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5.

[명시음악] 인생무상과 술 루바이야트 CUSCO - Pastorale






[명시음악] 인생무상과 술 루바이야트 CUSCO - Pastorale






[음악동영상 CUSCO - Pastorale]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Rubaiyat of Omar Khayyam]







Illustration by Edmund Joseph Sullivan for Quatrain

I. 영원한 수수께끼


 1.
튤립의 모습, 측백나무의 뒷 모습이여
내 모습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
영원한 화가는 왜 나를 이렇듯
흙의 받침대 따위로 장식하였는고.

  2.
본래 억지로 끌려온 세상이 아니던가
살며 괴로움 밖에 또 무엇이 있었던고
왜 이제 와서 살다가 떠나가는가
알지도 못하면서 마지 못해 세상에서 떠나는 거다.

  3.
내가 와서 우주에 무슨 도움이 있었나
간다고 해서 각별한 변화가 있는가
왜 이렇게 왔다가 가는 것인가
내 귀에 그것을 설명한 사람은 있었던가.

 ​
  6.
언제까지 물 위에 기왓장을 쌓겠는가*
불교도와 조로아스터교의 따분한 설교
저승에 지옥이 있다는 자 누구인고
지옥에서 돌아온 사람이 있기나 한가.
  * 헛된 망상에 잠기는 것.​

  7.
천지 창조의 신비는 너도 나도 모르는 일
그 수수께끼를 너도 나도 못푼다
무슨 말을 해도 장막 밖의 일이니
막이 내리면 우리의 형체는 없다.

 ​
  10.
우리가 오고 가는 이 세상, 그것은
나중도 없고 처음도 없었으니​
​그 누가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으랴ㅡ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1.
창조주가 만물의 형상을 만들던 그 때
왜 가두었던가, 멸망과 부족함 속에.
아름다운 형상을 왜 파괴하는가
아름답지 못했다면 그것은 누구 탓인가.


  14.
어리석은 자들은 슬기를 구하여
하늘을 돌며 온갖 학설을 세웠으나
우주의 수수께끼에 이르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다가 잠들어 버렸느니라.



















      II. 삶의 고뇌


  18.
왔다가 가기만 하면 무슨 보람이랴
이 구슬 끈의 실마리는 어디인고
죄 없이 윤회의 고리에 메여
몸을 불태워 재가 되는 연기는 어디인고.

  19.
아아 헛되이 나이를 먹은 자여
이제 하늘의 날선 낫이 목을 자르리니
괴롭구나 도와다오, 이 생명을
소원 하나 이루지 못하고 꺼져야 하나.

  20.
고운 사람과 평생 편히 살아도
일생 동안 이 세상의 영화를 누려도
나그네 길은 가야만 하는 것
모든 것은 한 바탕 꿈, 평생 무엇을 보든.​

 ​
  25.
신처럼 우주를 주무를 수 있었다면
이런 우주는 부숴 버렸으리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우주를
새롭게 따로 만들었으리라.​



II. 태초의 예정

    ​
  31.
예배당의 등불과 불의 성전의 연기
천국의 보상과 지옥의 형벌은 모두 헛된 것
​보라, 창조주는 생명책 안에
첫날에 모든 일을 적었느니라.

  32.
우주의 진리는 알 수 없는 것인데, 너여
속을 썩인다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몸을 운명에 맡기고 근심을 버려라
행해지는 기록*은 피할 수 없느니라.
  * 숙명

  33.
하늘에서 소리 있어 내 귀에 속삭이니ㅡ
돌고 도는 이 예정을 누가 알리오
이 예정을 마음 대로 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그 쳇바퀴에서 벗어나리라.




      IV. 만물은 유전(流轉)한다

  35.
젊은날의 그림책은 일찍 닫혔고
생명의 봄은 어느새 저물었구나.
청춘이란 생명의 계절은 언제 와서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가버렸다.


  37.
어릴 때는 스승에게서 지식을 배웠고
자라서는 스스로 박식함을 자랑하였느니라
이제 마음에 담겨 있는 마지막 말은ㅡ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이 몸이여!

