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일화] 할머니의 추억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다..
치매는 있는 정 다 떼고 가는 그런 병이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확 코를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냄새....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1년 동안은 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2년 째부터는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3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게 되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들이 와도 할머니방엔 안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손주인 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이성이 퇴화 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지 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 오독 씹어드셨다...
섬짓하기 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그 많은 통닭 한마리를 혼자서 다 드시다니...
엄마가 '식사'를 넣으러 왔다 갔다 할 때 말고는 그방을 출입하는 사람은 내
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할머니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시려고 노력하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하시는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시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이름도 제대로 못부르는 할머니를 피하기만 했다..
간혹 한밤중에도 '허.. 흐흐.. 아..' 하는 할머니의 신음같은 목소리가 내방까
지 들려오면.. 나는 흡사 귀신소리라도 듣는 듯 소름이 돋아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그제서야 고모들도 할머니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걸레같은 옷을 벗겨내었을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
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다리 한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셨는지 손 때가 새카맣게 타있
었다..
이 감추어둔 통닭다리 한 짝을 나에게 먹이려고 그토록 애타게 내 이름을 부
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시던 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 손주 생각을 하셨는지....
ps. 할머니..
나 통닭먹을 때 마다 할머니 생각한다..특히 다리 먹을 때마다 항상 그때 할머
니가 준 거라고 생각하고 먹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또 주머니에 밤이며 떡이며 잔뜩 꿍쳐놓고 있을
거지? 그러지 말고 할머니가 다 먹어.. 할머니 먹는 거 좋아하잖어..
난 여기서 잔뜩 먹을께...^^
거기선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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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작자미상의 글을 발췌편집했습니다.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과 보호자븐들의 행복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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