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9.

[가요] 인어이야기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자유와 사랑을 위해






[가요] 인어이야기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자유와 사랑을 위해





[음악동영상. 허림 인어이야기]




인어 이야기

허림노래




 노을빛이 물드는 바닷가에서
금빛 머리 쓰다듬던 어떤 소녀가
울먹이는 가슴을 물에 던지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다가
인어가 되었다네 꿈이 변하여
인어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바람따라 철석이는 물결소리에
타버린 고운 꿈은 재가 되어도
마음은 그 바다를 떠나지 않고
영원히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인어가 되었다네 꿈이 변하여
인어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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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 mermaid(女)/merman(男)/merpeople(남녀 비구분)/merfolk 人魚 ]



어류의 꼬리가 달린 상상의 동물.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인어는 대체로 암컷이다. 그 이유는 동양 전설에 나오는 인어들 가운데에는
 성별이 없는 인어가 있고 서양의 인어는 남자가 엄청난 추남이라고 묘사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은 기독교가 지배하면서 동아시아나 중동 지방보다 더 성에 보수적이 되어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것이 금기시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체제로서 환상종인 인어를 자주 그리게 되었다는 추측이
있다.


2. 모습

대부분 하반신은 물고기,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는 꼬리를 위아래로 젓
는 고래형 지느러미이다. 대부분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묘사된다.






2.1. 관련 전설

산해경에도 북차삼경에 인어(人漁)라는 환수가 나온다. 다만 외형은 전혀 사람과 닮은 바가 없고, 물
고기의 몸에 악어나 도마뱀의 다리 네 개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인어를 일본어로 “닌교(人魚/ningyo)”, “교진(魚人/gyojin)”, 또는 “한교진(半魚人
/hangyo-jin)”이라 부르며, 그 이미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일
본의 인어는 그 외관이 일단 추악하다. 여러 변형이 있지만 한국이나 서양의 인어가 일반적으로 반인
 반어라면 일본의 전통적인 인어는 상반신과 하반신의 조합이 아니고 물고기 몸에 사람이나 짐승의
머리만 붙여 놓은 디자인이다.




2.2. 한국의 인어 이야기

인어공주를 위시한 서양의 인어 이야기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는 인어 전설이
 없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우리나라의 야담집이나 지역 전승 등에서도 인어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인어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전국의 해안가나 강가, 호숫가 지역에는 (덴마크의
 인어공주상을 모티브로 한 것이긴 하지만) 인어상을 어렵지 읺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엄
연히 훌륭한 서브컬쳐의 창작 소재임에도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지역 전승으로 내려오다 보니 대중적
으로 알려진 것이 적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2.2.1.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수록된 이야기

김담령이라는 사람이 흡곡 현령이 되어, 바닷가 어부 집에서 순행을 하다 자게 되었는데 그 어부에게서
 인어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어부가 가지고 있는 인어는 4마리였는데, 4살 정도 된 어린






2.2.2. 동백섬 인어공주

동백섬에는 먼 나라에서 시집온 인어공주에 대한 지역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녀는 용궁인의 후손들
로 이루어진 '나란다국'의 '황옥공주'로서, 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득한 옛날. 동백섬에는 무궁나라가 있었다. 원래 이
나라에는 다스릴 임금이 없었지만 하늘에서 특별히 보내준 금상자 속에 황금알을 깨고 나온 어린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가 10여 일 만에 성인으로 자라 왕위에 올라 국명을 '무궁'이라 지었다. 하늘의 은혜
로 왕이 되었다 하여 '은혜왕'이라 불리면서 이 나라는 날로 번창해 나갔다.

그러나 임금에겐 마땅히 왕비가 없었다. 신하들은 결혼할 것을 원했으나 은혜왕은 이를 사양하고 하늘
이 보내줄 왕비만을 기다렸다. 당시 바다 건너에는 나란다국이 있었다.
나란다의 임금과 왕비 사이에 첫 딸이 태어나자 선례에 따라 공주의 이름은 부모의 나라인 수정나라에
가서 지어 와야 했다.
수정나라의 대왕대비는 나란다의 공주 이름을 '황옥(黃玉)'이라 지었다. 황옥공주는 선녀처럼 아름답게
자랐으며, 나란다 임금과 왕비는 시집 보낼 신랑감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란다국 임금과
왕비의 꿈속에 신령이 나타나 바다 건너 무궁나라의 은혜왕에게 시집을 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무궁나라의 은혜왕과 나란다의 황옥공주가 결혼해 부부가 되었으니, 황옥왕비가 머문 곳의 궁궐이 바로
 동백꽃이 활짝 피는 동백섬이었다.

