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3.

[예화] 젓갈 팔던 청년







[예화] 젓갈 팔던 청년



 
"젓갈 사세요. 젓갈~ 입맛 없을 땐,
짭짤한 젓갈이 최고예요."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입심 좋고 인심 또한 넉넉해서,
젓갈 파는 청년은 단골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청년이 처음부터
이렇게 인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청년은 처음에,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연극을 해야 하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자신의 모습에 실망도 했죠.
하지만 '이것도 연기 연습이다'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자, 바로 그 순간
어느새 막혔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제법 장사꾼 티도 났죠.
 
그런데, 한 주도 빠지지 않던
청년의 모습이 그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 나타난 청년에게
아주머니들은 궁금해 하며 물었죠.
 
"지난주에는 왜 안 나왔어요?"
"저... 애기 아빠가 됐어요."
청년은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된 그 날....
청년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온 겁니다.
 
방송사 창사특집으로 만든다는 드라마에서
출연 제의가 온 것이었어요.
그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
공교롭게도 아내가 진통을 시작했습니다.
 
청년은 고민했어요. 젓갈을 팔아가며,
힘들게 쌓아온 연기의 꿈을 펼칠 것인가... 아니면,
그 동안 고생만 한 아내 곁에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그를 보고 바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기회였지만,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꿈을 이룰 기회를 놓쳤지만,
그 보다 소중한 것을 찾은 청년...
또 한 번의 기회를 기다리며,
열심히 젓갈을 팔던 인심 좋은 청년...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아파트 아주머니들은 TV에 나오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바로 저녁이면, 아저씨, 아줌마들을
온통 텔레비전으로 끌어들인다는
야인시대에 나왔던 구마적, 이원종씨라고 하네요.
 

 
- 무 명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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