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0.

[상식] 변신은 유죄인가 화장하는 사람들






[상식] 변신은 유죄인가 화장하는 사람들











 


[화장전과후 - 같은사람으로 믿기십니까?]





"화장 지우면 절대 못 알아보는 여친의 비밀"

최종수정 2012.11.23 20:15



[아시아경제 조서희 기자] '여자들의 화장 과정'이 화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여자들 화장 과정’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게재됐다.



공개된 ‘여자들 화장 과정’ 게시물에는 여자들이 민낯에서 화장을 거쳐 미녀로 변신

하는 과정이 단계별로 자세하게 나와 있다.



게시물에 따르면 1단계 생얼(민낯)부터 시작해서 렌즈를 끼고 비비와 베이스를 바르면

기초화장이 끝난다. 이어 섀도우, 마스카라, 하이라이트, 컨실러 등 색조 화장을 한다.

여기에 앞머리를 내리고 고대기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넣어준 후 헤어핀이나

 머리띠를 하면 완성된다. 쌍꺼풀이 없는 여자들은 쌍꺼풀 액을 이용해 쌍꺼풀을 만들어

 주면 끝난다.



'여자들 화장 과정'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 나도 저렇게 하면 미녀 되는거야?",

"여자들의 화장 너무 복잡해"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조서희 기자 aileen2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출처: 아시아경제

http://m.asiae.co.kr/view.htm?no=2012112306345733476#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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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여자 민낯이 민폐인가? 자신감 가져요" 당당한 소신

입력2018-06-29 11:07수정2018-06-29 11:07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민낯 공개로 화제를 모은 방송인 박은지가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박은지는 29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메이크업 전후 영상 기사가 많이 떴더라고요"

라고 운을 떼며 심경글을 게재했다. 




그는 "비포 사진 보고 저 대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깜짝. 정말 괜찮다"며 "화장 안한 민낯도

 화장한 얼굴도 다 같은 나. 저만의 메이크업 노하우로 색다른 느낌과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자기 만족"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박은지는 "우린 다 고유의 아름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저는 그저 영상을 보는 분들이 그

아름다움을 찾게 도와드리고 싶을 뿐"이라며 메이크업 전후 영상을 게재한 이유를 밝히며 소신을

드러냈다.







끝으로 "여자들 생얼 민낯이 어때서. 부끄러워해야 하나? 민폐인가요? 자신감을 가집시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언니 예뻐요", "당당한 자신감 멋있네요", "전 오히려 영상 보고 더

좋아졌어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28일 박은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민낯을 공개한 뒤 순차적으로 메이크업을 해나가는 모습의

 영상을 게재했다. 부은 얼굴과 화장 이후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에 해당 영상은 많은 화제를 모았고,

 일부 네티즌은 그의 민낯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은지가

당당한 입장을 전했고, 더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데뷔한 박은지는 2013년 퇴사 후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전향했

다. 다방면에서 맹활약한 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652656#csidx4964732d1da8f7f90f90beb3a7c6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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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하면 흉 안 하면 조롱, 어쩌라고!

등록 :2018-07-17 18:25수정 :2018-07-17 22:55



조르주 쇠라, <분첩을 가지고 화장하는 여인>, 1889~1890년, 캔버스에 유채, 런던 코톨드 미술관



대학을 졸업하고 6년간 일간지 기자로 일했었다. 수습기자 시절, 나는 잠을 3시간도 못 자며 새벽

까지 경찰서와 병원 응급실을 돌곤 했었다. 그렇게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할 때도 나는 화장

하고 다녔다. 여기자도 얼마 없던 시절이라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는 걸 알 때였다. 화장을 안

하고 머리는 떡이 진 채 다니면 “쟤는 여자도 아니야. 자기관리가 엉망이지”라는 흉이 잡히고, 화장

을 하고 다니면 “수습인데 화장할 정신이 있는 거 보면 일을 대충대충 하나 보지?”라는 흉이 잡히

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욕먹을 거라면, 내 몸을 추스르고 다니면서 욕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여성 기자’라는 특수한 환경을 벗어나면 이 같은 딜레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

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어느 날 나는 엄마가 되었고, 처음 하는 육아는 나를 매일 ‘멘붕’에 빠뜨렸다.

