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1.
[사랑실화] 60년 못다한 사랑
[사랑실화] 60년 못다한 사랑
유럽을 울려버린 적군장교와 60년 못다한 사랑
사랑이 아름다울수록 운명은 혹독한가.
60여년의 기다림 끝의 짧은 만남. 그리고 영원한 이별. 지난달 80세로 세상을
떠난 한 그리스 할머니가 온 유럽인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안겔리키 스트라티고우. 이 할머니는 아모레 셈프레 (영원한 사랑) 라는 이탈
리아어로 끝나는 두통의 엽서를 가슴에 끌어안고 숨을 거뒀다.
할머니가 숨지기 직전 몇분 동안 한 말은 "티 아스페토 콘 그란데 아모레 (난
위대한 사랑을 안고 그대를 기다렸어요) ."
시간은 194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의 이탈리아군 소위 루이지 수라체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북부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파트라이로 파견된다. 행군을 하던 루이지는 집 앞에 앉아
있던 안겔리키 스트라티고우에게 길을 묻는다.
처녀는 크고 검은 눈이 매력적이었다.
청년은 의젓하며 정이 많은 장교. 둘은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길을 가르쳐준 처녀가 굶주림에 지쳐 있음을 눈치채고 갖고 있던 전투식
량을 나눠줬다. 루이지는 사흘이 멀다 하고 먹을 것을 들고 그녀의 집을 찾았다.
루이지는 그리스말을, 안겔리키는 이탈리아말을 배웠다.
짧았던 행복. 그러나 이 행복은 43년 이탈리아가 항복하면서 끝난다.
급거 귀국해야 했던 루이지는 안겔리키를 찾아 손을 한번 잡게 해달라고 간청
했다. 하지만 적군 장교와 사귀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볼까 두려워한 그녀는 끝
내 거절했다. 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전쟁이 끝나면 결혼해달라" 는 루이지의 청
혼에 대해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 끝난 후 루이지는 고향인 이탈리아 남부 렉지오 칼라브리아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루이지는 안겔리키에게 계속 편지를 띄웠다. 당시 그녀는 고모집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조카가 적군과 연애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고모는 편
지를 중간에 가로채 없애버렸다.
메아리 없는 편지를 계속 보내던 루이지는 천일째 되던 날 드디어 그녀를 잊기
로 결심했다. 루이지는 곧 결혼을 했다.
아들 하나를 둔 평범한 삶이 계속됐다.
그러나 부인이 96년 세상을 떠나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그의 가슴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는 파트라이의 시장에게 사연을 담은 편지를 냈고, 시장은 현지
스카이 방송사 기자들의 도움을 얻어 아직도 그 도시에 살고 있던 안겔리키를 찾
아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 소식을 들은 안겔리키의 첫 마디였다.
안겔리키의 연락을 받은 루이지는 얼굴을 가리고 한없이 울었다. 그녀가 56년 전
의 결혼약속을 여전히 믿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왔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의 성밸런타인데이에 둘의 감격어린 재회가 이뤄졌다.
파트라이를 방문한 루이지는 또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청혼했고 안겔리키는 벅찬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루이지는 77세, 안겔리키는 79세였다.
1년의 절반씩을 각각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지내기로 한 루이지와 안겔리키의
달콤한 계획은 안겔리키가 앓아누운 끝에 훌쩍 하늘나라로 떠나면서 꿈이 돼버
렸다.
사망일은 1월 23일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2주일 앞둔 9일이었다.
루이지는 아직도 그녀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
그 자신이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고, 주변에서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도 연기된 것으로 안다. 지금도 그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펜을 들어 영
원한 사랑 으로 끝나는 엽서를 쓴다.
엽서는 그녀의 무덤 앞에 쌓이고 있다.
-김현(1999년 3월 16일 화요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사후세계] 유령/ 귀신 총백과 우리는 옛이야기, 영화, 문학등을 통해 다양한 유령이야기나 귀신이야기를 듣는다. 개중에는 실화와 겹쳐 사실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우스개소리에 붙여 변형 되거나 오컬트적 신비주의와 결합하기도한다....
-
[사후세계] 임종에서 장례식까지 상식 문답 도우미 찾기 00 두가지 종교의 가족이 장례식을 치르는 방법에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집안의 장남인데 우리부부는 불교신자입니다. 저의 부모님과 남동생도 원래는불교였는데 동생이 기...
-
[베스트] 뜻밖의 결말 반전영화 명작 스릴러 100 추천 리스트 오늘은 예기치 않은 결말에 깜짝 놀라게되는 명작 반전영화들을 소개한다. 대부분 스릴러지만, 때로는 공포물이나 멜로물에서도 예상못한 반전에 당황하게 되기도 ...
-
[유머] 사오정 씨리즈 모음 ◆삼장법사...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먼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악당이 나타나 냅다 소리를 쳤죠. "야!! 손오공이 누구야!! 빨랑 나와!!" 그 때, 사오정이 앞...
-
[유머] ㅅㅂㄴ 신조어 초성줄임말 편 딸이 어쩌다 엄마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통화목록 중에 ‘ㅅㅂㄴ’이라고 뜨는 것이 있어서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엄마한테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말했다. 딸 : “...
-
[표현주의대표작가] 뭉크의 절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년 12월 12일 ~ 1944년 1월 23일) 노르웨이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 작가. 노르웨이에서는 국민적인 화가이다. 그의 초상이 1...
-
[음악잡담] 노숙자 이야기 누구나 될 수있다 어디로갈거나 [음악동영상. 어디로갈거나] [노숙자였던 미생 작가] [노숙자들의 집] 입력 2007-01-18 18:33 ...
-
[사랑상식] 학대의 보상 - 마조히즘 피학성도착증 [마조히즘을 다룬 영화 블루벨벳에서] 24세 여자 환자. 정신분열진단. 그녀는...
-
[공포유머] 만득이 시리즈 모음 1. 만득이 시리즈의 시작 만득이가 하루는 만두 가게에 들어가 만두를 주문했다. 때마침 귀신도 그 만두 가게에 있었는데 선반 위에 얹어 놓은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