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4.
[예화] 지연된 출발 - 배려
[예화] 지연된 출발 - 배려
몇 년 전 바람이 괘 쌀쌀하게 부는 어느 겨울 밤이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해가 일찍 저문 뒤라 주위는 제법 캄캄했다.
버스 안에는 찬 기운 때문에 몸을 잔뜩 움츠린 승객들이 드문드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버스가 비탈길로 접어들자, 산기슭 정거장에서 중학
생 한 명이 내렸다. 아마 자율학습을 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학생인 것 같
았다. 그런일이 자주 있는 듯 중학생은 어두운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 쪽으
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익숙한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생을 내려놓은 버스가 그 중학생이 저만치 갈 때까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출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인가?"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얼마 동안 버스는 헤드라이트를 켠 채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물론 승객들도 누구 한 사람 출발을 재촉하기는커녕
아무 불평 없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윽고 멀찌감치 그 중학생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쯤 되자. 버스는
부르릉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앞자리
에 앉은 중년 아주머니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 왜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바로 출발시키지 않는 겁니까?
혹시 배차 시간을 맞추려고 그러는 건가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까 그 학생이 걸어간 길이 몹시 좁고 가파르거든요."
그제야 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좁고 가파른데다
어두운 길을 걷는 그 학생을 위해 얼마 동안 헤드라이트로 길을 환하게 밝
혀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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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가 세상을 살맛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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