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6.

[예화] 작은 손해






[예화] 작은 손해




사건은 내가 복무하던 논산훈련소 모 중대 화장실 유리창 하나가 분실된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처리를 위해 다른 중대 화장실 유리창을 밤에
몰래 훔쳐다가 박아 놓았다.

규격이 똑같으니 이런 조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도난을 당한 중대는 비상이 떨어졌다. 밤에 보초근무를 섰던 기간병이나
 훈련병들은 기합을 받았고 즉시 원상복구를 위한 ‘특공대’가 조직되었
다. 그러면 그 다음날은 건너편 중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각 중대의 보초근무는 강화되었고 특히 화장실 주변에는 방한복을 두툼
하게 입은 여러 명의 보초가 밤새 배치되었다.
어제는 어느 중대가 당했다더라, 어느 중대는 대낮에 상대방의 허를 찌르
는 작전이 성공했는데 선임하사가 직접 작전을 진두지휘했다는 이야기가
 식기 세척장의 화제가 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으로 이 스릴 넘치는 게임에 종지부를 찍는 소문이
 들려왔다.
 6중대가 창틀을 도난당했고 그 사실은 6중대장에게 보고 되었다. 물론
그는 이 소문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중대장들과 달랐다.
선임하사를 부르더니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지금 즉시 창문틀 하나
를 제작해 오라고 했던 것이다. 이 소문은 금방 열두 개 중대에 펴졌다.

그날 이후 6중대장은 하루아침에 우리 사병들 사이에서 특별한 인물이 되었
다. 그를 만나면 우리는 좀더 큰 목소리로 “충성!”을 외쳤고 경례를 받는
 그의 태도는 훨씬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마 몇몇 중대장들은 왜 자신도 그 같은 발상을 하지 못했는지 후회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부대는 다시 평화를 찾았고 우리는 빛나는 기억 하나씩을 갖게 되었다.

                                                                         
<어른되기의 어려움>, 이수태,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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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어디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조그만 피해가 큰 상처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분들
덕분에 작은 평화는 유지되는 것이다.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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