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8.

[명시음악] 거리에서 - 윤동주 시모음






[명시음악] 거리에서 - 윤동주 시모음






[음악동영상. 하모니카]


[음악동영상. 김광석]

거리에서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너머
또 하루가 저물땐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찾고 있는지,
뭐라 말 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 만이 되돌아 와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속에 잊혀져 가요..

거리에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은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옷깃을 세워걸으며 웃음지려 하여도
떠나가던 그대의 모습 보일것 같아
다시 돌아보면 눈물이 나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속에 잊혀져 가요






























---------


김광석은 ‘거리에서’를 부르기 전 이런 말을 했다.
“노래말이 슬프면 인생살이도 그렇게 된다고 해서 한 동안 안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 말이 예언이 됐다.
96년 32번째 생일을 보름 앞둔 1월6일 새벽 그는 내뿜는 담배
연기 가닥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렸다.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 곳으로 떠나버린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속에
잊혀져가요

김광석 노래 '거리에서'의 노랫말 일부


마음의 축대가 무너지고 의욕의 나사가 달아난, 어두운 계단에
서있던 ‘서른 즈음’ 한 가수의 내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아.“ 그의 노래
‘일어나’의 첫 대목은 고독하고 참담하다. ‘노찾사’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치며 주목을 받았고 ‘라이브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운 실력파. 젊은 영혼의 미세한 통증을 집어낸 노래들은
 오랜 울림을 남겼다.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인민군
 오경휘중사(송강호 역)가 그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이
렇게 말한다.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
리 죽었대니? 그를 위해 딱 한 잔만 하자.”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출처 : http://www.asiae.co.kr/news/view.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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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모음]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워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십자가>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에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꿈은 깨어지고>
 
잠은 눈을 떴다
그윽한 幽霧에서
노래하든 종달이
도망쳐 날아나고,

지난날 봄타령하든
금잔디 밭은 아니다

塔은 무너졌다,
볽은 마음의 塔이

손톱으로 새긴 大理石塔이
하로저녁 暴風에 餘地없이도,

오오 荒廢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塔은 무너졌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쉽게 씨워진 詩>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詩人이란 슬픈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詩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를 받어

大學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의 講義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하는 것일가?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으로 잡는 最初의 握手.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게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게요.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나를 부르지도 마오.



   <별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또 다른 고향(故鄕)>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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