. 힐은
 열아홉 살 때 뇌종양으로 시한부 2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존률 0%로 수술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농구팀 코치에게 “경기에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지난해 말 실제로 경기에 선발 출전해 득점까지 올렸다.

지난해 발간된 ‘미국인의 죽음’이라는 보고서에서 소아과 부문을 집필한 파멜라
 S. 하인즈 교수는 “청소년 환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의외로 죽음에 대해 두려움
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대 환자들이 자신의 남은 시
간을 계획하는데 관여하기를 더 선호하고 그런 개입이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암, 심장병, 선천적 기형으
로 인한 10대 사망자 수는 전체 청소년 사망의 11%를 차지한다. 매년 1,700명 수
준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죽음’이란 화두가 날씨 이야기처럼 가벼울 수는 없는 법이다.

환자나 가족들은 누군가 남은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내면
 말을 돌려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대화 자체를 삶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는 신호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10대들이 가족들과 마음을 터놓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미 국립정신건강협회의 정신과 의사 메릴랜드 파오는 “10대 환자들은 가
족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내를 털어 놓기를 편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
했다.

의료진에게도 10대 환자와 죽음을 주제로 대화하기란 고통스럽기 마찬가지다. 많
은 의료진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또 일
부는 이런 대화가 청소년들에게 심리적으로 해롭다고 여긴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이런 대화를 회피하면 청소년 환자들의 두려움과 고립감이 오
히려 심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2년 조사에서 청소년 에이즈 환자들의 56%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죽음보다 더 나쁘다”고 답했다.

필라델피아아동병원 완화의료 담당 소아과 의사이자 윤리학자인 크리스 퓨드너는
 10대 환자와 가족들이 대화를 하면서 ‘죽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대 환자들도 금기로 여겨졌던 주제를 입 밖에 내면
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지 주요 질문
“표현 자체가 치료” 엔딩노트 적기

10대 말기 환자들에게 ‘나의 선택지’(Voicing My Choices)란 엔딩노트를 적으라
고 권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이 노트는 최초로 성인 환자가 아닌 청소년 환
자와 그의 부모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 웰에이징 비영리단체인 ‘존엄하게 나
이 들기’ (Aging With Dignity)가 2년 전 제작해 배포한 이후 지금까지 70곳이
넘는 병원과 10대 환자 가족이 2만부 가까이 주문해 사용했다. 스페인어 이탈리
아어 프랑스어 슬로바키아어로 된 번역본도 있다.

나의 선택지 제작에 참여한 사회복지사 로리 와이너 박사는 “나의 선택지는 청
소년이 남은 시간에 집중할 일들을 선택하고 인생을 긍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며 “환자가 자신이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의 선택지 작성은 간단하다. 질문을 읽고 해당하는 칸에 표시를 하면 된다.
주관식도 있다. 활동지는 통증 관리 같은 의료적 결정부터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
 같은 취향까지 다양하게 묻는다. “나에게 힘과 기쁨을 주는 대상은 무엇입니까?”
 “남은 시간 무엇을 용서하고 싶습니까?” “용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같은 질문도 있다.

애슐레이의 독특한 장례식도 나의 선택지 덕분에 가능했다. 애슐레이가 열일곱
살이던 1년 전, 미국국립보건원(NIH) 병실로 사회복지사가 찾아 왔다. 사회복
지사는 애슐레이에게 나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애슐레이는 핫핑크 색 펜을 들고 “누군가 병문안을 왔는데 내가 자고 있다면
 깨워주기를 바라나요?” “방문객이 울고 싶을 땐 병실 밖에서 울기를 바라
나요? 아니면 당신과 그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를 바라나요?” “의식을 잃었을
 때 생명 유지 장치를 원하나요?” “장례식은 어떻게 진행할까요?”
“컴퓨터는 누가 물려 받기를 원하나요?”
“애완견은 어떻게 할까요?” 같은 질문에 열심히 답을 적었다.

“나를 알기 위해 중요하다”라고 시작하는 애슐레이의 나의 선택지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나는 춤추기를 좋아하고 월마트 복도에 앉아 노래 부르기도
 좋아한다.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고, 용기 있고, 똑똑하고, 과격하지만 귀엽고
살짝 제정신이 아니다.”

퓨드너 박사는 “청소년기는 자아성찰과 정체성 확립 욕구가 강해 내가 누군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 만으로도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네 살 때부터 자가면역질환으로 병원을 오갔던 에린 보일(25)은 최근 죽기 전
“나의 선택지에 내 소원들을 적으면서 마음이 편했고 죽고 난 이후에 대한 걱
정 없이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
일의 시신은 고인 뜻대로 NIH에 기증됐다.

어린 환자들의 위대한 유산, 엔딩노트

10대 환자들에게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일의 필요성을 언제,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 지 정해진 기준은 없다. 의료진이나 혹은 사회복지사의 직관과
경험에 맡길 뿐이다. 퓨드너 박사는 소아암 환자들의 경우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이르게 엔딩노트 이야기를 꺼내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장에선 그러나 환자들에게 나의 선택지 같은 엔딩노트를 소개하는 시기가 너
무 늦어 문제라고 말한다. 의료진이 미루다 엔딩노트 이야기를 꺼낼 땐 환자
들이 이미 무언가를 계획하기엔 상태가 악화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오 박사는 자신이 상담했던 10대 환자의 보호자 사례를 언급했다. 환자 엄
마는 뒤늦게 죽어가는 아들의 꿈이 궁금해졌지만 아들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진 뒤였다. 환자 엄마는 “아들이 열일곱 살이나
됐지만 우리는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후회했다.

와이너 박사는 그래서 치명적인 질병 진단을 받으면 바로 엔딩노트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 심리가 안정적이라는 조건 아래서다.

인디애나주 먼시 출신 대학생 칼리 코크와 그의 가족은 엔딩노트를 대하는
좋은 자세의 예다.

지난해 봄, 열아홉 살 칼리는 울혈성 심부전증 진단을 받고 NIH 집중치료실
에 입원했다. 신장 동맥 90%가 망가졌다고 했다. 칼리는 이전에도 4기 림프
종과 유전면역체계질환으로 생사를 오갔었다. 언니 켈시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간의 사정을 잘 아는 병원 상주 심리치료사는 칼리 엄마 타미에게 나의 선
택지를 소개했다. 타미에게서 “칼리는 남은 시간을 계획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타미는 칼리 머리맡에
나의 선택지를 두고 병실을 나왔다.

칼리도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였다. 그는 “남은 시간을 계획하는 과정은
우울한 일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여러 일 중 하나”라
고 말했다. 칼리는 지난해 7월 어려운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다행히 일상으
로 돌아왔지만 그의 부모는 여전히 칼리의 나의 선택지 사본을 침실 캐비닛
에 보관하고 있다.

타미는 “우리는 이미 한 번 자식을 앞세워 보내봤다”며 “그 때 그 애가
 원했었던 게 진짜 뭔지 궁금했고 그래서 우리는 칼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
었다”고 말했다. 엔딩노트는 어쩌면 세상에 남은 가족들을 위한 어린 환자
들의 위대한 유산일지 모른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원본출처: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85f88709e44c4b86bb193eb4873ba6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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