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9.
[예화] 침묵하라
[예화] 침묵하라
모세는 예언자가 되기 위한 수양과정으로 어떤 뛰어난 스승의 제자로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스승이 모세에게 가르친 첫 번째 수양은 다
름아닌 침묵이었다.
하루는 모세가 스승과 함께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주위
의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된 모세는 별 어려움 없이 침묵을 지킬 수가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강가에 이르렀늘 무렵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한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강 건너편에서는 그 아이의 엄
마가 발을 동동 구르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목도한 모세는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스승님, 저 아이를 그냥 놔두시렵니까?"
그러자 스승이 짧게 그의 말머리를 잘랐다.
"침묵하라."
스승의 말에 모세는 움찔하며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속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스승은 대체 누구인가? 인정머리 하나 없는 매정한 사람일까?
아니,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할 능력조차 없는 게 아닐까?'
스승에 대해 그런 불경스런 생각을 품는 것은 옳지 못했지만 모세는 쉽
사리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수행길은 계속 이어졌고 그들은 어느덧 작은 마을의 해변가에 닿았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육지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었는데 조난을
당해 침몰 일보직전이었다. 점점 가라앉는 갑판 위에서는 선원들은 정신
없이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 광경에 참다 못한 모세가 소리쳤다.
"스승님, 배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도와줘야 합니다!"
그 말에 스승은 또다시 매서운 눈초리로 모세를 쏘아보며 침묵할 것을 강
요했다. 모세는 그런 스승의 기세에 눌려 목구멍까지 넘어오던 말을 다시금
꿀꺽 삼켜야만 했다.
하지만 모세는 스승의 그런 행동을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
으로 돌아온 즉시 기도를 올려 신께 물음을 청했다.
그러자 신은 다음과 같이 말해 주는 것었다.
"네 스승의 행동이 옳다.
강물에 빠져 죽어가던 그 소년은 장차 수천 수만의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을 일으킬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음을 당함으로써
그런 재앙이 미연에 방지된 것이다.
침몰하던 그 배도 마찬 가지다. 그 배안에는 수많은 해적들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이 해안에 상륙하여 무모한 양민들을 약탈하고 살상하려고 했었다."
깨달은 이의 위대함 중 하나가 어떤 현상의 시작과 종말을 꿰뚷어 볼줄 아는
안목을 지녔다는 것일 것이다
----
현자라는 분들이야 그럴지 모르지만 일반 평범한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죽는 이유를 아는
것보다 치료가 우선이란 예화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뜻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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