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3.
[예화] 무엇을 세는가
[예화] 무엇을 세는가
어떤 공원에 별로 할 일이 없어 보이는 노인이 매일같이 나와 앉아
있었는데, 그 노인은 뭐든지 수를 헤아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공원에는 부모와 함께 놀러 나온 아이들, 노인들, 경찰관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노인은 오늘도 공원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렸습니다. 서
른일곱 명이었습니다. 노인은 때로 공원에 있는 나무며 꽃들의 수효
도 헤아렸지요.
바로 이때, 10개월이 좀 넘었을 만한 어린아이를 팔에 안고 있는 30
대 초반의 사내 하나가 노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내는 그가 않아
있는 벤치 쪽으로 걸어왔습니다.
잠시 후, 이 노인이 않아 있는 벤치 옆에 자리를 잡은 사내는 어린아이
에게 걸음마를 가르쳤습니다. 이젠 간신히 일어서는 아이의 옷깃을
잡고 사내는 아이를 걷게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다리에 힘이 없는지 한 발짝을 떼고는 곧 넘어지곤 했습니다.
이때마다 사내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가야, 넌 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걸어보렴!"
이렇게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다시 걸음마를 시키지만, 아이는 두
발짝도 못 떼고 계속 넘어지곤 했습니다. 이러기를 한 시간쯤 가까이
했을까요, 그러다가 아이가 지쳤는지 잠시 칭얼대더니, 사내의 무릎에
누워 잠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30여 분쯤 잤을까, 다시 잠에서 깨어난 아이를 사내는 다시 걷게 하려고
걸음마를 시켰습니다. 아이를 다독거리고 입을 맞추며 해질 무렵이 되도
록 아이에게 걸음마 연습을 시키던 사내는 공원을 휘 둘러보며 일어섰습
니다.
마침 옆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노인을 의식한 사내는 노인에게 다가서서
말했습니다.
"보셨어요?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오늘 제 아이가
세 걸음이나 걸었다구요!"
노인이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니, 그 애는 오늘 마흔여덟 번이나
넘어지더군!"
사내가 약간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걸 세셨군요 저는 넘어지는 것은 몰랐는데!"
이렇게 대꾸한 사내는 팔에 안고 있는 아이의 볼에 쪽하고 입을 맞추더니,
노인을 향해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는 데 마흔여덟 번쯤 넘어진 게 뭐 대숩니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구요."
사내가 팔에 안긴 제 아들을 내려다보며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동안, 노인은 다시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신은 저 사내와 같으신 게야. 그분은 우리의 도덕적 과오의
횟수보다는, 영원한 사람의 길을 가는 우리의 발걸음 수에 더 관심이
깊으시지."
이제 노인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벤치에서 일어섰을 때는, 신의 가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 기분이었습니다. 노인은 오랜만에 좋은 기분에 취한
나머지, 돌아가는 길에 가로등 수를 헤아리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예수회 신부인 닐 기유메트의 글모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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