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망상이 불러온 살인 - 엄마를 요리하고 싶다
01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뤼드비크는 눈빛이 어둡고 피부가 아주 창백했다. 그는 젊어보이고, 호리호리하고, 팽팽히
긴장한 것 같고, 머리가 좋아보였다.
뤼드비크가 범죄를 저지르고 이틀 후에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조치하였고, 그곳에서 일주
일 정도 머물렀다. 그당시 작성된 보고서.
"환자는 이웃집에 침입해 일본제 무기로 매우 난폭하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을 가
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이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왔다. 환자는 이웃사람에게 본인 모친의 가
방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흥분한 상태였고, 구류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이 혼미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
했을 즈음, 이웃들과 환자 모친의 직장이 이틀 전부터 모친이 실종되었을음을 알려왔다.
"논리정연하게 진술하며, 정신병으로 사고능력을 상실했다는 징후가 전혀없다.
지속적인 망상요소와 의심은 약물복용의 부작용과같은 정신병리적 문제로 보인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급성행동장애(지속해서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거나 사회적 규
범을 어기는 행동을 나타내는 장애)로 보인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뤼드비크가 실제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환자는 자신의 모친이 부친 몰래 바람을 피웠으며, 그 때문에 자신이 모친을 죽이고 몸통
에서 머리를 떼어냈다고 주장한다."
의사 라울은 뤼드비크가 불안해하고 해석망상증상을 보인다고 썼다.
"환자는 모친의 머리를 요리했다. 생전에 모친이 요리를 무척 잘 했으므로, 모친을 요리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뒤드비크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내 물건을 훔쳐서 남한테 주더라고요.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거죠.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했어요. 내가 확실히 알았어요. 내가 떠날 수
도 있었지만, 그건 인명구조 태만죄 잖아요.
예전엔 어머니가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줬었는데, 그렇게 딴 사람이 된 후론
먹을 게 쿠스쿠스요리 밖에 없었어요."
"나는 어머니의 목을 졸랐어요. 그전에 어머니를 흠씬 두들겨 팼는데, 어머니가 내 앞에서
또 다시 뻔뻔스럽게 거짓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어머니를 확실히 죽이고 싶어서, 어머
니의 목을 잘라냈어요. 그런 다음 머리를 여러가지 향신료와 함께 냄비에 집어 넣었지요.
어머닌 아버지를 서서히 죽이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먹을 걸 전혀 만들어주지 않거나, 작은
접시에 담아줬죠. 아버지는 어머니가 준 음식을 보고 화를 냈어요.
나는 어머니가 귀신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승진한 다음부터 그렇게 된
거예요."
뤼드비크는 프랑스에서 내어났는데, 부모는 동유럽 출신 이민자로 둘 다 회사원이었다.
외아들이던 뤼드비크는 좋은 성적으로 고동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여 석
사 학위까지 땄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한 국제학교에서 자료관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연
애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구류를 산 적이 있으며,
정신과 치료 전력은 없었다.
뤼드비크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부모님은 이혼했었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뒤에 아버지 집에 불이 나서 아버지가 질
식 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어머니 집으로 아버지가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데, 건강이 더 나
빠지는 거예요.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바람을 피우는 걸 내가 봤어요.; 우리를 해치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직장에서 어떤 남자를 잘못 만난 것이었어요. 악령에 사로잡힌 거죠."
어머니가 다른 가족을 해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피해망상에서 나온 주장이다.
"어머니는 우릴 죽일 것 같았어요. 우린 죽을 위험에 처했어요."
뤼드비크가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악몽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자 분위
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알려주는 징후를 보
았다고 했다.
"텔레비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어요. 부엌에 있는 파프리카도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깨워줬죠. 하루는 허리띠를 못찾겠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어머니가 그걸 가져갔
다는 걸요. 허리띠는 아마 팔렸을 거예요."
무엇보다 부친의 몸이 조금씩 변하더니 좀비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 괴물 있잖아요. 아버지가 그렇게 변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아버지는 미라가 되었어요. 내가 보니까 손도 꼭 죽은 사람 손 같더라고요. 살아있는 시체같았
어요. 아버지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망상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요약해석할 수 있다. 일종의 악령에 사로잡혀 사악해진 어
머니는 더는 예전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타인, 복제판, 마녀가 된 것이다.
