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6.

[신앙논단] 솔직한 신앙고백- 한겨례신문






[신앙논단] 솔직한 신앙고백- 한겨례신문





 성직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당할지 모른다. 특히 성직자는 근엄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며, 화장실
에 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박제로 믿는 이들에겐 더욱 그렇게
비칠 수 있다.

 경남 마산 구암동성당의 이제민(54) 신부가 그런 사람이다. 그가 자전적 신학에세이
로 쓴  '그분처럼 말하고 싶다'(생활성서 펴냄)에선 '발가벗은 신부님'을 만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고, 지금도 그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따위의 주변 얘기라면 별다
른 충격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줏대없이 들어간 신학교' 얘기 등 일기장에나 털어놓을 법한 사연들이라면 조
금은 당황스러워진다. 게다가 자신이 '무신론자'라는 고백에 이르면, '저럴 수가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법하다.

그는 신학교 입학 뒤 오히려 신학에 흥미를 잃고 의심만  늘어갔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무신론'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신은 없다'라는 주장에 당황했지만, 그 주장이 어떻
게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나는 거기에 금방 동의해 버렸다. 그때까지 내 인생의 전부였던
하느님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한꺼번에 거짓이거나 인간이 꾸며 낸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다.

이 물음에 답변할 선생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부정한 것은 하
느님이 아니라 우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독일 유학시
절 "대부분의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라너의 글을 발견했을
때 그는 무릎을 쳤다. "몹시 통쾌하고 기뻤다"고 그는 말한다.

"인간은 하느님이라는 말을 쓰면서 우상 숭배자가 될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
하면서도 하느님을 인간에게 폭력을 가하는 무서운 하느님으로 만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다른 문화를 미신으로 여긴 수많은 그리스도교의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우상
숭배자라고 박해한 원주민들보다 더 우상 숭배자였을 수 있다. 그들이 전한 하느님이 정
말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이었다면 원주민들에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불상 파괴사건이라든지 남의 종교를 우상숭배 집단으로
모는 행위는 우상 숭배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행위다." '원효와 그리스도'를 박사논문의
주제로 삼은 그는 원효와 14세기 스위스의 순례자 클라우스를 통해 우리의 인생 무대에
나타난 모든 사람들, 또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신앙인들이 가장 위대한 신학자임을 깨닫
게 된다.

우상숭배와 고정된 언어의 틀에서 해방되어야 교회가 비로소 인간 구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이처럼 기존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데 열심이었다. 그 결과 1997년
교황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한국천주교 주교상임위원회에서 발행되는 잡지나 책에
글을 싣지 못한다는 통보도 받았고, 광주가톨릭대학 교수직을 그만둬야 했다.

독일 함부르크성당으로 부임을 준비 중인 이 신부는 "'세상이 교회를 축으로 돈다'는 교회
중심주의에 머물던 교회가 2차 바티칸공의회로 교회와 세상이 불가분의 관계를 인정해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며 "내 글을 싫어하는 것은 그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출처 : '우상'의 언어로 하느님을 섬기지 마라
한 겨 레 2002-01-26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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