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7.
[예화] 나무와 아버지
[예화] 나무와 아버지
누군가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누군가 내 이야
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이해해 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셀 로젠버그, '비폭력 대화' 중에서
60여년 전, 아버지 손을 잡고 대구 경북중학교에 입학시험을 보러갔다. 문득 아버지가 학교 입
구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가리키며 당신이 이 학교에 다닐 때 심은 거라고 하셨다.
나는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며 꼭 이학교에 입학해 아버지가 공부하던 교실에서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 입학 후 칠성동에 종합운동장이 건설되었다. 운동장 둑에 플라터너스를 심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동원되어 나도 몇 그루를 심었다. 훗날 결혼하여 아버지가 되고나서 아들과 함께
종합운동장을 찾았다. 나늕 플라타너스 앞에서
"이나무는 아빠가 중학교 다닐 때 심은 거란다"하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그래요? "할 뿐, 내가 왜 자기를 이곳에 데려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이었다. 소년시절의 나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 심었다는 나무를 보고 감동했는데 같은 상황에서
내 아들은 별 느낌이 없었다.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준 아버지의 방식이 내 아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았던 것이다.
부자지간의 정을 근사하게 느끼게 해주고픈 아비의 마음은 싱겁게 끝나 버렸지만 얻은 것이 있
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아들과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자식과의 관계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우리는 내가 느낀 것을 상대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생각이 어긋나면 상대에게 오해를 품게된다. 상대의 감정에 이입해
생각하는 것이 공감이다. 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배려다.
공감과 배려의 능력을 키운다면 나이가 들어도 오해로 인한 서운함 등이 없게 될 것이다.
-이근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밋게 살고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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