  38.
친한 벗은 모두 내게서 떠나갔고
죽음의 베갯머리에 잇따라 쓰러졌구나
생명의 잔치에 술자리를 벌였으나
한 발 먼저 취하여 나는 사로잡힌 몸.


  41.
한 방울의 물은 바다로 가고
한 줌의 티끌은 흙으로 돌아간다
세상에 왔다가 떠나가는 네 모습은
한 마리 파리ㅡ바람 따라 와서 바람 따라 가느니라.

  42.
이 환상은 무엇인가 밝힌다 해도
진상은 간단히 밝혀지지 않느니라
물낯에 나타난 거품 같은 형상은
이윽고 다시 물 밑으로 사라지느니라.
​​
 ​
  48.
술집에서 만난 노인에게 물어 말하기를
예전의 손님들은 안녕하신가 하였더니ㅡ
술을 드시게, 떠나간 후에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느니라, 하고 대답하신다.


  50.
우리는 꼭둑각시, 우리를 부리는 것은 하늘이니
이것은 비유가 아닌 현실이니라
이 자리에서 한 바탕 광대놀음을 하면
하나씩 허무한 상자 속에 넣어지느니라.

  51.
우리 후에도 세상은 영원하니, 아아!
우리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 아아!
오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것이 있는가?
간다고 해도 아무 변화가 없느니라, 아아!

  52.
흙의 이불 위에 누워 있는 자
대지 밑에 숨어 보이지 않는 자
허무한 광야를 둘러보면, 광야에는
아직 오지 않은 자와 간 자만이 있을 뿐.
​​
  54.
바흐람이 술잔을 들던 화려한 궁전은
여우 굴과 사슴의 집이 되었고
밤낮 없이 들나귀를 사냥하던 바흐람은
땅에 묻혀 들나귀에게 짓밟히는 신세가 되었어라.
​        



V. 무상(無常)의 수레

  57.
너도 나도 이윽고 육신과 영혼이 갈라지고
무덤 위에 기왓장이 세워지리라
그리고 우리의 뼈가 썩을 무렵
그 흙으로 새로운 무덤의 기왓장이 구워지리라


  60.
아침 바람에 장미는 봉오리지고
꾀꼬리도 꽃내음에 취하였다
너도 잠시 그 아래서 쉬려무나
보라, 꽃은 흙에서 피어 흙에서 지느니라.


  65.
지난날 궁전 정원에서 어느 사람이
두 발로 흙을 밟았더니
흙은 소리 없는 소리로 소리치기를ㅡ
기다리라, 너도 밟히게 되리라.


  69.
어제 항아리를 굽는 곳에 갔더니
도기장이가 흙을 이겨 항아리를 빚고 있었지
눈뜬 맹인은 보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그 손 안에서 나는 죽은 사람의 흙을 보았느니라.

 


VI.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79.
나 죽으면 주전자에 술을 채워 다오
무덤에는 향긋한 술을 뿌려 다오
만일 부활의 날이 있어 나를 만나려면
선술집 문에서 나를 기다려 다오.​
  ​
  90.
하늘 여인이 있어 에덴 동산이 기쁜 곳이라 하나
나는 포도 액체 있는 이 곳이 더 기쁘다네
현실을 취하라, 저승의 약속을 믿지 말아라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는 모두 아름다운 법이니라.


  93.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곳
연인과 좋은 술을 빼앗는 것은 죄악이니라
인습에 영원히 사로잡힌 어진 사람아
세상과 하직하면 인습도 사라진다네.
​​

  99.
나는 '있음'과 '없음'의 현상을 깨달았고
무한한 변화와 전환의 본질을 알았노라
그러나 그것들을 업신여기는 것은
술 저 너머에 그 이상의 경지가 있기 때문이어라.





      VII.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

  101.
구만리 넓고 큰 하늘은 허무한 것!
지상의 모든 형상도 허무한 것!
즐기세, 삶과 죽음의 여관에 있는 이 몸
아아, 한 순간의 이 생명도 허무한 것!

