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3.
[예화] 웃기는 장례식
[예화] 웃기는 장례식
만약 장례식장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춤을 춘다면?
실제로 대만에선 그런 장례식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여성이 고인의 관을
앞에 두고 흥겨운 밴드 음악에 맞춰 거의 전라의 상태로 선정적인 춤을
춘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조문객을 많이 끌어 모으려는 방편으로 이런
장례의식이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의 한 명사는 ‘웃기는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의 참석자가 반드시
지닐 필수품은 유머라는 조의금이었다. 고인이 가장 싫어하던 일은 조
문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식이 끝나자 조문객들은 너털웃음을 짓던 고인을 떠올리면서 한마디씩
웃기는 얘기를 했다. 그의 조문객 중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슬퍼서가 아니라 배꼽을 잡고 흘리는 눈물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장례 풍경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불교
대학 교수인 원영 스님이 전하는 사연은 가슴 찡한 여운이 밀려온다.
스님의 어머니는 급성 폐암으로 투병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
서 어머니를 간병하던 스님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빈소에는
염불소리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얼마 후 조용하던 빈소에 작은 소
동이 일어났다.
“경미야! 경미야!” 평소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동네 할머니 분들이 소
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경미는 출가하기 전 원영 스님의 본
명이었다.
할머니 두 분은 빈소 앞에 털썩 주저앉아 방바닥을 치면서 곡을 했다.
“아이고, 경미야! 이렇게 먼저 가면 어떡혀.
인자 민화투는 누구랑 치나. 화투칠 짝이 안 맞잖아.
아이고 경미야! 짝이 안 맞아. 민화투 쳐야지, 빨리 일어나.”
당황스러운 곡소리에 상주인 원영 스님은 피식 웃고 말았다. 염불을 하던
동료 스님마저 웃음을 참지 못해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정도다.
여기저기서 킥킥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장례식장은 무거운 먹
구름이 걷히고 웃음바다로 변했다.
시인 천상병은 자신의 인생을 소풍이라고 불렀다. 그는 시 귀천(歸天)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하고 절창했다.
우리 삶이 소풍이라면 소풍 같은 즐거움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지 않
을까. 가신 이의 아름다운 추억을 도란도란 나눈다면 고인의 발걸음도 한
결 가벼울 터이다. 울면서 온 인생, 굳이 울면서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배연국 논설위원
-출처: 세계일보 [설왕설래] 웃기는 장례식 2015-12-16 19:33:41
http://m.segye.com/view/2015121600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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