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뭘 깨달았는데?
경허스님이 생각난다.
설법으로는 그를 당해낼 사람이 전국에서도 없을만큼에 이르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절에 들어가 제일 먼저 키워주고 가르쳐
준 은사 스님께 인사를 드리러 길을 떠났다.
며칠을 걸어갔는데 한 날은 저녁이 되자 비바람이 몹시 몰아쳤단다.
어느 동네에 당도하여 곧 어느 집 앞에서 대문을 크게 두드리니 한 참
후에야 나타난 집주인이 대문을 뻘조롬이 열고는 경허를 향해
"당신, 살려면 빨리 도망가시오"
란 말만 하고는 급히 대문을 닫아버린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다음 집에서도 똑같은 말만 들었다. 다시 세 번째
집 앞에 서서 문을 막 두드리니, 집 주인이 문을 열자마자 경허는
"왜 이 동네 사람들은 당신 살려면 빨리 도망가란 말만 하는 거요?"
하고 먼저 물었더니 주인의 대답인즉
"이 동네에 호열자가 퍼져서 사람들이 다 죽어가니
당신도 살려거든 빨리 도망가시오"
하고는 문을 쾅 닫아 버렸단다.
'죽는다'란 말을 들은 경허는 자기도 모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도망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녁이 밝아오고 있었다.
자기는 생사를 완전히 해탈했다고 머리로는 생각했는데 막상 다급한 실제
상황에 봉착하니, 자기는 죽으면 안된다는 무의식의 생멸심이 작동하여
밤새도록 죽지 않으려고 도망을 친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옳게 수행하여 득도한 것이 아니었음을 안
그는 방향을 자기가 있던 절 쪽으로 돌리고 말았단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좌선수행을 했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황선목 : 지리산 주지 신부의 참나찾기 中에서
[경허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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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자 虎烈刺 =>콜레라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이 일으키는 1군 법정 전염병. 병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등으로 전파된다. 잠복기간은 1~5일간이다.
원래는 갠지스 강 유역의 풍토병이었으나, 1817년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6차례 크게 유행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과거 한국에서는 호열자(虎烈刺)로 불렸다. 일본어로 虎烈剌(코레라)라고
음차한 것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 '호열랄'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랄(剌)
자를 모양이 비슷한 자(刺)로 잘못 읽은 것에 '호랑이가 맹렬하게 할퀴는
병'이라는 의미가 붙은 것. 꿈보다 해몽이라고도 할 만 하다. 20세기 이후,
일제시대의 신문이나 공문서에는 이를 더 줄여서 호역(虎疫)이라고 기재한
경우도 많다.
-나무위키 '호열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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