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9.
[사랑예화] 어떤 모녀
[사랑예화] 어떤 모녀
섣달 그믐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추운 날, '맑은물 목욕탕'의 유리문을 열고
80살쯤 된 할머니를 업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저런 착한 며느리가 없지. 아니, 며느리가 아니고 딸인가?"
벌써 여러번 보아 온 광경이지만 주인은 그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숱이 없는 엉성한 은빛 머리칼,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할머니는 몹시 쇠잔
해 보였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중년 여인은 샤워기를 틀어 노인의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겼다.
조심조심 머리를 감기고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양치질까지 해주더니 밖으로
나와 옷을 입히고 편안히 바닥에 눕혀 주었다.
그리고 다시 욕탕안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아는 체를 했
다. 여인이 목욕을 하는둥 마는 둥 금새 밖으로 나가자 몇몇 여자들이 인사를
건네던 여인에게 물었다.
"잘 아시는 분인가 보죠?"
"그럼요. 이웃인걸요. 할머니는 꼭대기 무허가 판자집에 혼자 사시는
분이구요. 할머니 아들이 십년전 교통사고로 죽자 며느리가 집을 나갔대요.
아까 그 아주머니도 식당일을 다니면서 어렵게 사는데 수시로 할머니를 보
살펴 드린다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목욕탕까지 업고 오다니, 딸이라도 하기 어려운 일을..."
여자들은 놀라서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탈의실로 나온 중년 여인은 노인의
스웨터 단추를 꼼꼼히 채우더니 다시 등에 업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
카운터 앞을 지나는데 주인 남자가 등뒤에서 불렀다.
"아주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오래오래 사십시오."
"고맙습니다." 중년 여인이 총총히 문을 나서자
주인 남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뽀얀 유리문 너머로 어느샌가 하얀 눈발이 날
리기 시작했다.
"저런, 두 모녀가 눈을 맞겠는걸. 하지만 즐거운
새해를 맞으라는 축복일거야."
빈터를 보면 꽃씨를 심고 싶다/사과나무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유머] 아재 개그 모음 넌센스 퀴즈 001. 흥부자식이 열명있는걸 줄여서 뭐라고하지? - 흥부새끼 십새끼 002. 청소하는 아가씨를 세글자로 줄이면 - 청소년 003. 추장보다 높은 사람은? - 고추장 ...
-
[유머] 귀찮은사람 퇴치법 다음은 비스마르크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유명한 영국 외교관이 어느 날 공(公)을 접견하던 중, 그가 만나기 싫은 방문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물었다. "아," 수상이 대답했다....
-
[베스트] 뜻밖의 결말 반전영화 명작 스릴러 100 추천 리스트 오늘은 예기치 않은 결말에 깜짝 놀라게되는 명작 반전영화들을 소개한다. 대부분 스릴러지만, 때로는 공포물이나 멜로물에서도 예상못한 반전에 당황하게 되기도 ...
-
[상식예화] 한계효험체감의 법칙 -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여름에는 뭐니뭐니 해도 시원한 수박이 갈증을 씻는데는 최고입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아니면 밖에 외출을 나갔다 들어와서 냉장고에 대기중이던 시원한 수 박을...
-
[음악잡담] 살아있는 시체 좀비 Michael Jackson-Thriller [음악동영상 Michael Jackson | Thriller] 01 미국의 실제 좀비사건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좀비사건이 미국에서 발...
-
[성공예화] 상속의 조건 부자인 아버지만 믿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또 천금 같은 아들 편이 되어서 아들만 감싸고 돌았다. 아버지가 병들어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그는 아들을 불러 말했다. "네 힘...
-
[예화] 데미안의 스프 "아저씨, 자요. 어서, 어서 드세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배가 찼습니다." "글세, 그렇게 말하지 마시고 한 접시만 더 드세요. 이...
-
[종교유머] 취객의 고해 곤드레만드레 술취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성당 안으로 들어와 고해 성사실에 앉았다. 그런데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뒤 신부님이 남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헛기침을 했는데도 그 남자는 계속...
-
[처세예화] `토끼 브레어'의 선택 동화 한 편. 토끼 브레어는 어느날 테리핀씨로부터 만찬 초청을 받았다.그런데 며칠 후 같은 시간에 포숨씨에게서도 초청을 받았다. 브레어는 선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숨씨와 약속을 하고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