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흐려진 창문
<가이드포스트>에 실린 단순하지만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파트에 사는 한 부인이 한가한 오후 시간이 되면 응접실로 나와 차를
마시거나 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자연히 건너편에 있는 아파
트 응접실에 시선이 자주 멈춰 서곤 했다.
건너편에 있는 응접실에서는 고상해 보이는 부인이 가끔 바느질을 하
거나 책을 읽었다.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들은 언제
부터인가 서로 쳐다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부인은 여느 때와 같이 응접실에 나와서 무심코 건
너편에 있는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녀의 모습이 전처
럼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대뜸 ‘원, 세상에 창문이나 제대로 닦고 책을 읽든지, 바느질을
하든지 할 것이지. 저렇게 게을러서 책만 읽으면 뭐하나?’ 하고 자기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한 2주가 지났다. 따뜻한 봄을 맞아 유리창을 닦고, 집 안 구석구석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대청소를 했다. 마침내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청소를 끝내고 피곤도 풀 겸 차 한 잔을 들고는 응접실의 포근한 의자
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습관처럼 건너편 아파트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그 부인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었다. 순간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저 부인이 창문을 닦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창문을 제대로 안 닦
아서 희미하게 보였구나.’ 그제야 그 부인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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