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9.
[예화] 금메달 희생
[예화] 금메달
국제 자동차 경주가 1980년 스위스 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렸다.
상금의 규모가 큰 만큼 출전 선수들 모두가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레이서
들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스위스 선수와 이탈리아 선수는 최강의 라이벌로
꼽혔다.
이윽고 출발 신호의 깃발이 휙 내려지자 지축을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그
야말로 목숨을 내건 경주가 시작되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초고속
의 자동차들은 선두 다툼이 치열했다. 질주하는 경주 차의 바퀴들에서는
타이어 타는 냄새와 연기가 자욱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가 과연 사람들의 예상대로 선두에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가 나란히 나섰다. 뒷차들을 저만치 제친 선두의 두 차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러나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코너에서 이탈리아가 발군의
저력을 발휘하여 스위스를 제치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이탈리아가 한 수 위
인 셈이었다.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가 열광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앞서 가던 이탈리아의 차가 방호벽을 무섭게 들이받고
뒤집히더니 부서진 차체는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그 다음 순서는 폭발일
터였다. 이제 누가 보아도 승리는 분명히 스위스 차지였다.
그런데 그 순간 스위스 차가 급제동 소리와 함께 사고 차 곁에 멎었다. 그
리고 차 밖으로 급히 선수가 나왔다. 선수는 차의 비상용 소화기를 꺼내 들
고 이제 막 화염이 일기 시작한 이탈리아 차로 달려가서 불을 껐다. 이탈리
아의 부상 선수는 이내 달려온 구급차에 의해 구출되었다. 그러는 사이 다
른 차들이 이미 골인선을 통과했다.
그날의 우승 금메달과 상금 또한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 후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날의 우승자들도 사람들의 뇌리
에서 잊혀진 지 오래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의 이름, 경쟁자의 생명 위기
앞에서 자신의 우승을 과감히 포기한 스위스 팀의 위대한 레이서 필립 루
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전세계 자동차 경주 애호가들의 가슴속에 진정한 단
한 사람의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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