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3.

[예화] 단 맛의 고추







[예화] 단 맛의 고추


1
한 남자가 시장에 앉아 뭔가를 먹고 있었다.
그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불행해 보였기에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붉게 충혈되고 눈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뭣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지만, 이내
그가 옆에 칠리를 수북이 쌓아 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
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산 고추가 아닌가.

칠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또다시 칠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전보다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마침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는 거요? 한두개 먹었으면 칠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 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는 이유가 뭐요?"

매우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서 그 남자가 말했다.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늘 어떤 종류의 행
복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달디 단 칠리고추에 매달리는 저 인도인 남
자처럼 잘못된 장소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매운
것이 곧 칠리고추의 본성이다. 따라서 그 집착과 희망을 내
려놓는 일은 진정한 단맛(사랑이든 행복이든)의 발견에 이
르는 출발점이다.


2
태양이 내리비치는 인도의 시장에 앉아 칠리를 먹는 남자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녁무렵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괴
로워하며 칠리를 먹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근처 가게 주인이 그에게 물었다.

"그 많은 칠리를 먹어도 단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왜 계속해서 먹고있는 거요?
이 얼마나 고통스런 일이오?"

남자는 이제는 고통에 익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힘들게 참고 먹어왔는데,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지않소? 지금 포기한다면 여기에 바친 내 시간들이
얼마나 아깝고 무의미하겠소?
이제 이것은 희망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문제가 되었오."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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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행동에 번번히 실망하면서도 혹 좋은사람으로 변하
지 않을까 매달리는 여자처럼 우린 헛된 욕망에 매달린다.
행복은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음'이라고 저자는 말
한다.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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