  102.
시간 안에서 무엇을 보든 듣게 되든지
무엇을 말하든 모두 허무한 것
광야에서 지평선 끝을 향해 달리든
집에서 명상하든 모두 허무한 것.

  103.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어도 헛된 것
생명의 글을 모두 통달해도 또한 헛된 것
백년을 마음대로 산다고 해도
그 위에 또 백년을 산다고 해도 모두 헛된 것.

  104.
지상에서 천리마를 탄 저 주정뱅이를 보아라
이단도 이슬람도 그리고 신앙도 계율도
또한 신도 진리도 세상도 그 눈 안에 없으니
이승과 저승에서 그보다 용사가 어디 있는가.

  105.
머뭇거리는 인생을 태우고 회전하는 우주는
이를테면 환상의 주마등(走馬燈)이어라
태양의 등불 둘레를 도는 하늘의 무대
인생은 그 무대 위에서 뛰노는 그림자.

  106.
'없음'에도 손바닥의 바람이 있고
'있음'에도 파괴와 모자람은 있나니
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있고
있다고 보면 모든 것이 없는 법.

  107.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은 무엇이던고
살아온 생명의 열매로 남는 것은 무엇이던고
향연(饗宴)의 휘황한 촛불도 이윽고 꺼지고
잠*의 술잔*도 향연이 끝난 후에는 부숴지느니라.


VIII. 멈추라, 이 순간이여

  108.
미망의 문에서 바른 믿음까지는 한 순간
의심에서 깨달음에 이름도 또한 한 순간
이와 같이 존귀한 한 순간을 즐기세나
생명의 효력도 겨우 한 순간.


  114.
동녘 하늘이 밝아올 때 닭이 홰를 치며
우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아침 거울에 밤의 생명의 뒷모습이
비치는 것을 모르는 네게 알리려 함이니라.
​​

  127.
하루의 낮과 밤을 눈물로 지새는 사람에게
인생이란 한없이 지겹기만 한 것
네 그릇이 깨져 흙에 흩어지기 전에
비파 가락에 맞추어 네 잔의 술을 비워라.

  128.
봄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어느새
인생의 그림 두루말이는 닫히고 만다
술을 들며 슬퍼 말아라, 슬픔은 마음의 독약
그 해독약은 술이라고 옛 사람은 말했느니라.


  130.
내일의 슬픔을 어서 함께 잊으세나
단 한 순간의 이 인생을 붙잡아야지!
이 오랜 수도원에서 내일 나가면
칠천년 전 나그네와 길벗이 되리라.


  135.
내일의 일을 누가 알리요
내일의 일은 오직 우울한 것뿐이니
제 정신이라면 이 한 순간을 헛되게 말라
다시 오지 않는 생명, 얼마 남지 않았느니라.


  137.
'있음'과 '없음'을 언제까지 고민하랴
짧은 생명 즐기는 데 왜 주저하랴
어서 술을 부어라, 들이쉬는 숨이
다시 쉬어진다고 누가 장담하리오.

 ​
  139.
영원한 생명을 욕심내어 게걸스럽게
차거운 질그릇에 입을 댔더니
질그릇은 수수께끼처럼 말하기를ㅡ
술을 들라, 다시 오지 않는 세상이니라.

  140.
어서 하이얌이여, 얼큰하게 술에 취하여
툴립꽃 미인을 즐겨하여라
이 세상의 끝장은 허무로 돌아가느니라
없을 것이 있으니 어서 즐거랴.

  141.
번거로운 학문은 깨끗이 버리련다
백발을 위로하며 술만 마시련다
일흔해 동안 쌓아온 술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어느 날에 즐기리오.

  142.
운행하는 우주는 쓰레기가 된 우리 몸뚱이
제이룬*의 물줄기는 사람들의 눈물 흔적
지옥은 보람없는 고통의 불길
천국은 유쾌했던 한 순간의 추억.
  * 제이룬=달리 아무다리아 강, 옥수스 강. 길이 2,540미터.

