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8.
[예화] 품위 있는 죽음
[예화] 품위 있는 죽음
그녀는 쉰 다섯 되던 해에 목 왼쪽 임파선에 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남편과 상의한 끝에 그녀는 곧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불행은 그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수술은 받은 지 일 년도 채 안 돼 이번에는 오른쪽 배
에 암이 전이되었다.
암세포가 너무나 넓게 퍼져 있어 의사가 개복을 했다가 그대로 덮어 버렸다.
"앞으로 석 달을 더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의사는 그녀에게 희망을 주지 않았다. 막막했다. 스스로 고난을 참고 견디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녀였으나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억울한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죽고 나면 남편과
자식들이 차차 자기를 잊게 될 것이란 생각에 분한 마음도 일었다. 어떻게 하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었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다들 그러한 듯 그녀도 막막한 채로 항암 치료를 시작
했다. 방사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가운데 머리카락은 빗을 갖다 대기만 해
도 한 웅큼씩 빠져나갔다. 눈썹도 성글어져 얼굴을 곧 나환자의 몰골을 닮아
갔으며, 차차 신경마저 둔해져 걸음을 걷기가 불편해졌다. 그래도 그녀는 안성
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일주일에 다섯 차례씩 오고갔다.
그런데 의사가 선고한 시한부 기간이 석 달을 넘기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여덟 달쯤 된 날이었다. 그녀는 그날도 치료를 받으러 가기 위해 서울 가는 버
스에 발을 올려놓았다. 물론 머리카락이 다 빠져 가발을 쓴 채였다.
그런데 손으로 한쪽 다리를 들어 버스에 올려놓고, 다시 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머리에서 가발이 툭 떨어졌다. 동시에 그녀의 흉한 맨머리가
그대로 들어났다. 그녀는 얼른 가발을 주우려고 했으나 주울 수가 없었다.
"할머니, 빨리 안 타고 뭐하는 거에요? 에이, 참, 재수없게스리."
젊은 차장이 도와주기는 커녕 짜증부터 부렸다.
차 안에 탄 사람들이 모두 킥킥거렸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고 모멸스러웠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 저열한
것이라면 차라리 죽고 싶었다. 당장 흔적도 없이 잦아들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고 모멸스러웠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 저열한
것이라면 차라리 죽고 싶었다. 당장 흔적도 없이 잦아들고 싶었다.
그 길로 그녀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길 밖으로 굴러 떨어진 가발을 주워 들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어차피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일 당장 죽더라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인간답게 품위를 지키며 살고
싶었다.
그녀는 모든 생활을 병들기 전처럼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그녀 스스로 희망을 만드는 일이었다. 의사는 그녀가 얼마 못 가
앉은뱅이가 되고 마침내 심한 고통 속에 숨질 것이라고 했으나,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기를 쓰고 일어나 울 안의 남새밭을 가꾸었고, 책상에 꼿꼿이 앉아 책을
읽었다. 그것이야말로 옳은 투병이며 주어진 목숨에 대한 독실한 태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뒤 이태가 지났다.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누가 암이 어찌 되었느냐고
물으면 그녀는 간단히 이렇게 대답한다.
"모릅니다. 병원에 안 가니까 알 수가 없지요.
다리가 좀 저린 것 말고는 별로 자각 증세가 없습니다.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정호승 :도서출판 제삼기획 중에서
----
의사를 믿지말고 자신을 믿어라. 최악을 대비하고,
최선을 찾아 노력하라. 수술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연치료를 택하자.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일,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자.
-연우생각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유머] 내가 왜 화난지 몰라?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의 대처법 여: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남: 알아. 여: 뭔데? 남: 알지만 말하고 싶지 않아. 여: 뭔데 말해봐. 남: 너는 내가 왜 말하고 싶...
-
[베스트] 무협영화 100 명작 추천 리스트 중국영화 지난번 무협지 베스트를 소개한데 이어 오늘은 무협영화 베스트를 소개한다. 80-90년대를 휩쓸었던 중국 무협류는 오늘날 거의 자취를 감췄고, 대신 미국 만화 ...
-
[유머] 새옹지마 아버지와 아들이 식당에 갔다. 식당 방 벽에 “塞翁之馬”라고 써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저거 무슨지마라고 쓴 거에요?” 좀 무식했던 아버지는 뭔글자인지 몰라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윽고 근엄한 표정...
-
[유머] 받침하나 뺐을 뿐인데 ----------------------------- 아주작은 일상의 변화가 인생을 뒤바뀌게도 만듭니다. 소소한 일상에 충실합시다요^^ -연우생각
-
[신비체험] 죽음의 보상 성의 기쁨 - 오르가슴 01 3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 즈음에, 사마귀는 바퀴벌레의 조상에서 나누어졌다. 그러나 바퀴벌레와는 달리, 생긴 모양이 작은 괴수(怪獸)와 같아 무섭다. ...
-
[음악잡담] 돌에관한 시 돌탑쌓는 마음 바위 성모의 보석 [음악동영상. 성모의 보석 The Jewels of the Madonna Intermezzo no.1 ] 01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
-
[희귀질병] 조로증- 프로제리아/허치슨.../베르너증후군 1 7세 조로증 소녀, 얘슐리 헤기 잠들어 재경일보 기사입력 2009.04.24 14:14:42 조로증으로 고통받던 17세 소녀가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3일...
-
[명작SF 영화] 토탈리콜 - 과거 현재 미래의 나 기억과 존재 Total Recall 오늘은 명작 SF 토탈리콜에 대해 소개한다. 이영화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는 폴베호번 감독의 대표작으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
-
[명화감상] 부인의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 "이 아름다운 머리, 이 모든 손가락, 코, 입 그리고 눈. 이 또한 아름다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