"어느날 저녁,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부엌에서 뭘찾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넌 기억을 잃
었어."라고 하더군요. 내 정체성을 모조리 부인한 거예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죠."
"나는 어머니를 건드리기도 싫었어요. 그래서 내 쌍절곤으로 때렸지요. 내가 열세살 때 아버
지가 준 선물이었어요. 아버지가 내게 준 사랑의 상징같은 물건이었죠.
몇 번 맞더니 어머니는 바닥에 쓰러졌어요. 내게 "너 지금 뭐하는 거니?"하고 묻어군요. 나는
어머니의 목을 졸랐어요. 칼로 머리를 잘라내고 나서, 여러가지 향신료와 함께 전자레인지에
돌렸어요. 어미니는 늘 쿠스쿠스만 만들었고, 난 쿠스쿠스라면 진절머리가 났어요. 어머닌 일
부러 형편없은 음식을 준 거예요."
뤼드비크는 복수하려고 했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뿐만 아니었다.
"어머니를 죽이라고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셨어요. 나는 하나님의 사자일 뿐이었어요. 신이 내
게 주신 임무였거든요. 끔찍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내가 선택되었거든요."
그는 부엌을 닦아내고, 어머니 시신의 나머지 부분을 씻기고 향수를 뿌린 다음 비닐 봉지에 넣
었다. 마치 어머니의 신체 중 어떤 부분은 능욕해도 되지만 어떤 부분은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중에 경찰이 쓰레기 통에서 나머지 시신을 발견했다.
-발췌출처: 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마갈리 보동 브뤼젤(정신과의사)/ 레지 데코트저(작가)/ 이희정역/푸른지식간/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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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
정의
망상 장애는 정신병적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환자의 현실 판단력에 장애가 생겨서 망상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은 잘못된 생각이며 실제 사실과 다르고, 논리적인 설
명으로 시정되지 않고, 교육 정도나 문화적인 환경에 걸맞지 않는 잘못된 밈음 또는 생각입니다.
망상장애에서 보이는 망상은 정신분열병에서 보이는 망상과 달리 체계적이고, 괴이하지 않는 망상
입니다. 또한 환자는 그 망상 내용에 적절한 감정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망상을 제외하고는 비교
적 일상 생활을 잘 유지합니다.
원인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으나 관여하는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생물학적 원인
광범위한 내과적 질환이나 약물을 비롯한 여러 물질들이 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로 보아
생물학적 원인이 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뇌의 질병 중 변연계와 기저 신경핵을 침범하는
신경과 질환도 망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2. 정신내적 원인
억압된 무의식적인 동성애적 경향이 부정, 반동형성, 투사에 의한 방어과정을 거쳐 편집 상태로
발전한다는 전통적인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적 이론이 존재합니다.
3. 기타 사회문화적인 요인
두 사람 이상이 망상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 이민이나 이주 뒤에 오는 새로
운 문화에 대한 부담, 고독감, 고립감, 경제적 어려움 등에 의한 이민 정신병, 교도소에 격리된
뒤 생기는 교도소 정신병 등이상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망상장애입니다. 그 외 특별한 형태인
소송 편집증은 근거가 없거나 희박한 것을 가지고 소송을 계속하는 경우로 자기 권리를 고집스
럽게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납니다.
증상
망상장애에는 색정망상형, 과대망상형, 질투망상형, 피해망상형, 신체망상형, 혼합형, 불특정형
등 7가지의 유형이 있는데 이들 유형에 따른 증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색정형
중심이 되는 망상은 보통 영화의 스타와 같은 유명한 사람이나 유력한 사람이 자기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망상을 숨기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흔히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나 선물을 보내고 집을 방문하거나 심지어 감시하고 계속 접근하여 접촉하려는 노력을 합
니다. 이런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역설적 행동은 망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말이나 신체
적으로 사랑을 부정하는데도 이 모든 것을 애정을 비밀스럽게 나타내는 증거라고 해석하는 것입
니다.
