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7.

[예화] 고상한 꿈 추악한 현실 알바트로스






[예화] 고상한 꿈 추악한 현실 알바트로스



신천옹(信天翁) 보들레르



흔히 뱃사공들은 장난삼아서
크낙한 바다의 새, 신천옹을 잡으나
깊은 바다에 미끄러져 가는 배를 뒤쫓는
이 새는 나그네의 한가로운 벗이라.

갑판 위에 한번 몸이 놓여지면
이 창공의 왕은 서투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하얀 날개를
마치도 옆구리에 노처럼 질질 끈다.

날개 돋친 이 길손, 얼마나 어색하고 기죽었는가!
멋지던 모습 어디 가고, 이리 우습고 초라한가!
어떤 이는 파이프로 그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름절름 날지 못하는 병신을 흉내낸다.

시인 또한 이 구름의 왕자와 비슷한 존재,
폭풍 속을 넘나들고 포수를 비웃지만
땅 위에 추방되면 놀리는 함성 속에
그 크낙한 날개는 오히려 걸음을 막고 만다.




알바트로스 - 가장 높이 나는 새
- 이어령(李御寧) 교수의 `말속의 말`(1995)에서

알바트로스는 봉황이나 불사조 같은 새와는 달리 실재하는 새이다.어떤 독수리, 어떤
갈매기보다도 멀리 그리고 높게 나는 새이다.알바트로스가 한자 문화권에 오면 신선
이름처럼 신천옹(信天翁)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가히 이 새의 비행 솜씨가 어떤
지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알바트로스가 하늘을 나는 새 가운데 왕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명성있는 골퍼들이 평생을 다 바쳐서도 이루기 힘든 알바트
로스의 그 이름만큼이나실제로 나는 그 새의 비행 역시 필사의 기적 속에서 탄생한다
는 점이다.

알바트로스는 알에서 깨자마자 바닷물에 떠다닌다.당연히 비행법을 채 익히지 못한
알바트로스의 새끼들은 흉포한 표범상어들의 표적이 된다. 그러므로 알바트로스는 태
어나는 순간부터 상어의 이빨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의 날갯짓을 하게 된다.대부분은
파도 위에서 퍼덕이다가 비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상어의 먹이로 짧은 생을마치게 되
지만 구사일생으로 날갯짓에 성공을 하여 하늘로 떠오르는 녀석들이 있다.

이 최초의, 죽음의 비행에 성공한 알바트로스의 새끼들만이 강한 날개와 그 날쌘 비
행술을 타고난 천재들만이 비로소 왕양한 하늘과 바다의 자유를 허락받게 되는 것이
다.즉 날지 못하는 알바트로스는 생존의 자격이 박탈된다. 마치 새끼를 낳자마자 천
길낭떠러지로 굴러 떨어뜨려 거기에서 죽지 않고 기어오르는 놈만 기른다는 전설 속
의사자들 이야기를 방불케 한다.그러고 보면 잔인한 표범상어들은 알바트로스의 적
이 아니라 사실은 그들에게 비행 훈련을 시키는 과외 교사들인 셈이다. 생태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잡아먹히는 알바트로스 편이 오히려 고용주이고 표범상어 쪽이 그 종
족에게 고용된 종속 관계에 있다.날지 못하는 알바트로스의 새끼를 선별해 주는 대
가로서 그 먹이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표범상어가 있는 한 알바트로스들은 튼튼한
 날개의 유산을 대대로 물려줄 수가 있고 그 새끼들은 천부적인 그 비상의 재능을 갈
고 닦게 된다.

생명과 함께 치열한 비행의 모험을 동시에 타고난 이 알바트로스들의 드라마는 조나
단의 그 미지근한 「갈매기의 꿈」과 비길 것이 못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들레르가
시인의 운명을 발견했던 것은 갈매기가 아니라 알바트로스였다.

오직 하늘과 바다 위를 날 때만이 존재 이유를 갖는 그 새가 일단 이 지상에 잡혀 오
면 우스꽝스러운 흉물로 변하고 만다. 땅 위를 걷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는 그 큰
 날개는 선원들의 조롱거리가 된다.

그렇다. 알바트로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골퍼들의 공포인 OB나 깊은 러프,
그리고 턱이 높은 벙커라고 해도 어찌 그것이 알바트로스의 탄생을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표범상어의 이빨보다 두려울 것인가.

- 이어령(李御寧) 교수의 `말속의 말`(1995)  중에서

-발췌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anem&logNo=7014012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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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크고 현실은 초라하다.
1퍼센트만 행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99퍼센트는 오늘도 눈물짓는다
현실에 작은 만족을 찾을 것인가
미래의 불확실에 투자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강요된 선택이 아니라,
패배를 즐길 수 있는 자신감이다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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