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1.
[유머]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유머]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제가 대학에 가느라 엄마 아빠 곁을 떠난지 석달이 됐네요.
그동안 편지쓰는 거 소홀히 하고 이제야 편지를 보내게 돼 죄송해요.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말씀드릴께요. 편지를 읽어내려가기 전에
먼저 자리에 앉으세요.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계속 읽으면 안돼요…
알았죠???
지금은 꽤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온 뒤 기숙사에 불이나 창문에서 뛰
어내리는 바람에 입은 두개골이 깨지고 뇌진탕이 있었지만 거의 다 나
았어요.
입원도 2주밖에 하지 않았고, 시력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두통
도 하루에 세번밖에 안느껴요. 운이 좋게도 기숙사에 불이 났을 때 내
가 뛰어내리는 것을 본 주유소 점원이 소방서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러
줬어요.
그 점원이 병문안도 와주고, 기숙사가 불에 타는 바람에 살 데가 없는
내게 친절하게도, 자기 아파트를 같이 쓰자고 하더군요. 사실 아파트
라고 해봤자 지하실에 있는 방이지만 그런대로 아담해요.
그 사람 참 좋은 남자예요. 우리는 깊이 사랑에 빠졌고, 결혼할 계획이
예요. 아직 정확한 날짜는 잡지 않았지만, 임신한 티가 나기 전에는 할
거예요.
엄마, 아빠, 그래요. 나 애 가졌어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할머니 할아
버지가 되고 싶어하는 지 알고 있어요. 두 분이 아기를 반갑게 맞아주
리라는 것,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내게 배풀어 준 것과 똑같은 사랑과
헌신, 부드러운 보살핌을 우리 아기에게도 베풀어줄 것이라는 것도 알
고 있어요.
결혼을 연기한 이유는, 남자친구가 대수롭지 않은 병에 전염돼서, 결혼
전에 하는 피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예요. 나도 조심하지 않아,
그 사람한테 병이 옮았어요. 지금 날마다 페니실린 주사를 맞고 있으니,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사람은 친절하고, 교육은 많이 받지 못했지만 야망도 있어요. 두분 모
두 두팔 벌려 그 사람을 반겨줄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지금까지 일을 다 말씀드리고 나니, 기숙사에서는 불이 안났고, 뇌진탕
이나 두개골이 깨지지도 않았고 뇌진탕도 없었어요. 병원에 입원하지도
않았고, 임신도 안했으며, 약혼도 안했고, 매독에도 안걸렸다는 걸 솔직
히 말해 드려야 겠네요. 그런데 ....
역사를 "D", 과학을 "F"를 맞았거든요.
엄마 아빠가 제 점수를 적절한 시각에서 봐주기를 바래서요...
사랑하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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