밤샘 모유 수유 때문에 잠은 늘 모자랐고, 천 기저귀를 썼던 터라 빨래는 항상 산더미.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거울을 보게 되었다. 거울 속에는 웬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는 퀭한 눈을 한 채, 늘어진 모유 수유 티를 입은 한 여자.



그때부터 나는 아이와 외출할 때 아무리 피곤해도 화장을 했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비난받을 이유가 될 줄이야. 어느 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밖에 나갔더니, 웬 모르

는 할머니가 “아이 옷을 이렇게 얇게 입혀서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라고 한참 꾸짖으셨다.

‘내 아이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하고 좋은 마음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마지막 한마디가 맥을 탁

 풀리게 했다. “(애는 이렇게 입혀놓고) 화장할 정신은 있었나 보네”



한국 사회에서 ‘아줌마’는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모멸적인 단어로 소비되는지 나는 잘 안다. 인터

넷만 켜 봐도 어린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눈곱 낀 눈에다가 안 감은 머리를 야구모자로 감추고, 펑

퍼짐한 몸매의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애 엄마는 일단 미모를 포기한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조롱받는다. 그런데 애 엄마가 화장하고 잘 차려입으면? ‘애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의

심받는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의 <분첩을 가지고 화장하는 여인> 속에

등장하는 마드레느 노브로크(Madeleine Knobloch)도 ‘애 엄마’였다. 쇠라의 모델이면서 애인이었던

 그녀는 쇠라의 아이까지 낳았지만, 쇠라의 부모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숨

겨진 여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화장을 한다. 그런데 표정이 영 꺼림칙하다. 마치 억지로

화장대에 앉은 듯 퉁퉁 부은 표정이다. 썩 예뻐 보이지도 않고 살집도 있는 그녀에게 “애 낳았다고

모델일 포기하고 그냥 퍼진 거니? 화장이라도 하지그래?”라고 쇠라가 지청구라도 했던 걸까. 하지만

 그녀가 화장하고 자신을 꾸미는 데만 열중했더라면 아마도 누군가에게 ‘허영 많은 여자’라고 손가

락질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애 엄마가 아니더라도, 기자가 아니더라도 이 딜레마는 모든 여성이 겪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괜히 ‘꾸미기 노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화장하는 여성에 대한 이 같은 이중

시선 속에서, 오늘도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화장품을 집어 들다 멈칫한다.

이유리 작가 sempre80@naver.com





원문보기: 한겨례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853689.html#csidxbf7e3e6f6c3beba9247e7167b5f4827











[이정도면 화장이 아니라 마술수준인듯..ㅋ]





[할로윈화장... 이 아니라 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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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가 어때서? 나는 나일 뿐"

[사소한소다] <12> 남자의 화장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02년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서로의 피부를 바라보며 "남자도 피부의 잡티를 제거해

야 한다"고 설파했던 광고 멘트다.이 광고는 '꽃미남'의 첫 번째 기준으로 피부를 제시했고 남자도

 컬러로션(BB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렇게 한국 남자들은 BB크림을 알게 됐고 화장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자와 화장은 가까운 듯 하면서 먼 관계다. 그루밍족(꾸미는

 남자)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남자들에게 권장되는 화장품 종류는 아직도 BB크림이나 마스크팩 등이

 전부다. 현대 화장술의 힘을 빌어 색조 메이크업으로 조각 같은 얼굴을 만드는 것은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화장하는 남자’도 대세가 될 수 있을까. 화장은 여성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성 역할을 규정짓는 것일 수 있다.



금남의 구역이나 다름없는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즐기는 것을 널리 알리는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뷰티채널에서 활약하는 남성 뷰티크리에이터 레오제이, 문군,

후니언, 임파, 화니 등 5명을 만나 남성의 화장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뷰티크리에이터 임파는 메이크업을 기술을 통해 ‘못생긴 남자에서 흔한(평범한)

남자로 변화한다’는 모습을 재치 있는 영상으로 담아 내 인기를 얻었다.

