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9.
[예화] 그녀의 보석
[예화] 그녀의 보석
그녀는 아들 셋을 두고도 늘그막에 자녀들과 따로 살게 되었다.
어릴 때는 그토록 착하고 효성스럽기 짝이 없던 아들들이 이제는
며느리한테 꼭 쥐여 분가 할 것을 주장하자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서로 따로 사는 게 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식들은 처음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우르르 손자들을 데리고 찾
아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녀를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손자들이 보고 싶어 잠깐 들르라는 전화를 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그녀는 노년의 외로움이라도 달
래려는 듯 보석이나 장신구 따위의 패물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돈
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값비싼 보석들을 사 모으는 데
에야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며느리들이 다 모이면 으레 그 패물
들을 며느리들이 보는 앞에 꺼내 놓고 손질을 하곤 했다. 자호박이
니 비취니 루비니 하는 따위의 보석들을 호호 입김까지 불어 가며
닦기도 하고 몸에 한번 걸쳐 보기도 했다.
그러자 며느리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녀를 찾는 회수도
잦아졌을 뿐만 아니라 서로 돈을 각출해서 보약을 지어 오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며느리들에게 이런저런 작은 패물들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크게 특별한 일도 없이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도
며느리들이 슬피 울었다. 문상 온 사람들이 '이 집엔 다들 효부를
두었다'는 말들을 하고 돌아갔다.
그녀의 남편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것저것 아내의 유품을 정리했다.
결국 아내가 사 모은 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문
제였다. 그는 생전 아내가 자기 분신처럼 아끼던 물건들을 며느리들이
잘 간직해 주기를 바랐으나 어떻게 나누어주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패물의 종류와 값이 다 달라 세 며느리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기 어
려웠다. 세 며느리 또한 서로 비싼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선
뜻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세 며느리를 불러 앉혀 놓고
말했다.
"내가 이것 갖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며느리인 너희들에게 주
고 싶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너희들 셋
이서 잘 의논해서 정해 보아라."
며느리들이 곧 의논을 하고 돌아왔다. 큰며느리가 며느리들을 대표해서
입을 열었다.
"재물을 몽땅 팔아서, 그걸 현금으로 똑같이 셋으로 나누어주세요."
"허허, 그게 진정으로 하는 말이냐?"
"네."
그것은 그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결론이었다.
'고얀 것들. 시에미 패물을 그저 돈으로밖에 안 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언짢았다.
그렇지만 그는 시아버지로서 며느리들에게 한 말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 길로 보석상을 찾았다. 중년의 보석상 주인이 이리저리 아내의
패물들을 살펴보더니 잔뜩 이맛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이거 어디에서 사신 겁니까?"
"내가 산 게 아니네, 죽은 내 마누라가 산 걸세."
"할아버지, 이 물건들은 모두 다 가짭니다.
저는 혹시 할아버지가 속아서 사셨나 했습니다."
순간, 그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울컥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이 치솟아 올
랐다. 죽은 아내가 왜 그토록 패물을 사 모았는지 그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자식을 바라며 살지 맙시다. 크면 다 제살기도 바쁘죠.
요즘엔 오히려 도와달란 말만 안해도 효도하는 것이라는...
의존않는 노후가 행복한 노년입니다.
-연우생각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가장 많이 본 글
-
[죽음] 탈출구는 없었다 목매 자살 의사 ------------------------------------------------------------------------------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도움이 필요하거나 우울하...
-
[사랑상식] 사방지 임성구지 남자인 여자 이야기 [양성자 동영상] 1548년(명종 3년) 11월 18일자의 ‘명종실록’을 보면 함경 감사가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곤란한 일로 조정에 장계를 올리고 있다. 장계 내용에 의하면 ...
-
[상식] 색깔 의미 색채심리 빨주노초파남보 상징 컬러 판단 뇌는 풀을 녹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색깔과 관련해 기분이 오싹해지는 점은 그것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풀이든 뇌든 그 사이의 공간이든 어디든, 물리적 ...
-
[유머] 사오정 씨리즈 모음 ◆삼장법사...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먼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무리의 악당이 나타나 냅다 소리를 쳤죠. "야!! 손오공이 누구야!! 빨랑 나와!!" 그 때, 사오정이 앞...
-
[상식]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과 같다 -개에 대한 상식 개의 1년은 인간의 7년과 같다는 것이 사실인가? 작은 개가 큰 개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오래 살 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표준이 되는 공식은 없다. 그러나 제안되었던 더...
-
[죽음] 마약중독사 환각이 아닌 고통스런 죽음 ------------------------------------------- 이 문서를 보는 여러분 중 만약 마약중독에 빠졌다 생각되거나 지인이 그러한 경우가 있다면 한국마약퇴치...
-
[꿈상징] 가면 탈 복면 마스크 꿈 얼굴숨기는 00 꿈에 마스크가보이면? - 꿈에 마스크가 보이면 감기 조심하라는 예지몽입니다. 자기 건강을 챙기라는 것이지요. 가면이면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 사람에게 속아서 사기 당할 우려가...
-
[공포사건] 치매걸린 할머니, 곰국 사건 내가 본 글 중, 충격적인 글하나 올려드리겟음 몇 년 전의 일이다, 응급실에서 외래로 연락이 왔다. 전화를 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진정이 안되고 떨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충...
-
[성인유머] 간호사의 속셈 간호원 생활 5년에 거의 능구렁이가 다된 두 간호사 영자와 맹자가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얘, 이번에 새로온 의사, 굉장히 미남이더라." 맹자가 침을 흘리며 말하자 영자...
-
[죽음] 잘못된 선택 투신자살 ----------------------------- 도움이 필요하세요? 대한민국: 1577-0199 한국자살예방협회 운영시간: 연중무휴 24시간 언어: 한국어 웹사이트: www.suici...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