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3.
[예화] 연애결혼은 하지 않을거야
[예화] 연애결혼은 하지 않을거야
"나는 바보짓을 많이 하겠지만 연애결혼만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 수상의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른 디즈레일리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독신으로 있다가 서른다섯 살인 1839년 저택을 소유
한 자신보다 열다섯이나 연상인 미망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쉰 살이나
먹은 윈덤 루이스의 머리칼은 희끗희끗한 백발이 섞여 있었으며 미인
은 더 더욱 아니었고 그렇다고 학문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었다.
루이스는 디즈레일리가 이러한 자신에게 청혼한 까닭은 오로지 돈 때
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어떤 요소도 갖추지 못했지만 오직 남편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어느
누구 못지 않았다.
루이스는 하루 종일 정치가들 틈에서 시달려온 남편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을 하나
도 빠뜨리지 않고 귀담아 들어주었다. 디즈레일리는 차츰 아내에게서
휴식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루이스는 결혼생활 30여년 동안 오로지
남편에게 집중했다.
어느 새 만찬석상에서의 일이다. 그 자리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후 디즈레일리 부부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한 부인이 의식적으로 루이스에게 다가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디즈레일리는 당신의 재산을 보고 결혼한 것이지요?"
루이스는 대답을 하기 전에 남편에게 똑같은 말을 건넸다.
"당신은 내 재산 때문에 결혼한 것이지요?"
디즈레일리가 정직하게 고개를 흔들자 루이스는 낮지만 단호히 말했다.
"부인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다시 한다면 내 남편은 사랑을 목적 으로
역시 나와 결혼할 것이랍니다."
말을 마친 루이스는 슬며시 디즈레일리를 올려다 보았다. 아내를 내려다
보는 디즈레일리의 눈빛에는 사랑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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