“난 화장하는 남자”



유튜브에서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린다. K뷰티의

 활약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는 뷰티 영역에서도 씬님, 라뮤끄 등 여성 뷰티크리에이터들의 인기는 하늘

을 찌른다. 여기에 최근 1년 사이 남성들이 뛰어 들었다. 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참고 삼아 제품 활용법

을 설명해주는 영상은 물론이고 재기 발랄한 메이크업을 실험하거나 이 과정을 보여주는 튜토리얼

(Tutorials) 영상 등으로 인기를 끈다.



이들은 어떻게 화장에 빠져들었을까. 현재 남자 뷰티크리에이터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레

오제이(본명 정상규·25)가 화장에 눈 뜬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여드름이 고민거리였는데

 여학생들의 화장기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메이크업 노하우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4명의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같은 대답이었다. 이들 역시 화장을 외모 콤플렉스를 가리는 도구로

활용하다 매료됐다. 문군(본명 문성식·27)도 “쇼호스트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려면 미용실을 찾아가 메

이크업을 해야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내 외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을 찾으려고 스스

로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 화장기술이 늘었다”고 말했다.



화니(본명 김지환·24) 역시 사춘기 시절 여드름을 가리는 법을 찾다가 화장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화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찾아보고 싶은데 남자들을 위한 정보가 적었다”며 “내가 직접 배우고 연

구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화장하는 남자가 어때서



'화장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

던 것처럼 화장대에 앉는 모습을 해서는 안 될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레오제이는 “초기에 메이크업 동

영상을 올릴 때 부모님께서 화장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꼭 알려야겠냐고 말리셨다”며 “안정적 직장 대신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지지해주신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날 선 시선을 던지는 이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화니는 “화장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본 남자친구들이 ‘기생오라비’라고 놀리거나 ‘관심종자(관심 받고 싶어하는 사람)’라고 비난

했다”며 “여자친구들은 오히려 화장품을 소개해 주며 응원해 줬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화니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화장품을 몰래 발라서 화장을 하는 모습을 부모

님이 새삼스러워하지 않으셨지만 영상으로 공개하는 것은 꺼리셨다”며 “지금은 팬이 늘어나면서 가족들

도 격려하고 조언해준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반응도 이들이 만든 다양한 영상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후니언(본명 박상훈·24)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욕설과 함께 ‘남자가 왜 화장하냐’ ‘게이 아니냐’며 비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며 “불편하

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얼굴에 맞는 화장법을 찾아 직접 바뀐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파(본명 임태현·25)는 “처음 만든 영상의 주제가 ‘못생긴 남자도 메이크업을 통해 잘 생길 수 있다’

였는데 남자들이 직접 사회관계형서비스(SNS)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며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화장이 여성들만의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있다는 보람이 크다”고 설명했다.





남성 뷰티크리에이터인 레오제이는 전문가 못지 않은 화려한 화장술로 유명 연예인이나 캐릭터들을 묘사

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장 전 모습, 걸그룹 투애니원의 멤버 씨엘, 베트맨의

 악역 조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탑의 화장법을 재연한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남자가 화장해도 괜찮아요”



그렇다면 화장하는 남자들을 왜 삐딱하게만 보는 것일까.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식으로 성 역할을 규정하는 잘못된 고정관념 탓이라고 주장했다. 후니언은 “평소 말투와 제스처가 여성스

러운데 일상생활에서 화장을 진하게 하니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말해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남자다움이란 말투나 몸짓처럼 외형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에게 남자

다움은 당당함”이라며 “화장과 유머라는 재능을 살려 영상을 만드는 게 내 일”이라며 “자기 일에 당당하면

 남자다운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레오제이 역시 사회에서 학습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문제로 봤다. 그는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이 나와 맞지 않았다”며 “나는 화장으로 내 콤플렉스를 감추고 장점을 살리며 자신감을