  143.
언제까지 우쭐거리며 인생을 살려는고
언제까지 '있음'과 '없음'의 논쟁을 하려는고
술을 들어라, 이다지도 슬픈 인생은
잠이나 술 취함이 최상이니라.























[해설]
'루바이야트'는 '넉 줄(4行) 시집'이라는 뜻이다 [아라비아계 페르시아 어로 '4행시'를
 '루바이', 그 복수형이 '루바이야트']. 때문에 '루바이야트'가 굳이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루바이야트'라고 하면 하이얌의 시집을
가리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루바이야트'는 1859년에 영국의 피츠제럴드가 옛 사본에서 번역한 후 곧 온 세계의 주
목을 받게 되어, 앞다투어 각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번역되어 수록된 작품의 수
는 판에 따라 다르다. 피츠제럴드 번역판도 초판 75 수, 재판 110 수, 3판은 101 수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초판본 75 수가 김병옥(金秉玉) 번역으로, 1973년에 정음사(正
音社)에서 출판되었다].

원래 작자 오마르 하이얌의 생전에는 발표되지 않고, 그가 죽은 후 수많은 필사본이 전
해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후인의 가짜 작품까지 부가되어 무려 1,200 수에 이르는 것
까지 있다고 한다. 이란(페르시아)의 현대 시인 헤다야트 Sadeq Hedayat (1903-1951)는
 그 중에서 하이얌으로 추정되는 143 수를 가려서 새로 배열하여, 1935년에 테헤란에서
 간행하였다.
아래는 피츠제럴드 번역의 초판 75 수 중 널리 알려진 12 수를 가린 것이다.

   
  ​8.
하루 중 천 송이 만 송이 장미가 피고
하루 중 천 송이 만 송이 장미가 진다
장미를 피고 지게 하는 첫 여름철은
잠시드, 카이고바드의 목숨을 앗아 가는 때이다.

  10.  
풀밭 따라서 나와 함께 가세나
사막을 천국과 갈라 놓는 곳
이 근처에서는 술탄도 노예도 모두 평민이라
왕좌에 앉은 마흐무드의 영광도 부질없는 것.

  25.
아무리 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한들
죽어서 저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으리오
살아서 이 내 몸을 모르는 우리
이 몸 떠난 내일에 무엇을 알랴.

  29.
알지도 못하고 태어난 이 세상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 세상
흐르는 물처럼, 사막의 바람처럼
영문도 모르고 떠나는 이 세상.

 


[작자] 오마르 하이얌(페르시아: ‏ 1048 ~ 1131년)



​페르시아 르네상스의 대표자 오마르 하이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찬가지로 만능의
천재로서, 수학, 천문학, 의학, 역사, 법률, 철학 등 모든 분야를 통달한 지성인이었다.
셀주크 왕조의 고관직을 역임한 그의 사상은 자유주의 성향의 무신론자로서, 새롭게 눈뜬
 시민적 정신의 선구자 구실을 하였다.

그러나 엄격하고 광신적인 이슬람 신학의 지배 밑에서는 그 사상이 굽쳐(屈折)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의 문학은 인간의 지혜와 생명의 허무함을 탄식하며, 시와 술과 사랑
에서 위안을 찾아, 염세주의적인 그늘을 지닌 향락주의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는 이와 같은 그의 심경을 민요인 4행시의 형식에 맡
긴(寄托) 것이다. 그의 4행시는 높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발췌출처:
http://blog.daum.net/eonha/13746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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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오라, 와서 잔을 채워라, 봄의 열기 속에
회한의 겨울옷일랑 벗어 던져라
세월의 새는 멀리 날 수 없거늘
어느 새 두 날개를 펴고 있구나.

---
일곱번째 루바이에서 의 석양은 분명 보기 드물게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해는 또 순식간에 저버리고 밤의 사막은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하게 했을 것이다.