2. 과대형
가장 흔한 형태의 과다망상은 자신이 어떤 위대한 그렇지만 알려지지 않은 능력을 가졌다거나,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과대망상은 종교적인 내용을 가질
수도 있어 망상을 가진 환자가 종교집단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질투형
망상이 배우자의 부정과 연관될 때 부부 간의 편집증이라고 불립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흔하고,
심해지면 배우자를 말로 혹은 신체적으로 학대를 하고 심지어 배우자를 살해하기도 합니다. 대
개 환자들은 상대방의 시간의 공백, 흐트러진 옷차림, 이불의 얼룩과 같은 사소한 증거를 수집
하여 자신의 망상을 정당화하는데 사용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상 속의 부정을 막기 위해 엄청
난 노력을 하는데 예로써 혼자 외출을 못하게 하거나, 몰래 미행을 하거나 등등의 일들을 합니다.
4. 피해형
가장 흔한 형태의 망상장애로 자신이 음모의 대상이 되거나, 속임을 당하고 있다거나, 추적을
당하고 있다거나, 자신도 모르게 약물이나 독약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악의적으로 중상을
당하고 있다거나, 어떤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방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자들은 때때로 원망하고 분노하여, 자신이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박해자에게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법에 호소하거나, 정부기관에 호소함으로써 이를 해소해 보려고도
합니다.
5. 신체형
가장 흔한 망상은 감염, 피부에 벌레가 서식한다는 생각, 피부나 입, 자궁에서 나는 체취에 관한
망상, 신체의 일부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망상 등입니다. 약물남용이 흔하며 증상으로
인한 좌절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진단-망상장애의 진단(DSM-Ⅳ에 의거)
1. 기이하지 않은, 즉 실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망상. 예를 들면 미행을 당하거나,
음식물에 독이 들었다거나, 세균으로 오염되었다거나, 멀리서 누가 나를 짝사랑한다던가, 배
우자나 애인이 바람을 피운다던가, 자기가 무슨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등의 증상이 최소한 1개
월이상 지속되는 경우
2. 정신분열병의 진단 범주에 부합되는 증상이 없어야 한다.
3. 망상이나 그것의 결과외에는 그 사람의 기능은 심하게 망가지지 않았어야 하며, 행동도 두드
러지게 이상하거나 기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4. 만약 기분장애의 삽화가 망상과 같이 있었다면, 그 기간이 망상이 있어 왔던 기간보다 상대적
으로 짧아야 합니다.
5. 이 장애가 약물이나 남용하는 물질 또한 전신적인 내과적 질병에 의한 직접적인 생리적 과정의
결과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의학적, 신경학적 문제가 의심될 경우, 뇌파검사, MRI, CT과 같은 진단적인 검사
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환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병식)이 없는 관계로 환자를 의사에게 데려오는 것부터 어
려움이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외래로 치료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 입원치료를 고려합니다.
1. 정신적인 원인 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가 요구될 때
2. 자살, 타살 같은 망상과 연관되는 난폭한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을 때
3. 망상과 연관된 환자의 행동이 환자의 가족에게 괴로움을 주어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자신의 사
회적, 직업적 기능을 못하도록 방해가 되는 경우
이런 경우 환자가 입원에 동의하도록 설득을 시도하고, 설득이 안 되면 강제로라도 입원을 시킵니다.
항정신병 약물 등 약물치료와 더불어 정신치료를 통하여 환자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출처: 서울 아산병원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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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9장 편집증의 치료와 증례(2)
피해형-편집증의 사례와 증상
환자는 남자로 46세의 전직 대학교수이다. 그는 부인과 연로하신 부모에 이끌려 병원에 왔다.
병원에 와서도 환자는 “나의 부모나 아내는 내가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절대로 정신병자가 아니다”고 계속 외쳐대고 있었다.