되찾는 게 내 남성성을 살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이들은 모든 남자가 화장할 필요는 없지만 화장을 원하는 남자들에게 ‘화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자존감과도 연결된다.‘외모 콤플렉스’로 무너진 자존감 회

복에 화장이 도움을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레오제이는 “예컨대 내 눈썹은 산이 뾰족해 ‘화난 인상’이

 강했는데 눈썹을 일자 모양으로 다듬었더니 인상이 순하게 변했다”며 “메이크업은 외모의 장점을 찾아

주면서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도 화장하는 시대가 왔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뷰티크리에이터들. 이들은 화장에 대한 애정이 굳건

했다. 그렇다 보니 "여성스럽다"는 핀잔을 넘어 "게이 같다"며 딴지를 걸거나 "고추를 떼라"는 막말쯤 웃

음으로 흘려 버린다. 대신 이들은 “남자들의 칙칙했던 피부가 BB크림 덕에 환해진 것처럼 이제 색조화

장의 마법을 만나 다채로운 개성을 경험할 차례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박고은PD rhdms@hankookilbo.com

한설이 인턴PD,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3)





-원본출처:한국일보

http://hankookilbo.com/v/cb2f51da91644ee69b5ffa17f0823e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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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5] 일주일 동안 화장 안 하고 출근해보니

Posted : 2018-06-23 08:00



여자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꾸밈 노동’을 그만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팀장의 제안에 아침마다

 화장하기도 귀찮은데 “잘 되었다!”라며 덥썩 미끼를 물었다. '일주일 동안 화장하지 않고 지

내보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팀장은 화장 안 하고 출근하기는 물론이고, 백화점에도 가고, 어른들도 만나고 오고 사람들의

 반응을 잘 관찰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19세기 여성들이 가느다란 허리를 위해 고래 뼈로 만든 '코르셋'으로 신체를 구속했다면, 이

시대 여성들은 마른 몸매에 완벽한 피부표현, 커다란 눈매를 위한 인조 속눈썹, 어리고 생기있

어 보이는 볼 터치와 계절과 화장법에 맞는 입술 색조 화장품으로 미의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

한다.



여성의 몸을 압박하는 코르셋은 지난 세기의 유물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그대로 남아 다양

한 형태로 변주되며 여성의 몸을 옥죄고 있는 건 아닐까?



탈코르셋이 단순히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분야는

화장이다. 습관처럼 하던 화장을 멈췄다. 먼저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는 바르되 색조 화장은 전혀 하지 않고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옷은 평소와 같이 갖춰 입는다. 탈코르셋은 과도한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아무렇게

나 입는건 아니다.



첫날엔 어색해서 자외선 자단제를 바르고 선글라스를 쓰고 외출했다.



가장 처음 들은 말 : “오늘은 회사 안 가시나 봐요?”

평소와 같은 출근길, 경비원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나에게 “오늘은 일 안 나가시나

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닌데…



두 번째 들은 말 : “어디 아파? 입술 색이 없어”

화장을 하지 않을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바로 입술화장이었다. 눈화장이나 눈썹 화장, 잡티를

 가리는 컨실러는 사용하지 않아도 입술 색이 없는 편이라 꼭 틴트는 발라야 할 것 같았다.



급기야 틴트를 바르는 일이 대단한 유혹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틴트를 발라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주머니에 틴트를 따로 챙기기까지 했다. 여차하면, 이번 프로젝트를

 '실패'로 돌리려는 내적 갈등이 일었다.



결국 동료에게 ‘입술 색이 없다’는 지적이 돌아왔다. 오늘따라 얼굴이 흙색(?)이라는 말도 함께.



세 번째 들은 말 : “그래도 화장을 하고 다녀야지”

가족들은 내 민낯을 보더니 "그래도 화장을 하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활동을 하는데 때에

 따라 맞는 복장이 있는 것처럼 여자에게 화장은 기본적으로 갖춰 입는 '옷'과 같다는 거다. 화장

하지 않은 여자는 '게으르다'는 편견도 있었다. 늦잠 자서 화장 안 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해보니 시리즈 35] 일주일 동안 화장 안 하고 출근해보니

△ 화장품 파우치가 때로는 두개가 된다. 무게가 상당하다.



