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9.
[예화] 양고기 국물과 찬밥 한덩이
[예화] 양고기 국물과 찬밥 한덩이
중산군이라는 중국의 한 왕이 자신이 따르는 사대부들을 불러 잔
치를 벌이던 날이었다. 사대부들이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잔치상
이 차려져 나왔다.
하인이 손님 수대로 차례차례 음식을 나누어 주고 마지막으로 양
고기 국물을 내주었다. 그런데 국물이 모자라 사마자기라는 사람
에게만 국물이 돌아가지 못했다.
당황한 하인이 얼른 중산군의 눈치를 살폈으나 중산군은 물러가도
좋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마자기는 다른 사람들이 국물
을 떠 먹으며 즐기는 동안 몹시 불쾌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이 일로 사마자기는 중산군을 버리고 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속
수무책으로 당한 중산군은 몇 사람의 심복을 데리고 피신하였는데
웬 낯선 사내 두 명이 창을 들고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중산
군이 그들을 불러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이건데 나를 보호해 주는가?"
그러나 사내들은 무릎을 굽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예, 중산군께선 저희 부친이 배고픔으로 쓰러졌을 때 우연히 지
나가시다가 찬밥 한덩이를 주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부친은 그
찬밥 한 덩이로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돌아가실 때 저희
에게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만약 왕께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음
으로 보답하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왕을 따르는
것이옵니다."
"허허, 다른 사람에게 무엇를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로구나.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
에게 원한을 사는 것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었구나. 그것을 왜 이제야 깨
달았을까.
내가 한 그릇의 양고기 국물로 나라를 잃고 한 덩이의 찬밥으로
목숨을 구하였구나."
그 순간 사마자기의 부대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내의 보
호를 받으며 중산군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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