 세월이 흘러 황옥왕비는 수정나라를 매우 그리워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옆에서 황옥을 모시고
 있던 거북이는 황옥의 할머니가 선물한 황옥구슬을 황옥왕비에게 드리며, 매 달 보름달이 뜨면 이 구
슬을 꺼내 달을 비춰보라고 일러주었다.

황옥왕비는 거북이 시킨 대로 황옥구슬로 달을 비춰보니 일순간 눈앞에는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던 수정
나라와 나란다국의 아름다운 달밤이 나타났다. 그날 밤 황옥왕비는 고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
다. 바로 그때 황옥왕비에게 큰 변화가 나타났다. 황옥왕비가 갑자기 시집 오기 전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변해 바닷속을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가끔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동백섬 앞바다에
는 인어가 있다는 풍문이 퍼져 오늘날까지도 전해져오고 있다.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인어상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특유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몽환적인 스토리 덕분에
 한국의 인어 설화 중 가장 메이저한 축에 든다.



3. 기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도 인간은 어류로부터 진화했다는 주장을 했다.

필리핀에서는 인어의 옷을 입고 인어의 방식으로 수영하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가 존재하며 우리나라의
수족관 등에서도 전문 다이버가 인어 옷을 입고 이벤트를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일본에는 인어를 보았다는 정도를 넘어 실제 잡았다는 설이 전국 곳곳에 남아있다. 어부가 우연히 잡기도
 하고 영생을 위한 인어 고기를 먹기 위해 사냥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특히 1700년대와 1800년
대에 많다.

2010년대 이후로 인어처럼 보이는 생물들(정확히는 반어인 쪽이 더 가깝지만)이 찍힌 영상이 다수 크립
티드나 괴생물체를 다루는 사이트 등에 투고되고 있다. 유튜브에도 다수의 영상이 존재하는데, 개중에는
 광고영상으로 찍은 엄연한 창작물을 앞뒤 다 빼고 인어 나오는 부분만 올린 낚시영상도 있지만 몇 가지는
 상당히 그럴싸한 것들도 존재한다. 게다가 이러한 영상들에 나오는 인어형의 괴생물체들은 어느 정도 비
슷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

그러나 과학적으로 볼 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듀공이나 매너티 같은 생물을 인어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듀공이나 매너티는 포유류라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 멀리서 인어로 착
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발췌출처: 나무위키 '인어'














----------------------[부록: 생각해 볼 거리 : ]




김영수의 디즈니 읽기 –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요조숙녀, 악녀, 말괄량이’



디즈니 영화를 즐겨 본다고 하면 더러 물어옵니다. 보수적이지 않느냐고. 보수적 가치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영화들 아니냐고.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게도 되지만 대개 이렇게 답합니
다. 그래도 디즈니는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철학자 김용석의 지적대로, 디즈니 영화는 동시대의 교육받은
 중산층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푸른숲) 디즈니 영화가 보수
적인 (혹은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주제의식이 어린아이가 아니라 그들의 부모 세대에 맞춰있기 때문입니
다. 기성세대의 보폭에 맞춘 것이기에 더뎌 보이고, 앞장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아니기에 보수적
인 듯 느껴지지만, 적어도 세대가 바뀌고 사회가 나아가는 그만큼은 디즈니 역시 변화합니다. 디즈니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90년대의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의 문을 연 작품인 <인어공주>(1989) 역
시 그렇습니다.