매일 화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 23분, 아침에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고 나서면 '2분'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농담처럼 건네는 말 속에는 "여자의 화장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

내가 있는 디지털 뉴스팀은 자유로운 분위기라 화장하지 않은 여성도 많고, 화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 나쁠 정도로 얼굴에 대한 지적을 들은 일은 없었다.

다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내 안의 '코르셋'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엔 충분했다.



미션을 수행하러 백화점에 갔을 때 특히 주눅이 들었다. 화장하지 않았으니 나를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완벽하게 화장한 얼굴이 여자의 무기(?)처럼 여겨진다는 건, 외모를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뜻 아

닌가. 여성을 외모로 줄 세우고,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에 반감을 품는 나도 그런 편견을 체화하고

 있었다.



동시에 타인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거나 묘사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거리낌 없는 사회라는 깨달

았다. 민낯을 지적하는 사람들 모두 타인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거나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타

입이었다.



화장하는 걸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과한 화장을 기본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의 꾸밈

노동을 부추긴다. '탈코르셋'이 궁극적으로 나가야할 방향은 서로의 외모에 대한 지적과 편견을 입

밖으로 내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이 아닐까?

일주일동안 화장 안 한 얼굴로 살면서, 꾸밈 노동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실적을 올려야 하는 은행 4년 차 행원, 아침마다 틴트를 바르는 여학생, 탈-코

르셋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대학생이 그 대상이었다.



◇ 은행원(여·29세·4년 차)과의 인터뷰



기자: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혼나거나 지적받은 일이 있는지?"



-은행원 A 씨: 있다. 유니폼을 입는 직업이긴 하지만, 암묵적으로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남자는 아무도 화장하지 않는데 여자만 화장한다.



웃긴 건 남자 상사들은 뭐라고 한 적 없다. 여자 상사가 "○○씨, 립스틱 좀 바르지?"라고 말했다.

오히려 여자가 여자에게 화장을 강요한다.



본인도 신입 행원 때부터 화장하라고 지적을 받았다면서 후배한테도 강요하더라.



기자: "아침에 화장하고 출근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은행원 A 씨: 그래서 출근한 뒤에 화장한다. 그런데 얼마 전엔 상사가 "미리 화장하고 오는 게 더

보기 좋다"고 말했다. 여자와 여자의 문제라기보단 세대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은행에서 성희롱 방지 교육 같은 걸 많이 하고 징계도 적극적인 편이라 오히려 남자 직원들은 입조

심을 하는 편이다.



기자: "화장을 안 하고 업무를 본 적 있나?"



- 없다. 방송하면서도 모두 화장을 하지 않나? 얼굴이 지저분하면 나라도 화면 보기 싫을 것 같다.

방송은 남자 아나운서도 여자 아나운서도 모두 화장하니까 공평하고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은행은

 여자만 화장한다.



◇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틴트를 늘 챙기는 중학생(15세·2학년)



기자: "엄마가 틴트를 바르라고 먼저 권유하는 장면을 봤다. 아침마다 틴트를 바르고 학교에 가

는지? 귀찮진 않은지?"



- 화장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으시는 편이다. 토요일에 친구들하고 약속을 잡을 땐 눈화장도 하

고 나간다.친구들끼리도 화장품 정보 교환도 하고 예뻐 보이면 좋은 거 아닌가? 자기만족 같다.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들어봤는지?"

- 제 생각엔 화장이 불편하거나 학교에서 화장 꼭 하는 게 규칙이면 싫어질 수도 있는데, 화장하는

 게 재밌다. 그리고 화장 안 하면 스스로가 못생겨 보일 때도 있어서 화장하면 예뻐지니까 기분 좋다.

 화장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어른들이 더 싫다.





