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예화] 비행기 안의 교사
시애틀에서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의 마지막 탑승자는 한 부인과 세 명의
아이들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제발 내 옆에는 앉지 말아야 하는데! 난 할 일이 많아요. 비행기를 내리
기 전에 중요한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구요!'
하지만 내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에 열두 살짜리 여자 아이와 열
살짜리 남자 아이가 내 무릎을 타고 넘기 시작했으며, 그 부인과 다섯 살짜
리 아이는 뒷좌석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이든 아이들은 즉각적으로 말다툼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은 꽈 아이는 내 좌석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거의
매분마다 남자아이는 제 누나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 어디쯤 왔어?"
그러면 여자아이가 소리쳤다.
"입 좀 닥치고 있어!"
그러면 또다시 새로운 라운드의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이들은 도무지 중요한 일에 대한 개념이 없단 말야.'
나는 속으로 내가 처한 곤경을 원망했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분명하게 어
떤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내게 말했다.
'그 아이들을 사랑해 봐.'
나는 스스로에게 반박했다.
'이 아이들은 아무도 못 말릴 개구장이들이야.
그리고 난 지금 중요한 일이 있다구.'
내 내면의 목소리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 아이들이 너 자신의 아이들인 것처럼 사랑해 봐.
끝없이 반복되는 '우린 지금 어디쯤 왔어?" 하는 질문에 나는 마침내 읽으
려던 서류뭉치를 치우고 기내 잡지를 빼들었다. 나는 잡지에 실려 있는 지
도를 펼쳐 놓고 아이들에게 우리의 비행기가 가고 있는 노선을 설명했다.
15분 단위로 거리를 나눠 비행거리를 설명하고, 우리가 언제쯤 달라스에 도
착하게 될 것인가를 계산해 주었다.
잠시 후에 아이들은 내게 자기들이 지금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만나러
시애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중에 아이들은 비행기
와 항공술과 과학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에 대해 질문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나의 중요한 할 일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나 있었다.
착륙할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지금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남자아이가 짤막하게 대답
했다.
"돌아가셨어요."
"아, 참 안됐구나."
"그래요, 저도 슬퍼요. 하지만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제 막내 동생이에요.
우린 괜찮지만 저 애는 정말 힘들게 살아갈 거예요."
나는 문득 우리가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
달았다. 슬픔과 비탄에도 불구하고 살고 사랑하고 성장해야만 하는 것, 그것
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또 있겠는가?
달라스에 내려 작별인사를 할 때 남자아이는 악수를 청하면서 '비행기 안에
서의 교사' 가 되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나의
교사가 되어 준 것에 대해 감사 하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내게, 중요한 것은 서류 검토가 아님을 일깨워 준 것이다.
- 댄 S. 배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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