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29.
[예화] 두 눈을 가린 선생님
[예화] 두 눈을 가린 선생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성했다. 학생들은 어떤 교사를
해임시키라고 주장했는데 그 교사는 학생 한 명을 심하게 때려 미움을
받은 것이다.
학교 측에선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수업에 참여할 것을 설
득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했고 수십명의 학생들이
몽둥이를 들고 교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흥분한 학생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선생님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그 학교의 주임교사인 김 선생님은 교무실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네 이놈들! 도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와 난동이냐!
어찌 교무실까지 함부로 들어와 행패냐! 어서 썩 나가거라!"
청천벽력 같은 김 선생님의 말에 잠시 움찔한 학생들은 갑자기 김 선생
님에게 와락 달려들어 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김 선생님은 얼른 두
손으로 자기의 눈을 가렸다.
학생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지 김 선생님을 마구 구타했다.
어깨를 흔들어대는 학생들의 손짓에도 김 선생님은 눈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 뒤 학교는 평온을 되찾았다. 학생들은 주기들의 불경한 죄 때문에
고민했다. 고민 끝에 김 선생님을 구타한 학생들은 교무실로 김 선생님
을 찾아가 사죄했다.
"선생님, 저희들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됐다, 됐어. 스스로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이 세상엔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김 선생님은 도리어 학생들을 칭찬하는 듯한 말로 아이들을 위로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그 때 왜 그렇게 한사코 눈을 가리고 계셨습니까?"
"아, 그 때. 나는 수양이 좀 부족한 사람이야.
만일 때리는 너희들의 얼굴을 본다면
내가 너희들에게 나쁜 감정을 품게 될까봐.
너희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가린게지."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월간 좋은 생각, 1993년 10월호,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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