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9.

[예화] 기름보일러 배려







[예화] 기름보일러   배려



얼마 전 강추위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의 일이다.
직업이 건축업자인지라 지방 공사가 잦았던 나는 그때 경상도 함안
으로 출장을 갔었다.

그날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차가운 날씨와
쌓인 눈 때문에 인부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현장을 책임지고 있던 나는 극소에서 남아 현장을 지키기로
했다.

몹시 추운 날씨여서 근처 여관에 가 따뜻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취사 도구도 안을 살펴보니 이불 몇장과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취사 도구도 준비돼 있었기에 나는 기꺼이 하룻밤을 묵기로 작
정했다.

그런데 인부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방에 들어와 보니 보일러에 기름
이 없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밖에는 이미 칠흙같은 어둠이 내린
상태였고, 눈송이 더욱 굵어졌다.

방안에 있는 이불을 모두 끌어다 몸을 감쌌지만 몸의 한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얼굴
이 벌겋게 상기된 웬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호빵을 내게 내밀며 말
했다.

"아저씨, 추우실 텐데 이거 드세요.
우리 아빠가 기름 가지고 오실 거예요."

아이의 말이 끝나자 뒤이어 기름통을 든 한 중년 남자가 숙소에 도착
했다.
그분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면 내게 말했다.

" 젊은이가 이런 추위에 고생을 자처하다니 대견스럽네.
젊을 때의 고생은 인생에 있어 커다란 밑천이 될 수 있지."

아래 동네에 사는 그 부녀는 인부들이 내려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는, 숙소에 기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급히 기름을 들
고 찾아온 것이다.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한 따뜻한 배려에 나는 그만 가
슴이 찡해졌다.

-예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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