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2.

[명시음악] 알수없어요 한용운 시모음 명상음악모음






[명시음악] 알수없어요  한용운 시모음 명상음악모음








[음악동영상. 명상음악]








01 인 연 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함께 영원히 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 해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않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02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03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리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의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 못한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남은 재가 다시 시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04 나는 잊고자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자 하여요.

잊고자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으까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지도 말고 생각도 말아 볼까요.
잊든지 생각하든지 내버려 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 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여요.

구태여 잊으려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여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자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05 나의 길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돌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발자취를 냅니다.
들에서 나물 캐는 여자는 방초(芳草)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아갑니다.
의(義) 있는 사람은 옮은 일을 위하여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침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럼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른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었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였으면
죽음의 길은 왜 내셨을까요.



06 당신은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07 당신이 아니더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던 얼굴에
왜 주름살이 접혀요.
당신이 기룹지만 않다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 테여요.
맨 처음에 당신에게 안기던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않아요.
나에게 생명을 주든지 죽음을 주든지
당신의 뜻대로만 하셔요.
나는 곧 당신이어요.




08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
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09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지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금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10 나룻배와 行人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11 행 복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겄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것습니까.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야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어지는 까닭입니다.





12 낙 화

떨어진 꽃이 힘없이 대지의 품에 안길 때
애처로운 남은 향기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가는 바람이 작은 풀과 속삭이는 곳으로 가는 줄을 안다.

떨어진 꽃이 굴러서 알지 못하는 집의 울타리 사이로 들어갈 때에
쇠잔한 붉은 빛이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부끄러움 많고 새암 많고 미소 많은 처녀의 입술로 들어가는 것을 안다.

떨어진 꽃이 날려서 작은 언덕을 넘어갈 때에
가없은 그림자가 어디로 가는 줄을 나는 안다.
봄을 빼앗아 가는 아가의 발밑으로 사라지는 줄을 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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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탄생 1879년 8월 29일,-1944년 6월 29일 사망]

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이다. 본관은 청주. 호는 만해이다.
불교를 통한 언론, 교육 활동을 하였다.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으며, 그것에
대한 대안점으로 불교사회개혁론을 주장했다.
3·1 만세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이며 1944년 6월 29일에 중풍과
영양실조 등의 합병증으로 병사하였다.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을 추가보완하였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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