그는 나이보다 대학생활을 늦게 시작하여 얼마 전까지 모 대학 조교수로 봉직하고 있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호봉이 너무 뒤떨어진 것 때문에 항상 불만이 많았고, 자기만 옳다고 하는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원만치 못했다. 1년 전부터 환자는 집에 와서 걸핏하면
“학교 내에서 자기를 모함하는 집단이 있다”, “고의적으로 나의 비행(非行)을 날조하여 학장
에게 일러바치고 있다”, “내 담당과목을 수강하러 신청하는 학생까지도 방해하여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한다”는 등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토로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편이다. 자기 담당시간의 강의만을 제외하고는 자기 방
에 틀어박혀 일체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지냈다. 그러나 강의시간 배당표가 부당하다든가
하는 문제로 흥분해서 교학처에 가서 크게 싸움을 벌인 적은 자주 있었다고 한다. 5개월 전부터
는 학교에서 “나쁜 놈들이 자기를 빨갱이로 몰아 데모하는 학생들과 연결시키려고 한다”는 등
의 말을 하면서 고의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기에 대응해 진정서(陳情書)를
총장 및 문교부 관계자에게 여러 통 발송한 일도 있다. 3개월 전 학과에서 야유회를 갈 때는,
자신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 불참한 사이 또 어떤 모함을 하지 않을까 해서 마지못해 참
석했다.
며칠 후 야유회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하품을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학과 직원에게 갖다 주었다
고 했다. 그때 그는 그 사진이 자신을 모욕하고 망신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누군가가 그런 장면
을 찍었다고 격렬하게 흥분하면서 분노 끝에 사진을 찢어버리고, 사표를 내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그의 행동은 의심이 극에 달하여 극단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사표를 내고 나서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계속 가족을 들볶고 걸핏하면 아무 말 없이 집
을 나가곤 했다. 그리고 집에서 그는 정보기관원이 자기를 미행한다고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 밖을 유심히 살피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내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情)을 통하고 자신의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피해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환자는 정신의학적 진찰에서는 만성적 피해망상이다. 그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피해망상이 있으면서
체계적이며 정교화 되어 있는데다 환각, 지리멸렬 또는 사고연상의 이완 등은 발견할 수 없다. 다
만 그는 피해망상이 주된 증상이면서 의처증을 수반하고 있다. 그러나 의처증도 피해망상에서 비롯
되는 것으로, 자신감을 잃은 심리적 상태가 문제이다.
이 환자의 편집증은 열등감의 원인을 중점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것은 그가 자신감을 회복하여야
만 치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치료자는 어디에서 자신감을 잃어서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발견해야 했다. 자신감은 특성상 능력의 문제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매사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그의 부정인지도식도 점검해야만
한다. 부정적인 시각은 오늘의 자신의 부정적인 존재를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환자에 대한 치료는 그가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이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분노 해소를 시도했다. 그것은 마음 깊숙히
숨겨둔 울분이나 분노를 해소해야만 그에게 감정이 순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가슴 깊
이 묻힌 감정이 부정적 색채를 가진 엄청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부정적 에너지 덩어리는 자
극을 받으면 가공할 만한 폭발력으로 나타난다. 그 자극이란 반드시 합리적이 아니라 주변의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그것을 기화로 폭발하게 된다. 이때 자극을 가한 상대방은 그 폭발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치료자는 그가 치료를 받는 동안에 가족은 물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급적이
면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톤(ton)을 높이지 말고 부드럽게 대응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그것은 그들
이 그의 부정성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게는 조금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는 우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내면에서 맹위를
떨치는 분노도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환자의 분노는 현재의 증상을 초
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에게는 분노의 해소만이 새로운 숨통을 여는 길이기도 했다. 그
는 어느 정도 분노가 해소 된 후에는 치료자에게 자유롭게 의사표현도 하면서 그간에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런 현상은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일단 상당한 증상의
호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변화된 모습은 감정이 순환되어 새로운 정신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가 생명의 공급선인 산소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주관적인 시각으로만 세상을 보던 태도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로써 그는 타인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는 객관성을 담보하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그는 자신
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긴장과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그에게 나타난
이완은 물론 그에게 이런 노력을 계속하는 한에서는 여유로움을 경험하게 만들어 회복될 것을 기
대하게 만들었다.
