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8.
[예화] 스스로 택한 지옥 - 증오
[예화] 스스로 택한 지옥 - 증오
01 증오심으로 허비하는 인생
생후 20개월 만에 고속도로에서 연쇄충돌로 순식간에 숯덩이가 되었
다가 기사회생하여, 어린 몸으로 50여 차례의 수술을 받은 비운의 청
년 조엘 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고 후 18년 만에 열린 법정에서 가해자 운전사에게 말했습니다.
“도트 씨, 당신은 저와 저의 아버지, 어머니의 행복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을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는 빼앗지
못했습니다.
저는 사고 이후부터 저를 환영하지 아니하는 세상 속에서 성장해야
했습니다. 제가 사람들 눈에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날 때마다 질식할 것 같은 응시와
‘저것 좀 봐!’ ‘이봐, 가면 좀 벗지 그래!’
‘입맛 떨어져!’ 같은 모진 말로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증오심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망과 절망
이 또 다른 고통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증오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여운학
02 스스로 택한 지옥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워하다 못해 증오하고, 그를 죽여 버리고 싶다 못해,
그냥 저절로, 내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그 사람이 고통스러운 병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기를 바랐던, 그러면 나는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그를
앞에 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빙긋이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리라,
이를 악물던 그런 황폐한 날들이 내게도 있었다.
증오가 사랑보다 강렬한 것을 알게 되고, 미움 앞에서 사랑은 얼마나 무력
하게 사위어 가는지 알게 되었던 그런 날들이 내게도 있었다.
그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이 결국 나 자신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의 다름 아
니었다는 것도 모르던 그런 날들이….
다시 신앙을 찾았을 때 나는 기도했다.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일랑은 하지 마세요.
설사 그것 때문에 지옥에 간다 해도, 물론 지옥에 가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지금 나는 그 사람만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 말만은 내게 하지 마세요. 하느님…
다른 건 다 돼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당장 그를 용서하라는 계시를 받은 것도 아닌데 나는 성당에 앉아 안돼요,
안돼요. 하며 엉엉 울었다. 사실 지옥은 누가 우리를 억지로 보내버리는 그
런 곳이 아니었나 보다. 곁에 두고 그를 증오하던 마음이, 사랑이 미움 앞
에서 무력하게 사라지던 걸 속수무책 바라보아야 했던 그 시절이, 내 스스로
걸어 들어간 지옥이었을 뿐.
- 공지영, 김영사, <수도원 기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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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불운을 탓하기보다는
내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에 인생을 겁시다.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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