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멍때리고 즐기기 -아이디어 발상법
예전에 한창 왕성하게 소설을 쓰던 당시 가끔씩 글이 막히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글을 쓰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닫곤 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개발해 냈는데, 이 방법은
언제나 효과가 있었다. 그 방법이란 간단했다 - 바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었다.
그렇다고 아무 영화나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복잡하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액션이 가득한 영화가 효과적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문제와 관련
한 어떤 의식적인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고, 그러면 극장 문을
나설 때에는 어떻게 하면 소설의 줄거리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확실한 깨달음이 생겼다.
이 방법은 매번 효과를 거두었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나
는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도 이전에 간과했던 논리상의 결함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그간의 작업을 일거에 무위로 돌려놓을 만한 결함이었다.
나는 완전히 질려서 밥 호프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러 갔고,
극장을 나오면서 관점이 적절히 변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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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효과]
뇌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끄러운 소음 공해에 단 1분 1초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쉼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리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집중하며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주위를 둘러봐도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사색을 즐기거나 창밖 풍경을 보는 사람보
다는 MP3를 듣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마저도 뇌
는 밀려드는 정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땀을 흘린다. 지금 당장 주변을 살펴보자.
십여 개의 인터넷 창이 열려 있는 컴퓨터부터 여기저기 붙어 있는 메모지, 조잡한
배달 음식 전단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까지.
이 모든 걸 한 번에 보고 들으며 멀티태스킹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뇌 건강을 악화
시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뇌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며
판단력이 흐려져 충동적인 결정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유 없는 불면증과 스트레스
를 유발해 멀쩡했던 신체 기능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걸까?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하다. 생각도 하지 않고, 보지도 듣지도 않는 ‘멍 때리기’를 하
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멍 때리기를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거나 넋을
잃은 상태’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먼 산을 보고 있으면 우
리는 꼭 모자란 사람 같다며 놀리기도 한다. 이렇게 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멍 때리
기’는 한심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멍 때리기를 통해 뇌는 실타
래처럼 얽혀 있던 수많은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
들을 처리한다.
잔을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 하듯, 뇌 역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존의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서 멍 때리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 앉아 멍 때리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 적
당히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재정비를 마치면, 새로운 아이
디어나 창조적인 생각이 팝콘처럼 튀어 오르게 된다.
과학적인 멍 때리기의 효과
사람의 뇌에는 ‘기초값’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가 멍 때리고 있는 순간 뇌는 기
초값, 즉 디폴트 모드가 되어 내측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 반대로 뇌에 새로운
정보를 주입하면 내측전전두엽의 활성도는 떨어지고 지금 처리해야 할 일에 집중
해 신경회로가 활성화된다. 평소 정상적인 상태에서 뇌는 기초값과 활성값이 적절
히 균형을 이루지만,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유입됐을 때는 과부하에 걸려 뇌가
기초값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럴 때 종종 ‘멍 때리기’를 하면 뇌의 디폴트
네트워크가 가동되어 지친 뇌가 쉴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다.
이렇게 휴식기를 가지고 난 후의 뇌는 뇌신경회로가 활성화돼 이전보다 더 정보전
달을 잘할 수 있게 된다. 멍 때리기로 인해 뇌의 베타파가 알파파로 바뀌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억력은 좋아지고 뇌의 바깥쪽 측두엽, 두정
엽, 안쪽 전전두엽 등이 활성화돼 무의식 상태에서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디폴트 네트워크가 움직이면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수월해지고, 멍 때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잊고 있던 무언가가 생각나는 ‘유레카
모멘트’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5번 이상은 무념무상의 시간을 가질 것. 될 수 있으면
음악 소리나 소음이 없는 곳, 또는 정돈이 잘되어 물건이 많지 않은 곳에 가만히 앉
아 ‘멍 때리기’를 시도한다. 미각, 후각, 촉각 등 최대한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머릿
속이 텅 비어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멍 때리기’를 오랜 시간 지
속할 수는 없다. 그러니 머릿속을 더 비워내고 싶다면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하
며 지친 뇌를 달래는 것도 방법이다.
-출처: 리빙센스
http://www.smlounge.co.kr/living/article/15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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