2. 소송형-편집증
환자는 33세의 남자 회사원이다. 그는 직장의 여러 업무를 전전하고 나서 정신과에 왔다. 환자는
뭔가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는 투덜거리면서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둔통이 몇 개월째 계
속됨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직장근무가 곤란하여 한 달 동안 쉬고 싶은데 병원의 타과
(他科)에서 여러 검사만 하고서는 아무런 병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때 그는 진단서가
필요하면 정신과에나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정신과적 진찰에 있어서 편집성 인격특성으로 인해 직장 및 가정생활에 적응이 원만치 못했다는
기왕력과 환자의 건강염려증적 집착 이외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다. 그래도 환자는 끈덕지게 병가
(病暇)를 위한 진단서가 당장 필요하다고 요구하므로 심리검사를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환자는
비싼 진찰비를 냈는데 진찰을 했으면 진단서를 응당 써 주어야지 무슨 심리검사가 또 필요하냐고
막무가내의 태도를 보였다. 신속한 진단서 발급을 위해서는 심리검사 소견이 필요하다는 점과 다
음 환자의 순서도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끝까지 자기주장만을 거듭했다.
그러자 환자는 곧바로 병원 총무과를 찾아가 노발대발하면서 자신은 진단서가 필요해 비싼 진찰권
을 샀는데 진단서도 안 써주니 진찰비를 변상하라고 우겨대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금 병원장
실을 찾아가 동일한 항변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별다른 효과가 없자 분노에 가득 차 되돌아갔다.
그런지 2개월 후 환자는 갑자기 의료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병원을 상대로 지검(地檢)에 고소(告訴)
를 제기하였다. 정황을 참작한 끝에 소장(訴狀)이 기각되자 환자는 병원에서 지검에 손을 써서 부
당한 판결이 났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지법(地法)에 다시 소장(訴狀)을 내고 역시 비슷한 판결이 나간 다음에는 관계기관과 신
문사 등에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진정서를 수십 통씩 발송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도 몇 년 동
안 거듭되는 고소와 진정서 등을 통해 병원에 괴로움을 주었다.
3) 소송형-편집증의 치료적 대응
이 환자에 대한 치료는 상당히 어렵다. 그것은 소송형-편집증에 대한 치료는 쉽지 않은 편이기 때문
이다. 그래서 이 환자의 증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그 치료적인 원리만을 기술하는 것으로 대신하기
로 한다. 더욱이 그들은 입원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은 스스로 정당한 권
리를 주장하는 것 밖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이면에는 주변 세계에 대하여 의심하는 것이 배경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소송자체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불신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만
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주장하는 모순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문제는 의심을 의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밝혀야 사회가 올바르게 운영된다는 일종의 사명감
마저 갖고 있다.
이들의 치료는 의심을 작동하게 만드는 투사(投射)와 부정(否定)이라는 방어기제를 인식시켜야 한다.
이 투사와 부정은 인격의 부정적 특성을 가진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외부의 것들을 정상적으로 수용
하는 것이 아니라 거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시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이
들에게는 문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여
개선의 여지가 발견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주변 사람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들에게 치료가 더 어려운 것은 이
들의 정신세계가 자기 외의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정의 틀이 방어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그들은 정서적 교류를 단절을 함으로써 자기만의 고
립을 자초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회의 지킴이’로 과대하게 포장
한다.
이들의 방어기제 뒤에는 의심과 불신을 산출하는 미움이 자리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극심한 미움은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극심한 정도이기에 일종의 덩어리로 볼 수 있
다. 그 미움의 덩어리는 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편안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들은 그런
미움으로 가득할 때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심리적 안정감으로 일에 임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신뢰를 갖고 임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하는 일에는 능률이 오르기 어렵고,
이로 인해 그들은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므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데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
에서 이들은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신뢰감을 회복하여 하고, 그러기 위해
서 주변 사람들과는 정상적인 대화와 정서적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편안함을 경험하게 되면 어느 정도 치료의 성과가 나타나 회복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발췌출처: 크리스천투데이 김충렬 박사의 ‘편집증’ [29] 치료와 증례(2)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26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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