◇탈코르셋 운동을 열심히 하는 대학생(4학년·26세)



"탈코르셋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뷰티 유튜버가 탈코르셋 한다고 말해서 알게 되었다. 화장품을 부술 정도로 용기 있진 않지만,

화장 안 하니 기분이 좋았고 화장이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약간 '이 좋은 걸 왜 안 해?'라면서

전도하는 기분? (웃음)



[해보니 시리즈 35] 일주일 동안 화장 안 하고 출근해보니



△ 탈코르셋을 선언한 뷰튜 유튜버 '우뇌'

"탈코르셋 하니까 좋은 점은 뭔가? 아침에 화장 안 하니까 나도 편하긴 하더라."



-취업 준비하면서 느낀 걸 말해보면…. 회사 면접 볼 때 여자 중 일부는 아침에 미용실을 다녀온다.

면접용 메이크업도 있다. 하지만 남자는 그냥 깔끔하게 면도하고 가면 된다. 여자도 깔끔하게 세수하

고 가면 안 되나? 면접용 옷을 사는 것도 돈인데 여자라서 한가지 관문이 더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나도 기초 화장품 바르고 피부 노화도 신경 쓰인다. 하지만 과한 돈을 들이는 일은 다른 것 같다.

 여자라서 드는 비용에 대한 과감한 생략을 해보자는 거다.



학생이고 취준생이라 한 푼이 아쉬운데 압박에서 벗어난 거 같아서 좋다.



"본인이 탈코르셋을 해도 사회가 여전히 코르셋을 조이고 있다. 초등학생도 화장하고, 전에 인터뷰한

 중학생은 엄마가 틴트를 챙겨준다."



- 맞다. 미디어가 조장한다. 어린이들도 화장하라고 부추기고. 걸그룹같이 보이게 하고. 다행히 요새는

 경각심을 가지는 언론도 많고 취재도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 무조건 애들한테 '화장하지마!'라고 하지

말고 페미니즘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많은 여자가 화장 안 하면 "아 화장이 필수가 아니구나?","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선택이구나?"

하고 누군가는 생각하지 않을까?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화장을 강요하듯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한 반감도 있다."



- 앞서 말했듯 방식이 좀 잘못되었을 수 있다. "좋은데 왜 안 해?"라고 말하는데 그게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고.사실 화장만 안 한다뿐이지 여전히 빡세게(?) 꾸미는 여성도 많다.

갈 길이 구만리다.



여성 중 탈코르셋을 하든 하지 않든, 외모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탈코르셋'은

 타인의 기준으로 만든 압박을 버리는 일이며 타인의 외모를 함부로 재단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라

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뿐이었지만 내게 화장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 자유는 곧 '꾸민 나'에게 만족했던

시간만큼, '꾸미지 않은 나'라는 자유를 알게 해주었다.



문제는 화장이 가벼운 선택인 사람도 있지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거다. 한

영화관은 티켓 판매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화장에 대한 기준을 요구해 논란이 된 적 있다. 붉은색 립스틱

과 스타킹이 갖춰지지 않으면 '복장불량'으로 지적했고, 백화점 판매 사원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만 완

벽한 화장을 요구한다.

언제나 '용모단정'의 기준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엄격하다.



학생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여자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여자는 다리가 굵으면

매력이 없다"는 말과 함께 성차별적인 발언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여전히 숨쉬듯이 여성에게 외모의 중요성을 주입시키고, 그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다.



[해보니 시리즈 35] 일주일 동안 화장 안 하고 출근해보니



△ '알바 복장' 규정에 항의하는 알바노조원들



여성은 입사 면접에서도 화장이 기본이다. 누가 민낯으로 면접에 들어갈 수 있을까?



단순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편의점, 음식점,영화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45%가 화장이나

옷차림 등 외모 통제를 경험했다(알바노조 2017년 495명 대상)

알바를 하기 위해 화장품을 구입하고, 기업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예상에 없던 지출을 한다.

여성에게 꾸밈노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성적 대상화로 인한 지출을 요구한다.



여성에게 화장이나 꾸밈이 가벼운 '선택'이 될 날이 곧 올까? 여자에겐 선택처럼 위장된 강요가 곳곳에 있다

는 걸 깨닫는 이 시간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며, 일주일을 정리한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출처:

http://www.ytn.co.kr/_ln/0103_20180623080009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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