‘밖’으로

난 더 많은 걸 원해
난 저 위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고 싶어
사람들을, 그들이 춤추는 것도 보고 싶어
걸어 다닐 때 쓰는… 뭐라고 하더라? 아, 맞아. 발!
저 바다 위, 그들이 걷고 뛰고 하루 종일 태양 아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나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될 수만 있다면
_노래 ‘Part of your world’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나온 작품들과 견줘볼까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와 <잠자는 숲 속의 공
주>(1959)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백설과 오로라라고 쉽게 대답하기에, 그들은 지나치게 수동적입니다.
그들은 계모의 질투심 혹은 운명의 장난 때문에 비극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잠이 들죠. 왕자가 자신을
구하고 그 대가로 자신을 소유할 때까지. 위기에 빠뜨린 것도, 구원하는 것도 모두 타자적 힘입니다. 그
녀들의 임무란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 가만히 자는 것뿐입니다.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다릅니다. 그녀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주체니까요. 그녀 역시 비극적 상황에 빠지지만,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있습니다. 동화 나라 공주들이 파업했는데 당장 동화 한 편을 상연해야 한다면, 저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택하겠습니다. 대체 가능하니까요. 극을 끌고 가는
 건 어차피 그녀들이 아닙니다. <인어공주>는 안 됩니다. 에리얼이 없다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마녀
와의 계약조차 불사하는 그녀가 아니라면, <인어공주>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에리얼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미녀와 야수>(1991)의 벨과도 다릅니다. 벨 역시 주체적인 여성이지만, 본
인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 합니다. 막연히 “어딘가 멋진 곳”(노래 ‘Bell’)을 동경하죠. 에리얼
은 자신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첫 번
째 디즈니 공주입니다. 에리얼이 부르는 노래 ‘Part of your world’를 들으면, 그녀가 얼마나 맹랑한
여성인지 알 수 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면, 다짜고짜 자랑부터 합니다. “이것 좀 봐, 대단하지 않니?
내 소장품들은 완벽해. 내가 모든 걸 가진 소녀라고 생각하지 않니?” 난파선에서 수집한 인간의 물건들
 얘기입니다. 편견 어린 표현이지만, ‘된장녀’나 ‘신상녀’로 보일 수도 있겠죠. “난 별의별 게 다
있어. 혹시 너 이거 가질래? 난 스무 개쯤 있어.” 물론 어찌 보이든 상관없습니다. 에리얼에게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니까요. 그녀는 자신의 욕망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난 더 많은 것을 원해(I want more)” 이 말은 그녀의 정체성입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고작 물건이
 아닙니다. 모래사장을 걷고, 그 위에 누워 햇볕을 쬐고,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거리를 뛰어다니고
 싶어 하죠. 진짜 소원은 이것입니다. “이 바다 ‘밖’으로, 저 세계의 일부분이 될 수만 있다면(Out of
 the sea, Wish I could be part of that World)” 구체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이 노래에는 추상명사가 딱
 하나 나옵니다. 자유. 나를 구속하는 이 세계 ‘밖’으로 나가 바라던 것을 마음껏 누리겠다는 꿈. 에리
얼의 마음은 그런 꿈으로 가득합니다. 친구들은 에리얼의 마음을 돌리고자 노래까지 부릅니다. “에리얼,
잘 들어봐. 인간 세상은 정말 엉망이야. 바다 밑 세상이 모든 점에서 그곳보다 낫다고!”(노래 ‘Under
 the sea’ 중) 흥미롭게도 영화는 바다 밖과 속을 선과 악, 혹은 미와 추로 위계화하지 않습니다. 에리얼
이 바다 밖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곳이 선하며 아름답고, 바닷속이 악하며 추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자신이 그것을 욕망하기 때문이죠. 에리얼은 대의나 보편적 가치 따위에 기대지 않고도 자신의 욕망을 긍
정할 수 있는 여성입니다. 그러니 바닷속 세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들 설득될 리 없죠.


‘Part of your world’는 ‘자유’를, ‘Under the sea’는 ‘행복’을 강조한다. 행복은 다른 디즈니
 공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였고, 이는 훌륭한 왕자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에리얼은
 바닷속 세상이 행복하다는 세바스찬의 말에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에게는 행복보다 자유가 더 중요
할 뿐이다.

여자답게, 조용히!
여자들로부터 ‘사랑이 식었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남자들은 화들짝 놀래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표
현하자면, 여자들 초유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랑뿐입니다. 그것을 등한시 했을 때, 남자들은 절대로 맛있는
 식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한 소설가가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남성의 사랑이 여성의 유일한 존재 이유라니, 여성을 식
모로 보는 천박함은 묻지 않더라도, 유명 작가의 생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편견입니다. 그런데
에리얼이 바로 그렇게 됩니다. 디즈니 영화는 중요한 노래를 두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제를
 담아 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요. <미녀와 야수>에서는 ‘Bell’, <겨울왕국>에서는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가 반복되죠. <인어공주>는 ‘Part of your world’입니다. 에리얼은 노래했습니다.
 “저 세계의 일부분이 될 수만 있다면(Wish I could be part of that World)” 그러나 에릭 왕자를 만
나자 달라집니다. ‘that world’가 ‘your world’로 바뀌죠. 넓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동경은 한 남자
를 향한 사랑으로 고정됩니다. 자유롭던 에리얼은 사랑에 속박된 나약한 여성이 되고, 영화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활력을 잃습니다.

다리를 만들어 줄 테니 목소리를 내놓아라. 또한 3일 내에 왕자의 키스를 받지 못하면 영원히 자신의 노
예가 되어야 한다. 바다 마녀 우슬라가 에리얼에게 내건 계약 조건입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에릭의
사랑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남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얻을 것은 다리이고, 잃을 것은 목소리입니
다. 이에 대해 김민웅은 말합니다.

