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5.
[예화] 나를 천사로 만든 사람
[예화] 나를 천사로 만든 사람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내가 사는 동네의 한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간호사 돕는 일을 했다.
여름 방학 내내 일주일에 서른 시간 정도를 일했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을
길레스피 씨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서 보냈다.
길레스피 씨에게는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면서 여러 날 동안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어느덧 그는 나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비록 그가 이따금 내 손을 꼭 잡는
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길레스피 씨는 장기간 의식
불명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일주일간 부모님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왔다. 내가
병원으로 갔을때 길레스피 씨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간호사에게 차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그래서 많은 질문을 가슴에 묻어둔 채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자원 봉
사자 일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몇 해가 흘러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주유소에서 나
는 낮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그가 누구라는 걸 떠올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거렸다. 길레스피 씨
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 혹시 다섯 해 전에 의식불명 환자였던 길레스
피 씨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내가 그를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그에게 이
야기를 하며 보냈는지 설명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따뜻한 두 팔로 나를 껴안았다.
그는 자신이 혼수 상태에 있을 때 내가 그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
었고,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그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기와 함께 있는 사람이 한 인간이 아니라 천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길레스피 씨는 자신을 소생시킨 힘은 바로 내 목소리와 내 손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고, 무슨 일 때문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설명했다.
우리는 둘 다 한없이 눈물을 쏟다가 다시 포옹을 하고는,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
졌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길레스피 씨는 내 마음을 날마다 알 수 없는 기쁨으로 채워 주었다.
나는 내가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내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그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천사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안젤라 스터길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음악잡담] 묻지마.. 관광 - 아모르파티 [음악동영상 김연자 - 아모르 파티, Amor Fati] ''묻지마 관광''으로 맺어진 불륜, 치정 살인극으로 막 내려 부산CBS 강동수 기자 ...
-
[상식] 색깔 의미 색채심리 빨주노초파남보 상징 컬러 판단 뇌는 풀을 녹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색깔과 관련해 기분이 오싹해지는 점은 그것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풀이든 뇌든 그 사이의 공간이든 어디든, 물리적 ...
-
[꿈상징] 날아다니는 추락하는 떨어지는 꿈 01 하늘을 나는 꿈 "꿈을 꾸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을 날기 시작했어요. 그냥 팔이 펼쳐기만 했는데 날지 뭐예요. 무섭지...
-
[무의식] 우연의 일치 혹은 정신력의 힘 - 동시성 01 우연을 가장한 의미있는 일치 - 동시성(Synchronicity) "동시성이란 그것을 볼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늘 현존하는 현실이다...
-
[유머] 그놈이나 이놈이나 절도죄와 강간죄로 잡혀온 두 죄수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간범: 당신은 무슨 죄로 들어왔소? 절도범: 나는 길가에 새끼줄이 있기에 주웠다가 여기까지 왔소. 강간범: 아니 새끼줄을 주운게 무슨...
-
[사건실화] Guillermo Vargas 굶어죽어가는 개를 전시한 예술가 병든 유기견을 데려다가 전시회장 한 구석에 묶어 놓고 죽을 때까지 물과 먹이를 주지 않고 닿을 수 없는 곳에 사료로 메시지를 적어 놓은 코스타...
-
[성공예화]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 프랑스에는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고 한다. 손님이 삶은 개구리 요리를 시키면 식탁에는 냄비와 버너가 준비되고 처음에는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
-
[상식] 전체 지하철 각 노선표 1~9호선 분당선 중앙선 경춘선 수도권 전철 -위키백과 수도권 전철은 서울역앞역부터 청량리역까지 개통된 서울 지하철 1호선과 함께 경부선, 경원 선, 경인선과의 직결 운행을 개시한 것을 시초로 ...
-
[이상심리] 놀라는 쾌감 노출증 바바리맨 01 대낮 주택가서·버스안에서…정신나간 ‘경찰 바바리맨’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현직 경찰 간부가 술에 취해 타고 가던 버스 안에서 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