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외면보다 중요한 내면
작년 3월 초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 베르나르 르와조가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가 얼마나 유명한 요리사였는지 그가 자살하던 날
프랑스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정규 뉴스 시간에 그의 자살 소식
을 보도했고, 며칠 후 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정도
였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미슐랭은 매해 프랑스 모든 식당
을 등급별로 평가한 식당 안내서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
을 출간하는데, 베르나르 르와조가 경영하는 식당은 지난 27년간
줄곧 최고 등급인 별 세 개의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 초에 발간된 그 안내서엔 그의 식당이 두
등급이나 강등, 별 한 개로 떨어져 있었다.
이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렸다.
인간의 육체는 세월이 흐르면 쇠하게 마련이기에, 인간의 능력
또한 나이가 들수록 감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한
들 한평생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 장장 27년간이
나 프랑스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군림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이 들어 비록 별 한 개의 등급으로 떨어졌을지라도, 평생 최고
의 요리사로 살아온 자신의 경륜과 솜씨로 타인에게 봉사하며, 타
인과 더불어 노후를 즐기며 사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별 두 개를 잃었다 하여 그는 자신의 생 자체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외부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 「인간의 일생」/ 이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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