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5.

[예화] 데미안의 스프






[예화] 데미안의 스프



  "아저씨, 자요. 어서, 어서 드세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배가 찼습니다."

  "글세, 그렇게 말하지 마시고 한 접시만 더 드세요.
이 생선 스프는요,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구요."

  "벌써 세 접시나 먹었는걸요."
  "그러지 마세요. 일일이 계산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먹을 마음만 있다면요. 그까짓  세 접시가 문제인가요.
실컷 드세요. 맛있는 스프인걸요.

짙은 맛에 기름끼가 많고, 마치 엷은 호박 층에 뒤덮여
있는 것 같은 이런 스프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없을 거예요.

자아, 이것은 황어예요. 내장이구요. 이것은 용상어 조
각이랍니다. 한 숟갈이라도 더 드세요."

  이렇게 데미안은 옆집에 사는 포카에게  쉴새 없이 음
식을 권했다.  그야말로 포카에게 숨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포카는 벌써 아까부터 비지땀을 줄줄-그런데도
 포카는 다시 한 접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서 그릇을 비웠다.

  그러자 데미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좋다구요. 대신
거만한  사람은 딱 질색이지요. 자아, 한  접시 더 드세요.

네?"
  그러나 우리의 불쌍한 포카는 아무리 생선 스프를 좋아
한다고 해도 이런 고난은 딱 질색이었다. 더 이상 어쩔 수
가 없었다.

그리하여 허리띠와 모자를 양 손에 움켜 쥐고는 정신없이
자기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 후 데미안의 집에는 그림자
도 얼씬하지 않았다.

  --당신이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행복하다.
그러나 적당한 때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당신의 산문이나
시는 모두 데미안의 생선 스프보다 훨씬 더 구역질을 불러
 일으킬 것이리라

-출처: 크루이로프 '보석상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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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건, 모임에서건 자기자랑 하지마라
-연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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