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3.
[예화] 어떤 주례사
[예화] 어떤 주례사
마흔 살의 나이에 주례를 섰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제자가 몇 년전 가을 어느 날 나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오래 전에 부담없이 그가 결혼하게 되면 꼭 주례를 서 주마고
약속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지나가는 말일 뿐이었다.
"이 나이에 주례를 선다면 하객들이 웃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만을 위한 의식이 아니라구요.
난 괜찮아도 어르신들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좋게 타이르다가 나중엔 화도 내 보았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약속을 지키셔야죠."
그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드디어 결혼식날 식장에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주례
선생님'의 모습에 그의 부모님은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고, 하
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지만 차분한 음성으로 이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야만
했다.
"여러분, 제가 너무 젊어 보여서 놀라셨죠.
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신랑은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제자로서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다'라고 확신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 저는 지나가는 말로 이 다음에 주례를
서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신랑에게는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삶에 대해 엄숙했고 약속을 신뢰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학창시절의 선생인 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맹세를
확인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은 세상을 향해 띄우는 가장 소중한 약속입니다.
제가 결국 약속을 지켰듯이 이 두 젊은 남녀 또한
사랑의 약속을 굳게 지키리라 믿습니다."
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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