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4.

[예화] 천 원과 초콜릿






[예화]  천 원과 초콜릿


지난 가을 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대동 영업소에서 근무
했다. 그곳에서 네모난 창을 통해 고속도로 통행세를 받는
일을 했는데,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요금소에 앉아 있으면서
각양각색의 수많은 차량들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해서 요금소 앞
에 멈추었는데, 고개를 내민 운전자가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저어, 옷을 갈아입고 급히 나오다 보니 지갑을 그만…."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꼭 주겠다고 사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도 없고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인지라 별
기대 없이 메모지에 내 이름을 적어 주고 그 사람을 보냈다.
나는 교대 시간이 되어 그날의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아까 생
긴 미수금 천원을 내 돈으로 보충한 다음 사무실에 입금시켰
다.

그런데 내가 일을 마치고 나오려고 할 때 누군가가 큰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들어 보니 지갑을 안 가져왔다던
그 사람이었다.

"아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제법 두툼한 편지 봉투 하나를
내밀고는 뛰어가 버렸다. 봉투에는 초콜릿이 하나 들어 있었고
 겉봉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난 또 백만 원 이라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동료의 우스갯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입가에선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나는 한참 동안 그가 준 초콜릿 봉투를 그대로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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