20.
살아나는 풀잎이 뒤덮은 강둑,
그 위에서 노닐 때에는 조심을 하오.
그 옛날 귀한 이의 입술 위에서
몰래 핀 풀인지 누가 알리요

---
20번째 루바이에서 시인은 풀잎 하나라도 조심하라고 말한다. 그 까닭은
 강둑을 무심히 뒤덮은 풀잎 하나조차 과거 영화를 누렸을 어느 인물이
 죽은 뒤 흙으로 돌아가 풀로 피어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편들 역시 시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미지들은 비록 화사하고 아름다운
것들일지라도 그 이면엔 역시 현세의 삶에 대해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은 마땅히 즐겨야하는 것이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25.
오늘만을 위해서 사는 이 있고
내일을 지켜보는 사람 있지만
암흑의 탑에서 들려오는 저 목소리
"바보여, 그대의 보답은 어디에도 없으리."


47.
그대와 내가 함께 장막을 지나가도
이 세상은 오래오래 살아 남으리
바닷물에 밀리는 조약돌 인생
머물다 간다 한들 아는 체할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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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삶과 죽음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냉정한 관찰은 오랫동안 대상 무역에
종사하거나 유목을 위해 사막을 횡단하며 체득한 삶의 방식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양떼를 방목하는 그들로서는 노동력을 발
휘할 수 없고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짐이 되기에 어떤 유목민들은 새로운 방목
지로 떠나기에 앞서 늙은 부모를 위해 작은 천막을 지어준다고 한다.
20여일치 정도의 식량과 더불어 그들이 즐겨 사용했던 물품 몇가지를 함께 놓
아둔다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 삼대가 할아버지를 천막으로 모시고 갔다
가 아버지와 아들만 돌아오는 것이다.


35.
행여나 삶의 비결 찾을까 하고
초라한 술항아리 입술을 찾네
입술에 입술 대고 속삭이는 항아리
"마셔라, 살아 생전, 한 번 가면 못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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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농경민족에게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고정된 장소에서 익숙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사막의 유목민들에게 있어 삶과 죽음이란 언제나 낯선 환경에서 일어
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가 아랍 저편으로 사라질 뻔한 "루바이야트"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빅토리아 왕조시대 영국의 상류계급이었던 "에드워드 피츠제랄드"의 공로이다.
그는 취미 삼아 번역을 즐겼는데, 오마르 카이얌의 시 75편을 번역해 주변의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이 시를 읽고 감동한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는 자
신의 친구이자 시인인 스윈번(Charles Swinburne)에게 다시 이 책을 소개했고, 입에서 입
으로 퍼져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피츠제랄드는 이런 반응에 힘입어 35편의 루바이
를 덧붙이고, 다시 번역하여 모두 101편의 루바이로 묶은 것은 1879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번역은 반역이란 말도 있듯 피츠제랄드의 번역을 두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제법
논쟁이 있었다. 그가 오마르 카이얌의 원시에 충실하게 번역한 시들은 불과 49편에 불과하
다는 지적도 있고, 심지어 이중 8편 가량은 피츠제랄드가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들을 제
 멋대로 덧대거나 생략하여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오마르 카이얌의 시가 빅
토리아 왕조 시대 영국에서 크게 유행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대로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온갖 근엄한 도적과 엄숙하기 그지
없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의 뒤안에서 상류계층 사람들끼리 온갖 불륜과 부도적한 일들이
벌어졌던 시대로 알려져 있다. 그런 시대에 현세적이면서도 허무한 세계관을 4줄의 짤막한
시행들로 표현하고 있는 루바이들은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충격이면서 동시에 기쁨이었을
것이다.

따지고보면 서양에서도 이런 전통은 로마 이래로 "오늘을 즐겨라!(Carpe Diem)"이란 구호에
 따라 충실하게 진행되어 오지 않았던가. 21세기 새로운 노마드(유목인)들에게도 여전히
"오늘"은 불확실하고, 내일은 확실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이 시집을 읽으며 오늘
을 즐기는 일도 그다지 나쁘진 않으리라.

-출처:
http://windshoes.khan.kr/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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