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6.

[음악편지] 20분 만에 열린 문 Lisa ekdahl the lonely one






[음악편지] 20분 만에 열린  문 Lisa ekdahl  the lonely one









[음악동영상 Lisa ekdahl the lonely one ]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 한밤중에 전화 벨소리에 깨어났다.

전화를 받으니 미안해서 그러는듯 작게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녀님이신가요? 저는 환자의 어미되는 사람인데

우리아들 좀 방문해 주실 수 있겠어요?"



현재의 상태를 말해 보시라고 했더니 아들은 후두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상태라고 했다. 약을 복용해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여 가족 모두가

잠을 잘 수 없단다.



나는 메리 트레이시 수녀님을 깨웠다. 지금 당장 방문을 해야 하는 급한

환자라고 했더니 수녀님은 금세 "가야지요"하시며 가방을 챙기셨다.



이문동 방면이었다. 노선버스도 없고, 전철도 닿지 않으며, 우리에게는 방

문시 이용할 차량도 없다. 할수없이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종성이의 어머니는 추운 겨울날 밖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고

 계셨다. 우리와 종성이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물네 살의 꿈많은 청년에게 어느 날 후두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암의

진행속도는 빨라서 어느새 입으로 전이가 되었다.



아담한 한옥집 현관을 들어서자 암 특유의 지독한 향이 우리를 반겼다. 뒤

이어 얼굴이 무거워 들기조차 힘들어하는 환자가 "어서 오세요, 무척 기

다렸습니다"며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다. 후두암이 입으로 전이된 상태라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못알아 들으면 미안한 일이라 나는 몹시 긴장

했다.

게다가 메리 트레이시 수녀님이 호주 분이니 내가 환자의 말을 듣고 설명해

 줘야 하는데 나역시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말투였다. 그렇지만 환자를 사랑

하는 마음과 연민으로 종성이의 말을 경청했다.



한시간 반 정도 여러가지 상황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물어본 후 메리 트레이시

 수녀님의 처방이 나왔다.식사도 할 수없고 마시기는 하는데 대부분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상태라 약을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종성이와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환자를 방문했을 때는 서로 부

담을 느낄 것을 염두에 두고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종성이는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다. 암 특유의 향 때문에 어지간히 비위가 좋은 나 역시

힘들었지만, 종성이가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나에게 대접하면서 대리만

족을 느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주는 밥을 다 비웠다. 아주 맛있게...



어느 날 종성이 어머니가 '돌산 갓김치'를 담갔다며 밥하고 내어놓았다. 처음

먹어보는 갓김치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엇다.

그날은 돌산 갓김치에 밥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종성이가 "수녀님 정말

 맛있죠?' 물어보면 "밥 먹을 때 말 좀 시키지마 "라고 대꾸했다. 그러면 종성이는

 정말로 기쁜 듯이 환하게 웃었다.



가족을은 서로를 무척 사랑했지만 투병과 간병으로 지쳐 가면서 때로는 다투기도

 했다. 우리는 종성이를 일주일에 한두 번 방문했다.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 일

하느라 밤에나 들어오셨다. 종성이의 누이도 동생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나갔다. 착한 누이는 이제 너무 힘이 들어 우리에게 의지하고 싶다고 했다.



어느정도 통증이 가시고 서로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 종성이의 임종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약이 떨어져 간다고 전화가 와 급히 방문을 했다.



추운 겨울 날 오후, 대문에서 아무리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를 않는다. 혹시 담이라도 넘어야 하나  망설이다가 담쪽 창문을 향해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무 말이 없었다. 약을 전해줘야 하는데, 약이 오늘이면 떨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며 초조한 마음에 대문 앞에서 거의 20여분 서성거렸나보다.



삐걱하며 기적같이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반가운 마음으로 "집에 있으면서

 왜 이제 문을 열까" 중얼거리는데 종성이를 보는 순간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종성이는 저절한 몸부림으로 기어나와 대문을 열어 준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종성이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내가 밖에서 떨고 있을 때 그는 대문을 열어주려고 20분 이상 기어 나와 "수녀님"

하고 모기 소리만큼 작게 부른 것있었다.

그 추운 겨울에 얼마나 용을 썼는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고 손바닥엔 핏자

국이 내비쳤다. 마당을 다 쓸어 버린 옷은 걸레로 변했다.



그날 나는 종성이를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어서 어머니가 퇴근할 때까지 함께 있었다.

부엌에 들어가 종성이가 마실 물을 떠다 놓는 등 이것저것 챙기는데 그날따라 어

머니가 일찍 들어오셨다. 종성이는 함께 밥을 먹자고 했다. 본인은 물만 넘길 뿐인데

 말이다. 왠지 종성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밥을 맛있게 먹었다.



며칠 후 밤중에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누이의 목소리다.

"수녀님, 지금 동생이 이상해요. 무서워요."

전화를 받자마자 이문동으로 달려갔다. 임종 중이었다. 함께 기도를 드리며 누이에게

마지막으로 동생의 얼굴과 손발을 따스한 물로 씻기자고 했다. 누이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했다.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아들을 끌어안았다.

종성이가 그렇게 간 후 그의 누이는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다시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다.



-출처: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 한겨례 출판 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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