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6.

[과학사건] 차가운 방정식









[과학사건] 차가운 방정식







미래의 한 단면을 그린 톰 고드윈의 단편소설. 이작품에서는 전염병이 발생한
행성으로 백신을 운반하는 긴급 연락선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우주선에는 한 사람의 밀항자가 있었다. 행성에 있는 오빠가 그리워
 밀항을 시도한 가련한 소녀였다.
하지만 긴급 연락선에는 정확하게 계산된 연료, 식료품, 공기가 한정된 상황이
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 소녀를 하차시키기 위해 회항한다면 백신을 기
다리는 행성의 생존자들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진공상태인 우주공간과 작용반작용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이 만들어낸 '차
가운 방정식'이 제시한 답은  단 한가지 였다.

바로 밀항자를 우주선 밖으로 추방하는 항해규정을 따르는 것이다. 소녀는 유
언을 남기고 에어락으로 걸어가는데...

이 단편은 인간성과 냉철하면서 엄밀한 물리법칙을 대비시키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게임 시나리오를 위한 SF 사전
-크로노스케이프지음/김훈역/비즈앤비즈/201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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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빠."

형언할 길 없이 뼈에 사무치는 마지막 말이 차가운 금속 통신기를 따라 가녀리게 흘러나왔다.

소녀는 고요함 속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마치 말소리가 사그라져 가면서 남는 메아
리의 흔적을 들으려는 듯이. 그리고 나서 소녀는 조종석에서 일어나 에어록으로 걸어갔다.
그는 입구 옆에 있는 검은 색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에어록의 문은 마치 소녀가 오기를 기다
리고 있던 감옥처럼 가볍게 미끄러지며 열렸다. 소녀는 망설이지 않고 머리를 똑바로 든 채
 걸어 들어갔다.

갈색 곱슬머리가 소녀의 어깨에서 찰랑거렸다. 하얀 샌들을 신은 두 발은 연락선 안의 미약
한 중력에도 아랑곳없이 확고하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계기판의 파랗고 빨간 전
등빛들이 샌들의 장식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소녀는 결코
도움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에어록 안에 완전히 들어선 소녀는 그에게
로 얼굴을 돌렸다. 목에 나타나는 격동만이 소녀의 심장이 강하게 고동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줄 뿐이었다.

"준비됐어요."
소녀가 말했다.

그는 손잡이를 밀어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순식간에 벽을 만들며 문이 닫혔다. 소녀의 생
에서 가장 마지막 순간은 칠흑같이 검고 어둠침침한 공간 안에 갇혀 버렸다. 문이 잠기는 딸
깍 소리가 났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단호하게 빨간 손잡이를 끌어당겼다. 공기가 에어록
에서 쏟아져 나가면서 연락선 선체가 가볍게 떨었다. 마치 무엇인가가 지나가다가 부딪힌 듯,
에어록 쪽의 선체 벽에서 울림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곧 고요해졌다. 긴급연락선은 우덴의
대기권으로 계속 하강하고 있었다. 그는 붉은 손잡이를 잡아당겨 텅 비어 버린 에어록의 문을
 닫았다. 그 다음 늙고 병든 사람처럼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조종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생체감지기의 바늘이 0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만큼의 연료에 1만큼의 질량.
 냉혹한 방정식의 균형은 이제 이루어진 것이다. 긴급 연락선에는 그 혼자뿐이다.
그러나 텅 빈 긴급연락선 안에는 아직도 소녀의 존재가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냉혹한 방정
식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소녀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 금속상자 위에 앉아 있는, 놀라고
 당황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직도 보이는 것 같다. 소녀가 떠난 공허한 공간에는 소녀가 남긴
 말만이 끊임없이 분명하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 나는 죽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요. 난 안했어요......

-차가운 방정식(The Cold Equations) : 탐 갓윈(Tom Godwin) 저 ' 중에서














---질량보존의 법칙:
본래 우주로 갖고 간 질량은 막대한 연료를 사용해서 지상에서 발사한 것이라 현
실의 로켓과 우주스케이션에 가져갈 수 있는 질량은 아주 엄격하게 계산된다. 앞
으로 우주여행이 일반화되는 경우 가지고 갈 수 있는 수하물의 질량과 내용,
승객의 몸무게는 크게 제한 될 거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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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의 오차가 없다'는 것이 과학의 정신. 하지만, 이런 완벽함이 싫다.
착오, 실수, 오차.... 이런 개념이 허용되는 현실사회 속에서도 살기 힘
든데, 계산과 차가움만 판치는 기계적인 시스템이 미래라면 암담하다.

물론 사소한 것 같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들도 많다.
시간은 흘러가고 벌어진 일은 되돌아갈 수 없는 법, 최소한 몰라서 비극을
겪는다면... 참담한 일이다.
 위 글의 내용은 동감이 가는 단편이지만, 그래서 더욱 씁쓸해지기도 한다.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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