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7.

[예화] 웅변을 중단해야 할까




[예화] 웅변을 중단해야 할까?

 

 몇 주에 걸쳐 대원들은 어버이의 밤 프로그램을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벽에는 장식물들이 붙고, 소년단원들은 잔뜩 들떠 
있었다. 테이블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졌다.
 
 사회자가 매끄럽게 진행을 해나갔다. 초청을 받아 참석한 학부모들은 어버이의 
날 행사답게 잘 억제된 차분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다음은 지미 데이비스의 웅변 순서였다. 지미가 지난 몇 주 동안 고대하던 순간
이었다. 일어나 단상으로 걸어가면서 지미는 청중 속에 앉은 엄마와 아버지의 얼
굴을 흘낏 쳐다보았다. 엄마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빛나고 아버지는 겉으로 내
색하진 않지만 지미에게 용기를 보내 주고 있었다.
 
 지미는 크고 힘찬 목소리로 웅변의 서두를 장식했다. 그리고 갈수록 더욱 유창하
게 목청을 높였다. 청중이 쥐 죽은 듯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고 지미는 자신
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음을 의식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세상이 눈앞에서 헤엄을 치는 듯했다. 
웅변은 차츰 속도가 느려지고, 더듬거리다가, 마침내 딱 멎었다. 지미는 도무지 그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지고, 자신도 모르고 손을 꼬기 시작했다. 
지미는 절망에 찬 시선으로 맨 앞줄에 앉은 소년단장을 쳐다보았다.
 
 소년단장은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듯이 지미가 잊어먹은 그 다음 문장을 속삭여 주
었다. 지미가 걸작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웅변 연습을 하는 동안 곁에서 들었기 때문
에 단장도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다. 단장의 도움을 받아 지미는 다시 말을 이어나
갔다. 하지만 전과 같지 않았다. 걸작은 이미 손상을 입은 뒤였다.
 
 지미는 또다시 멈췄다. 그리고 소년단장이 지미에게 또다시 속삭여 주었다. 나머지 
2분 동안 웅변은 지미가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소년단장이 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어쨌거나 지미는 웅변을 끝마쳤다. 자리고 돌아와 앉는 소년의 마음은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주눅들어 있었다. 지미의 엄마는 누가 봐도 분통 터지는 표정이었고, 아버지의
얼굴은 창피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청중은 형식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들 역시 소년이 실패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들 소년에게 동정하는 마음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소년단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조용한 눈이 반짝였다. 그가 그다지
큰소리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 채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그는 뭐라고 말했는가?
 
 "나는 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기쁨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은 방금 불행한 실패로 끝나 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광
스런 승리를 거둔 한 소년을 보았습니다. 지미는 얼마든지 웅변을 포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2백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웅변을 끝까지 마친다는 것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큰 용기와 배짱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오늘 지미
가 한 것보다 더 나은 웅변을 들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내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미가 방금 여러분들에게 보여 준 것
만큼 우리 소년단의 정신을 더 잘 나타내 주는 경우는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소년단의 정신입니다."
 
 청중은 일제히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지미의 엄마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자랑스런
 표정을 되찾았다. 소년의 아버지의 얼굴에도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어버이의 날 행
사는 또다시 열기에 휩싸였고, 지미는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목소리로 옆에 앉은 친구에
게 이렇게 속삭였다.
 

 "나도 커서 저런 소년단장이 될 거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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