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23.
[예화] 사는 의미 한 알의 콩
[예화] 사는 의미 한 알의 콩
아주머니는 수면제 몇 알을 낡은 편지지에 싸서 소중하게 품고 다녔습니다.
그녀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인 맏이와 1학년인 막내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불행히도 오래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은 남편이 자동차 사고의 가해자로 몰리면서 아주머니와 두 아들은 길거
리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세 식구는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헛간 한 구석에 가마니를 깔고, 백열등 한
개, 식탁과 두 아들의 책상을 겸한 사과궤짝 하나, 변변찮은 이부자리와
얼마간의 옷가지가 그들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침 6시에 집을
나가 가까운 빌딩을 청소하고 낮에는 학교급식을 돕고 밤에는 식당에서 접
시를 닦으며 날마다 고된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집안일은 초등학교 3년생
인 맏이가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6개월을 지나면서 아무머니는 지치기 시작했고 제대로 잠 잘 여
유도 없었고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는 냄비에 콩을 잔뜩 안쳐 놓고 집을 나가며 맏이에게 메모
를 써 놓았습니다. 아가, 마른 반찬 하려고 냄비에 콩을 안쳐 놓았으니 잘
조려라. 콩이 물러지거든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어라. 엄마가.
아주머니는 그 날도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은 꼭
죽어야지 다짐했습니다. 밤늦게 집에 돌아온 아주머니는 가마니 위에서 낡은
이부자리를 덮고 나란히 잠들어 있는 두 아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맏이의
머리맡에 “어머님께!”라고 쓰인 메모지를 보았습니다.
엄마! 콩이 물렁해졌을 때 간장을 부어 조렸는데 동생이 ‘콩이 짜서 못 먹
겠어’하며 찬밥을 물에 말아서 맨밥만 먹고 잠들어 버렸어요. 용서해 주세
요. 정말 콩을 열심히 삶았어요. 제가 삶은 콩 한 알만 드셔 보시고 내일 저
를 깨워 콩 삶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아무리 일러도 좋으니 나가시기 전에
깨워주세요. 꼭이요. 저는 알아요. 저희들 때문에 너무 고생하신다는 것을….
저희들은 먼저 잡니다. 어머니도 편히 주무세요.
“아아, 저 어린것이 이토록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었구나.”
어머니는 아이들 머리맡에서 콩자반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눈물범벅이 된
채 짜디짠 콩을 한 알 또 한 알 먹고 있었습니다.
(퍼 올린 글을 다듬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괴로운 것만이 아닙니다. 눈물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
기도 하며 절망 속에 실낱같은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죽음을 결심한 어머니의
마음에도 버리지 못할 자식 사랑 때문에 고통이 의미를 가집니다. 괴로움은 나
눌수록 가벼워진다는 말을 다시 읊어봅니다.
출처 : 남산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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