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
[예화] 4배의 연봉 욕망
[예화] 4배의 연봉 욕망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은 물리학자이었습니다.
스티븐 호킹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을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자라 한다면 그는 20세기 후반기의 물리학자라 부를 만큼 뛰
어난 학자이었습니다.
파인만은 양자 전기역학 분야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유명하게 된 것은 단지 학술적 기여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자유분방한 기질과 예기치 않은 기행(奇行)이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
습니다.
1951년 그는 미국 뉴욕 주의 코넬대학에서 캘리포니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으로 막 옮겼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캘리포니아 주는 스모그 현상이 대
단히 심했습니다. 스모그로 고통 받게 된 파인만은 맡지 못하겠다며 코넬대학
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양 대학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칼텍에서는 강의에 대한 부담 없이 연구에 매
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잘
못되었다며 이를 취소했습니다.
칼텍에서 그의 명성은 점차 높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카고대학의 교수 두
사람이 그를 찾아와 시카고 대학으로 오라며 여러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엄청나
게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조건을 묵묵히 듣다가 그가 연봉액수에 대
해서는 말하지 못하게 한사코 막고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친구들이 사석에서 그를 나무라며 그들이 파인만에게 제시하려 했
던 연봉은 칼텍 교수 연봉의 서너 배 쯤 되는데 왜 그렇게 좋은 조건을 받아드리
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지요. 왜냐하면 나는 연봉이 그렇게 많을 줄 미처 몰랐어요.
내가 말하지 말라했으니까. 만약 그들이 연봉액수를 말했다면 아마도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파인만은 그에게 학교를 옮겨달라고 간청하던 이들에게 편지했습니다.
"당신들이 내게 제시하려던 연봉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연봉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기를 잘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의 봉급이면 내가 항상 원해 왔던 것을 할 수가 있는 액수입니다. 어여쁜
정부(情婦)를 얻고, 아파트를 얻어주고, 좋은 물건들을 사주고... 그리고는 나
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걱정하고, 그 여
자가 뭘 하고 있는지 항상 신경을 쓰고 그리고 집에 오면 늘 부부 싸움을 하겠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들 것이며 나로 더 이상 물리학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겠지요. 이것은 제게 엄청난 혼란이 될 따름이겠지요."
그의 이 솔직하면서도 우스운 편지는 상대방의 간청을 포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
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좋은 조건을 내 걸고 그 조건이 충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
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그 조건들이란 나의 욕심을 채우기 것과 관계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욕심이 채워진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해 보지를 않고 있습니다. 파인만은 그에게 주어진 엄청난 조건은 욕망을 채
워주기에 충족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나 삶의 목표와는 전혀 다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그는 역시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 남산편지는 경북대 명예교수인 정충영 박사(cyjung@knu.ac.kr) 가 매주 두 차
례씩 보내드리는 예화와 묵상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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