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
[예화] 떠나면 길이 보인다
[예화] 떠나면 길이 보인다
친정어머니가 들려주셨던 이야기다:
“세 마리의 쥐가 있었단다.
한 마리는 하수구로 떠내려 오는 밥알이랑 음식물 찌꺼기를 건져
먹으며 살았지. 추운 겨울에 그것들을 더러운 물에서 건져 먹으
려니 쥐의 털은 물에 젖어 꽁꽁 얼어붙었지. 그래도 그 쥐는 매일
달달달 떨면서 그곳에서만 살다가 죽었지.
다른 한 쥐는 온몸에 똥을 뒤집어쓰고는 냄새나는 똥통에서 똥 냄
새를 풍기며 살았지.
또 다른 한 쥐는 쌀 곳간에 살았어. 사시사철 넘쳐나는 하얀 쌀을
마음껏 먹고 졸음이 오면 따뜻하고 깨끗한 쌀가마니 위에서 쿨쿨
늘어지게 잠을 잤단다.
얘야, 쥐가 다니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니?”
내가 말했다. “아니요.”
“그래. 하수구에 살던 쥐가 곳간에 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길이 정
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하수구에 사는 쥐는 일평생 그 하수
구를 떠나지 못한단다. 더러운 물에 떠내려 오는 밥 알갱이를 주워
먹지 못하면 배고파 죽을까 봐 그곳을 못 떠나고 달달달 떨면서 살다
가 죽는 거야.
똥통에 있는 쥐도 마찬가지야.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견딜 수 없으면
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지. 왜 못 떠나니?”
“그 쥐도 그곳을 떠나면 죽을까 봐 겁나서요.”
“그래. 언제라도 네가 있는 곳이 하수구 같거나 똥통같이 더럽고 냄
새나는 곳이거든 다른 곳으로 가거라.
사람에게도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을 떠나면 금방
죽을 것 같아도 떠나라. 깨끗한 길을 계속 찾아 살거라. 깨끗한 길에
서도 절대로 죽지 않는단다.”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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