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죄와 습관
중국 춘추전국 시대에 복부제라는 사람이 선부라는 고을의 원님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이웃 제나라의 군사들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이
왔다. 복부제는 즉시 성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때마침 추수기여서 성문 밖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 있었다. 백성들은
원님을 찾아가서
“기껏 농사지어 적병들에게 곡식을 넘겨줄 바에야
적이 도착하기 전에 모두 나가서 아무 밭에서나 자기 힘대로
거두어들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복부제는 그들의 청을 뿌리치고 성문을 닫게 했다.
복부제를 존경하던 백성들은 융통성이 없는 결정을 했다며 그를 원망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곡식을 다 수탈 당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
자 적을 이롭게 했다는 죄목으로 복부제는 왕의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는 왕 앞에서
“일 년 지은 곡식을 적병들에게 빼앗긴 것은 아깝기 짝이 없는
일이나 급하고 손쉽다고 해서 남의 곡식을 마구 베어다 먹는 버릇이
생기면 그것은 10년이 가도 고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복부제의 말을 들은 왕은 멀리 내다볼 줄 아는 그의 식견에 탄복했다.
죄를 미워하고 엄히 다스린 사회의 백성들은 비록 물질이 풍요롭지 못
해도 마음을 합할 수 있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는 물질의 풍요나 학식의 높은 수준이 오히려 죄
의 불길에 휘발유를 끼얹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먼 길로 우회
한다 해도 맑은 물가를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모든 사람
들의 바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 편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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