인어공주의 하반신은 지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 여성성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한 신체적 특성은 바다에 사는 인어공주로서는 당연하겠지만, 그녀에게 ‘다리’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성의 새로운 차원이 열리지 않으면 그녀의 사랑은 영혼과 몸이 하나 되는 길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김민웅, <동화독법>, 이봄

우슬라가 내건 조건은 의미심장합니다. 다리를 얻어 성적 대상이 되자 에리얼은 ‘말’을 잃습니다. 무
엇이 문제인가요. 언어를 갖는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주체’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은 주체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남들이 당신을 설명하도록 내버려 두
지 말라.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남들이 말하게 하지
 말라”는 마사 킨더의 말은, 제 삶의 주인이 되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습니다. 에리얼은 꿈꾸던 사랑을
 만나지만 자신의 과거, 꿈, 역경, 모험 등 아무것도 말하지 못 합니다. 아름다운 외모만 보여줄 뿐이죠.
기존 사회를 뒤흔드는 당돌한 발언도,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혁명적 노래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아름다운
 사물로 전락하고 맙니다. 저 소설가가 생각하는 바로 그런 여성으로.


페미니즘 투쟁에서 핵심 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창비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은 대부분 10대 후반의 소녀, 소년들입니다. 그들이 겪는 위기는 성장 통이며, 어
떤 깨달음과 함께 문제는 해결되기 마련입니다. ‘위기 – 깨달음 – 문제 해결’의 과정을 주도하면서
주인공은 마음의 키가 훌쩍 크기 마련이죠. 특이하게도 에리얼은 전혀 성장하지 않습니다. 바다 마녀와
 계약을 한 것도, 그 위험을 감수한 것도 그녀 자신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에게 뒷수습을 맡기지 않
습니다. 그런 건 남성의 몫이니까요. 우술라와 왕자의 결혼식을 방해하고 에리얼의 목소리를 되찾아준
것은 스커틀, 트라이튼 왕에게 재빨리 위기를 알린 것은 세바스찬, 우슬라를 죽인 것은 에릭 왕자, 인어
로 돌아온 에리얼을 다시 인간으로 만든 것은 트라이튼 왕입니다. 만약 <인어공주>에서 성장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에리얼이 아니라 그녀를 조금씩 이해하고 돕는 트라이튼 왕과 그녀의 남성 친구들입니
다. 그토록 반짝이던 에리얼은 어느새 남자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고뭉치가 됩니다.

재현되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동화 나라 여성 인명사전. <인어공주> 편.

ㄱ) 에리얼의 자매들. 아버지 트라이튼 왕에 순종적이며, 아버지의 은덕을 찬양하는 음악회에 자주 출
연함. 막내 에리얼이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위험을 겪지만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음. 자기주장이 강하
지 않고 아버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한 요조숙녀들. [참고] 요조숙녀(窈窕淑女): “요조숙녀
야말로 군자의 배필”이라는 <시경>의 한 구절에서 온 말로 정숙하고 얌전한 여성을 일컬음.

ㄴ) 우슬라. 바다의 왕 트라이튼에 반역을 꾀하는 바다 마녀. 마법을 부리며, 그 능력을 이용해 수많은
 인어를 노예로 삼은 바다의 악당. 평화롭고 행복한, ‘이대로 충분히 좋은’ 바닷속 세상을 전복하려
 하는 탐욕스런 악녀.

ㄷ) 에리얼. 트라이튼 왕의 막내딸.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철부지 소녀. 아버지의 말도 듣지 않고 마
녀와 계약을 맺을 정도로 고집이 세지만 정작 문제가 생기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고뭉치. 아버지의
희생과 에릭의 사랑 속에 조금씩 여성다워지는 사랑스러운 말괄량이.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가능한가요. 남성의 눈으로 재현된 여성을 진짜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니 물어볼만합니다. <인어공주>에는 여성이 등장하는 것일까요? 남자
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요조숙녀, 아니면 처형되는 악녀거나 길들여지는 말괄량이. <인어공주>에 등장
하는 여성은 이게 전부입니다. 여느 디즈니 영화처럼 <인어공주>는 한 사회의 진보와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26년 전 미국 사회의.

TV를 틀어 드라마를 봅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당도 있지만 특유의
 해맑음과 긍정의 힘, 무엇보다 돈 많고 순수한 남자 덕분에 결국 행복해지는 요조숙녀. 다른 여성을
 까닭 없이 질투하여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다 남자에게 버려지고 인과응보의 벌을 받는 악녀. 당차고
 자기주장이 확실하지만 귀여운 실수를 반복해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신여성이라 불리는 허당
말괄량이 여성까지. 2015년의 한국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답답합니다.

-원문출처:청어람
http://ichungeoram.com/9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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