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6.
[예화] 수다스런 남자
[예화] 수다스런 남자
가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여행을 다니던 나는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 날 밤, 오랫만에 만난 우리는 이런저런 이
야기들을 나누다가 거의 밤을 새고 말았다.
다음 날 반드시 일찍 올라가야 했던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른 기차
를 탔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리에만 앉으면 바로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할일없이 창밖을 보며 풍경이라도 감상할까 했지만, 그저 똑같이 보이는
풍경이 마냥 지겹고 따분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차 안은 차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비어있던 내 뒷자리에서 갑자기 이야깃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누가 탔나보군.'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이야깃소리는 끊
이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
"여보, 벌써 겨울인가봐.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그런데 낙엽이 덮인 길이 너무 이쁘다.
알록달록 무슨 비단 깔아놓은 것 같아.
당신이랑 같이 밟아 봤으면 좋겠다. 무척 푹신할 것 같은데."
"와! 저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 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꼭 노란 비같아."
"여긴 포도나무가 참 많네. 저 포도밭은 참 크다.
저 포도들 다 따려면 무척 고생하겠는데..."
"저기 강 물은 정말 파래. 꼭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말이야.
저 낚시 하는 아저씨는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이제 겨우 잠이 올 것 같던 나는 이런 소소한 대화에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말이 많아? 자기 혼자 다 떠들고 있네. 다른 사람은
입이 없나?'
잠자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나는 속으로 한껏 짜증을 내며 화장실로 향했다.
'앉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봐야지. 도대체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군.'
이런 마음으로 자리로 향하던 나는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순간 잠시 흠칫
했다.
그 자리에는 앞을 못 보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서로 손을 꼭 잡고 계셨다. 여전히 아저씨는 무언가를 계속 속삭이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풍경을 실제로 보고 있
는 긋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남편의 인생을 결정한다>중에서..
------------
전철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 중의 하나는 한없이 떠드는 통화소리.
산에서 가장 불쾌한 일 중 하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이들..
좀 더 이해하면 즐거워 질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남도 생각해 줬으면 한다.
-연우생각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사랑상식] 사방지 임성구지 남자인 여자 이야기 [양성자 동영상] 1548년(명종 3년) 11월 18일자의 ‘명종실록’을 보면 함경 감사가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곤란한 일로 조정에 장계를 올리고 있다. 장계 내용에 의하면 ...
-
[상식] 색깔 의미 색채심리 빨주노초파남보 상징 컬러 판단 뇌는 풀을 녹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색깔과 관련해 기분이 오싹해지는 점은 그것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풀이든 뇌든 그 사이의 공간이든 어디든, 물리적 ...
-
[꿈상징] 꽃 꽃다발 주다 받다 시들다 피다 꽃말 01. 꽃을 꺽은 후 시들은 꿈 꿈에서 내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인지 환한 햇살이 눈에 비치 어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는데, 거기 웬 상자 ...
-
[유머] 사오정 씨리즈 모음 ◆삼장법사...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먼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악당이 나타나 냅다 소리를 쳤죠. "야!! 손오공이 누구야!! 빨랑 나와!!" 그 때, 사오정이 앞...
-
[상식]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과 같다 -개에 대한 상식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과 같다는 것이 사실인가? 작은 개가 큰 개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오래 살 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표준이 되는 공식은 없다. 그러나 제안되었던 더...
-
[죽음] 마약중독사 환각이 아닌 고통스런 죽음 ------------------------------------------- 이 문서를 보는 여러분 중 만약 마약중독에 빠졌다 생각되거나 지인이 그러한 경우가 있다면 한국마약퇴치...
-
[꿈상징] 가면 탈 복면 마스크 꿈 얼굴숨기는 00 꿈에 마스크가보이면? - 꿈에 마스크가 보이면 감기 조심하라는 예지몽입니다. 자기 건강을 챙기라는 것이지요. 가면이면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 사람에게 속아서 사기 당할 우려가...
-
[공포사건] 치매걸린 할머니, 곰국 사건 내가 본 글 중, 충격적인 글하나 올려드리겟음 몇 년 전의 일이다, 응급실에서 외래로 연락이 왔다. 전화를 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진정이 안되고 떨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충...
-
[꿈상징] 꿈속의 형제 자매 누이 동생 언니 형 가족 00 꿈을꿨는데.. 아마 꿈속에선 설날이거나 설날 전날이였던거같아요 사람들도 많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큰언니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고 그걸보고 신기하다 생각하고있었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