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0.
[예화] 양말 한 컬레
[예화] 양말 한 컬레
나는 지방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따금 빈민가에 있는 무료 급식 시설에 가서 자원 봉사자로 일을 한다.
어느 날 나는 식당 뒷골목을 청소하다가 한 늙은 부인이 모퉁이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꽃무늬가 그려진 낡은 치마에 색이 바랜 노란 털 스웨터와 닳아빠진 검은색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날 밤은 몹시 추웠는데도 그녀는 양말조차 신지 않은 상태였다.
양말을 어디다 버렸느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에겐 양말이 원래부터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노부인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녀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자리서 내가 그녀에게 베풀 수 있는 건 따뜻한 양말 한 켤레뿐이었다.
나는 운동화를 벗고 내가 신고 있던 흰 양말을 벗어 그 자리서 그녀에게 신겨 주었다.
그것은 사실 아주 사소한 친절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깊은 감동들 받은 듯, 마치 할머니가 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사랑이 넘치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밤에 따뜻한 발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라오.
언제 마지막으로 그랬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말이야."
그날 밤 나는 가슴 뭉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튿날 저녁 내가 또다시 무료 급식 시설에서 일하고 있을 때 두 명의 경찰관이 걸어 들어왔다.
그들은 한 여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웃 사람이 그녀가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내게 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난 사진 속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바로 어젯밤 내가 양말을 신겨준 그 노부인이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죠? 이 노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나요?"
경찰은 그녀가 가족도 친구도 없는 늙은 과부라고 말했다.
두 블록쯤 떨어진 난방도 안되는 낡은 판잣집에서 그녀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이따금 방문하는 이웃 사람이 아침에 그녀가 죽은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에게 커피를 따라주면서 내가 말했다.
"정말 슬픈 이야기군요."
경찰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소.
검시관이 시신을 내갈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죽은 그녀의 얼굴에 매우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져 있었소.
맹세코 말하건대 아주 행복하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표정이었소.
나도 죽을 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소.
그처럼 불행한 처지에 있는 노인이 어떻게 그런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말이오."
나는 노부인이 겪어야만 했을 힘들고 궁핍한 삶을 생각하면서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그녀에게 양말을 신겨줄 때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밤에 따뜻한 발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라오."
내가 그 노부인에게 물질적으로 해준 것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가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 날 밤에 따뜻한 발을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음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트레버 B. 쿼크-
출처: http://lectio.tistory.com/542 [Lectio Divina]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행위예술] 나는 존재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c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생활하고 느낀다는 것, 이것은 큰 축복이자 경이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느끼게 된 나란 존재... 그런데 이 ...
-
[공포유머] 만득이 시리즈 모음 1. 만득이 시리즈의 시작 만득이가 하루는 만두 가게에 들어가 만두를 주문했다. 때마침 귀신도 그 만두 가게에 있었는데 선반 위에 얹어 놓은 ...
-
[명언속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돌다리가 아무리 튼튼하고 안전하다고 하여도 그 다리를 건널 때에는 조심하라는 말. 다시 말해 매사에 서두르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는 속뜻. [그림출처 - 돌다리: 한국경제에서] h...
-
[예화] 어려울때 초심을 보라 어려우면 초심을 돌아보고 성공하면 마지막을 살펴보라 -채근담 어느 날 시골 마을을 지나던 임금님 날이 어두워 지자 한 목동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
-
[예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1968년 9월 28일 오전 8시, 처음으로 햇살을 본 날. 하루 밤, 하루 낮 또 하루 밤... 힘겨운 34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
-
[팝송명곡] “Ghost Riders in the Sky” (하늘을 달리는 유령 목동들) [자니캐시 곡] An old cowboy went rid...
-
[감금 증후군] 육체에 갇힌 몸 살아 움직일 수 있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감금증후군이란 병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말을 잘 안듣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연로자가 겪는...
-
[유머] 요일별 술마시는 이유 그리고... 월요일 ; 원래 마시는 날 화요일 : 화끈하게 마시는 날(화가 나서 마실때도 있다) 수요일 : 수시로 마시는 날 목요일 : 목이말라 한잔 하는 날 금요일 : 금주의 일이끝났으나까...
-
[명작리스트] 재난영화 30 흥행 추천 블록버스터 지진 태풍 화산 감염... 아래 리스트는 우수작으로 추천된 작품들 중에서 선정된 것이며, 나 연우의 개인적 취향이 가미되었다. 좀비영화나 괴물영화 등은 가공적 느낌이 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