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31.

[예화] 어떤 속죄 -생명










[예화] 어떤 속죄 -생명


  어느 약국에서 참으로 이상한 도둑이 잡혔다. 그는 약품을 훔치다가
잡힌 것이 아니었다.  콘돔이 든 상자를 주인  몰래 살짝 진열장 속에
넣다가 잡힌 것이었다.

  약국 주인의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한  경찰은 그 사연을 듣도 어안
이 벙벙했다. 식품이나  약품이라면 모종의 음모를 꾸미느라 독극물을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물건이 콘돔이라서 그런 추리를
불식시켰다.

  경찰은 그 사나이를 유심히 쏘아보았다. 결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것같이 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순박하고도 양심적인 마음을 한눈에 느
낄 수 있을 만큼이나 온순한 외모를 가진 사나이였다.

  "당신은 왜 이렇게 이상한 짓을 했소?"
  경찰이 묻자 사나이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사, 사연이 있습죠."
  "사연이 있다구?"

  "네, 저는 이 동네에 사는 전직 기관사 아무개입니다. 지난해의 열차
사고로 인하여 지금은 쉬고 있는 몸입니다."
  이 말에 경찰은 흠칫 놀라며 사나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 그럼 당신이 바로 그때 그 사고의 기관사인가? 우리  관내에 있
다는 말은 들었는데 바로 당신이로군  그래? 그런데 어째서 이런 짓을
했단 말이오?"

  기관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저는 그  사고 열차의 기관사로서 그때  무고하게 죽은 서른두명의
생명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천재 지변에
의한 사고였지만....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늘  마음이 괴로워서 속죄의
뜻으로 그만......"

  경찰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그  사나이의 진지한  태도를 찬찬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속죄의 뜻으로 이런 짓을 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허, 이해할 수가 없군요. 무슨 말인지...... 쉽게 말해 보시오."

  사나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말했다.
  "네, 저는  이 약국에 있는 콘돔  서른두개에다 바늘로 살짝  구멍을
뚫어 놓았지요."
  "어, 어째서?"






  "콘돔을 못  쓰게 해놓으면 그만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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